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7일


4월 12일자 인도가실 분 이란 글을 보고 문득 인도에 가고 싶어진 나는 남편에게 슬쩍 메일을 보냈다.

    '성룡씨, 나 인도 가면 안돼? 보내주면 안잡아묵는다는...'

회신이 왔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당신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당신이 가면 될 일.
  
정말 이렇게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벚꽃도 필 때에 피어 아름답지 다시 삼백 예순 날을 기다리겠는가.'

사실 결혼하고 지금껏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남편이 말린 적이 별로 없었다.
'내 생각은 이런데, 당신 생각이 그러면 어쩔 수 없지.
하고 싶은 일 못하게 하면 병 생길 것 같고...'
이렇듯 별 반대에 부딪힌 적이 없다.

다른 집은 여자가 집을 비우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던데 ...
남편은 예외였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도 친정에 갈 일이 있으면
남편은 간 김에 언니랑도 어울리고 2,3일 느긋이 쉬었다 오라고 했다.
딴 집 남편들은 언제 와? 빨리 와. 라고 한다는데.
아내에대한 배려라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때는 그런 그가 이해되지 않아 투정을 부렸었다.
'자기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봐.'
남편은 나에대해서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대해서도 통제나 push를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예상 밖의 답변에 용기를 얻어 그럼 가볼까 하고 생각하여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는 중,
그래도 막상 남편 두고 혼자 떠나리라는 예상을 못하고 있을 그에게

     '정말 가도 돼냐는?....'

회신이 왔다.

   '사진 좋고, 마음씨 좋고,너무 예뻐 좋고,
  
못벌이는 남편 나쁘고, 좋지 않고, 구박만 받고,
   줄
것이라곤 저 하늘 귀퉁이 붙어 앉은 봄 손길. 
   가슴에 담
아둔 사진 하나.'

F1040030.JPG

하며, 저번 1월에 인도 갔을 때 카주라호의 서부사원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첨부하였다.
글 속의 그의 심정이 헤아려져 가슴이 아팠지만,
묘하게도 사진 속의 나를 보는 순간 그래 다시 한번  가는거야 하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출발을 일주일 남겨 두고 비로소 떠날 결심을 하게 된 나는 인도의 라메시에게 편지를 보내고  (4월 초 인도의 라메시와 나씸이 부산을 방문했을때 호스트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혹시 뭄바이에 올 일이 있으면 호스트 가능한 집이라고 라메시가  특별히 별표 쳐준 세 사람, Geeta Mehta, Rusanka Bardolia, Sushama Bajpai 에게 픽업과 호스트를 부탁하는 메일을 보냈다.
오후 9시 30분 뭄바이 도착이다.
공항에서 웅크리고 잠시 새우잠을 자며
날이 밝기를 기다려 아침에 이동하겠노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늦은 시각 공항에 여자 혼자서 또는 공항에서 숙소로의 이동은 어쩐지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는
남편의 생각을 존중해 공항에서의 픽업과 호스트를 간곡히 부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한 사람은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았고,
또 한 사람은 열어보고도 회신을 주지 않았으며, Geeta Mehta에게서는 이런 회신이 왔다.


    Dear Sun

    Received your mail. I am far away approximately 40-50 minutes away from the Air-Port.

   You can take pre-paid taxi and come to my house.
   In  pre-paid taxi the policeman at the Airport, write all the details and there is no risk.  I am in down-town and therefore far from Airport.

   You can stay with us but we do not have a separate room for the guests.
   We ar
e ready to adjust you in our room or hall.

   If you have seen Mumbai and if you are flying within two days to Panjim, then it is      better to stay in that area.
   But if you can reach to my house, I am ready to welcome you.

   Dr.Geeta Mehta

 

회신의 내용으로 보아 픽업과 호스트가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라메시로부터 메일이 왔다. 뭄바이 도착하는 날 밤 바로 뱅갈로르로 가는 비행기 편을 예약해 놓았다는 것이다.우리가 뭄바이에 도착하면 누군가 예약 티겟을 가지고 공항으로 나올 것이라 한다.

갑자기 떠나기로 한 터라 나는 그 동안 비워 둘 집안일로,
남편은 인도에서 혼자 힘든 여행을 하게 될 나를 위한 모든 준비로 일 주일이 부산하게 흘러갔다.
남편은 예쁜 사진을 많이 찍어 오라며 신형 디카를 사주었고,
밖에 나가서는 돈 아끼려고 고생하지 말라며 내가 없을 동안 집에 꼭 쓰일 돈 몇 푼만 남기고
통장의 잔액을 모두 달러로 바꿔 주었다.
여권번호, 비행기표, 비자, 외국에서 한글로 메일 쓰는 방법 등, 여행중 유사시에 필요한 정보를 메일로 보내주었다.

인도로 가는 데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유라면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사람들, 처음 걸어보는 길에서 느끼는 신비스러움,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문득 그 길 위에 서 있는 낯설고 새로운 나의 모습,
떠난다는  생각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혼자 떠나 미안해 하는 나에게 남편은  여태껏 살면서 '다음에 하지' 하면서 미루다 놓친 기회들을 생각해보란다. 이제는  그런 후회스런 삶을 살아서는 아니된다며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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