삼각주 조망하기 : 낙남정맥 첫 구간(동신어산-신어산) + 김해 돛대산

낙동강 하류 동편 우안을 따라 다대포 부근 하구에서 부산, 양산, 삼랑진 쪽으로 가면서 아미산, 승학산, 백양산, 금정산, 오봉산, 토곡산, 천태산과 같은 봉우리들이 낙동강 연안에 우뚝 솟아 있다. 경부선을 따라 부산에서 대구로 가는 열차는 이들 봉우리 바로 밑을 달리지만, 차창을 통해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오히려 이들 봉우리들은 건너편 낙동강 좌안을 따라 달리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서 쉽게 확인된다.

봉우리 정상에 오르면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쾌한 경관들이 펼쳐진다. 낙동강이 단층선을 따라 직선상의 협곡을 흐르지만 하폭은 아무리 좁아도 300m 이상 되어, 큰 강과 어우러진 산지 경관이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하구에는 단위 지형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인 낙동강 삼각주가 있으며, 이들 봉우리로부터 낙동강을 향해 삐죽 내민 능선 사이사이에 화명동 아파트 단지, 물금, 화제, 원동, 삼랑진 등 비교적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이들 산은 모두 부산 사람들에겐 아주 친숙한 이름이며, 영남알프스와 함께 주말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하지만 이들 봉우리는 공짜가 없다. 무슨 말인고 하니 거의 대부분 등산기점이 해발 10m 내외로 토곡산(855m)의 경우 무조건 800m 이상을 두 발로 스스로 올라야 한다. 더군다나 이 지역의 지질은 중생대 화산암류가 주를 이루고 있어, 능선을 따라 솟아 있는 암릉들은 보기보다는 거칠고 험해 통과하려면 진땀 꽤나 흘려야 한다.

강 건너 김해 쪽은 생림을 빼 놓고는 평지가 거의 없다. 특히 낙남정맥의 출발점인 동신어산에서 신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낙동강 하안에 바싹 붙어 있어, 이 구간에서는 낙동강이 깊은 협곡을 흐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과연 이 능선에서 양산 쪽 경관은 어떻게 보일까?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괴상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11월 30일 일요일 아침, 무턱대고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상동IC에서 빠져나와 낙남정맥 기점인 매리2교 부근 길가에 주차하고 능선으로 바로 붙었다. 10분을 오르니 낙남정맥은 고속도로로 절단되어 있었고, 고속도로 밑 통로를 지나 다시 능선에 붙으면서 계속 올랐다. 동신어산 정상 못 미쳐 처음 나타난 전망바위에서는 오봉산과 금정산맥으로 둘러싸인 물금이 한 눈에 펼쳐진다. 이곳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요즘 한창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양산 물금지역이다. 과거 농경지였던 범람원은 모두 주택이나 상업용지로 바뀌었고 부산 전철이 이곳까지 연장되었으며 최근 준공된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에는 대학병원이 새로 개원했다. 가운데 있는 증산이라는 작은 동산은 미앤더코어(meander core)로 보이는데, 낙동강 최하류에서도 곡류하천의 하도절단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곳을 지나 동신어산, 장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는 별다른 경관이 나타나지 않고 생명고개로 이어진다. 320m에서 530m 사이를 계속 up-down하던 능선은 이곳에서 갑자기 220m로 낮아져 신어산동릉까지 무려 400m 고도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급경사가 나타나는 고개라 생명고개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아직 시원치 않은 햄스트링 덕분에 평소 솜씨는 아니었지만, 무산소 아니 무휴식으로 신어산동릉에 올랐다.

신어산동릉에 일부 경관이 가려지는 신어산 정상과는 달리, 신어산동릉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삼각주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삼각주와는 완전히 다른 그 나름의 경관이 펼쳐진다. 하지만 아쉽다. 동서로 달리는 장척산-신어산동릉-신어산 능선은 고도에 비해 삼각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이곳에서 찍은 삼각주 사진은 학생들에게 보여주기에는 함량미달이다. 게다가 이 능선으로부터 3개의 지맥이 남쪽으로 길게 뻗어있고, 각각의 지맥 끝에는 백두산, 까치산, 돛대산이 우뚝 솟아 있어 삼각주가 많이 가린다. 그래, 이 3개 봉우리 모두 올라보리라. 그래서 어디가 삼각주 최적의 뷰포인트(Viewpoint)인지 확인해보아야지 하면서, 신어산 정상을 지나 은하사를 거쳐 하산했다. 인제대 후문에서 택시를 타고 주차한 곳으로 갔다. 모자를 쓰고 있어서인지 여자 택시운전사가 다음에 등산을 같이 가자는 등 여러 가지 제안을 한다. 물론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아직 남자로 보아주니 고맙다.

닷새 후 12월 5일 금요일, 괴상한 호기심과 등산 중독이 도져, 돛대산, 까치산, 백두산을 한꺼번에 오르는 무모한 산행에 도전했다. 올 처음 내리는 서설을 맞으며 돛대산 산행기점이 있는 김해시 대동면 선암마을로 갔다. 평소처럼 자장면으로 점심을 때우고(야외답사 시 속도, 안전, 비용, 맛에서 자장면을 능가하는 점심은 없음), 바로 정상에 올랐다. 안개로 시야는 엉망이었지만, 내가 원하는 뷰포인트(Viewpoint)가 바로 이곳이었다. 왜 아직까지 이곳에서 찍은 삼각주 사진이 소통되고 있지 않은지 선배들을 원망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해보았다.

하산 후 까치산 산행초입인 성안마을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바로 정상을 향했다. 예상 밖의 급경사와 낙엽으로 고전했지만, 언제 눈이 왔냐는 듯이 날씨는 쾌청했다. 하지만 조망방향은 남쪽인데, 겨울철이라 오후 3시 30분인데도 태양은 아직 남서쪽에 있고 고도가 낮아 역광을 벗어날 수 없었다. 까치산 정상 못 미쳐 250m 고도의 능선에서는 앞을 가리고 있는 몇몇 나무만 제거한다면 제법 훌륭한 View를 얻을 수 있겠지만 고도가 낮은 것이 한계였다. 정상 부근에서 찍은 것이 바로 이 사진인데 능선에 의해 일부 경관이 가리고, 태양의 고도가 낮아 색온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역광이라 아쉽다.

하산하고 나니 4시가 넘어 더 이상 백두산 등정은 불가능했다. 백두산, 까치산, 돛대산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늘어서 있어, 오후 늦을수록 서쪽에 있는 돛대산 쪽에서 바라보는 삼각주가 순광에 가깝다. 또한 돛대산은 다른 봉우리에 비해 고도도 높고 삼각주와의 거리도 가까우며, 시야를 가리는 봉우리가 앞에 없다. 결국 삼각주의 최적 뷰포인트는 돛대산 정상이지만, 내년 여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여름이 되어야 태양이 서쪽에 있는 오후 5시 이후에도 고도가 높아 역광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마 오호츠크 기단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6월 초가 최적이겠지만,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가을도 기대해본다. 이 나이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나 역시 먹고살기 만만치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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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동신어산에서 바라다 본 물금과 양산신도시, 가운데 증산은 유로변환에 따른 범람원 상의 섬으로 학술용어로는 미앤더코어라 한다. 사행이 활발해지면서 유로가 절단되어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낙동강과 같은 대하천 하류의 경우 해수면 상승과 함께 과거 안부가 매적되는 과정에서 하천이 짧은 유로를 선택하면서 미앤더코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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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동신어산에서 신어산으로 이어지는 동서 방향의 주능선에서 삼각주를 향해 남쪽으로 3줄기의 능선이 이어지는데 각각에는 동쪽으로부터 돛대산, 까치산, 백두산이라는 봉우리가 있어 삼각주의 조망이 가능하다. 이 사진은 까치산 정상 조금 못 미쳐 조망지점에서 촬영한 것으로, 이보다는 돛대산 정상이 삼각주 전망지점으로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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