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이야기 - BC Talk
라메시가 일하는 사무실 들름.
이상한 시골 같은 데, 허름하고 낡은 사무실.
복지 시설인지 어딘지?
오래된 온갖 서류를 뒤지며 알 수 없는 말들로 대화하고 있음.
빨리 뭄바이로 가고 싶지만
비행기 예약은 되어 있는 건지?
오리무중 아리송 다리송.
이른 아침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라메시가 일하는 사무실에 들렀다.
그는 사무실 직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과 오래된 서류를 계속 찾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마땅히 할 일이 없는 나는 이쪽저쪽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다 지루해져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있으려니 사무실에서 같이 서류를 찾고 있던 라메시 연배의 남자 직원 (어쩜 라메시의 상사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든 것은 그의 얼굴이 권위에 가득 찬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카리스마 같은 게 보였기 때문이다.)이 밖으로 나와 멀리 서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는 몇몇 아저씨 중 한 사람을 부르더니 무슨 일을 시키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 중 한 아저씨가 큰 코코넛 열매를 들고 와 내가 보는 앞에서 낫같이 보이는 칼로 마시기 좋게 윗부분을 잘라 주며 권했다.
한 번에 다 마시기에 양이 많았지만 주는 거 남기기도 그렇고 해서 보란 듯이 깨끗이 다 마셨다.
그러자 또 다른 아저씨가 크나큰 코코넛을 들고 오더니 잘라주고 간다.
어떻하라구....
심심해진 나는 사무실 둘레를 이쪽저쪽 어슬렁거리며 구석구석 구경하고 다녔다. 그들 눈에는 내가 감찰을 하고 있는 걸로 비춰질지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어떤 아저씨 아줌마가 컴컴한 축사 안에서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근처 다른 허름한 건물 앞에는 소 몇 마리가 사이좋게 뭔가를 먹고 있었다.
나는 소들 주위에 떨어져 있는 보라색 꽃잎이 너무 예뻐 카메라에 담아 보기도 하고
또 좀 떨어진 곳에 그네와 미끄럼틀이 보이기에 그리로 가 보았다.
미끄럼틀 위로 올라가 보았더니 윗부분이 녹슨 채 떨어져 너덜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조그만 승합차 한 대가 오더니 네다섯 살 되어 보이는 꼬마들이 우르르 내린다.
아이들을 돌보는 유모 같은 아줌마가 미소 띤 얼굴로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아이들이 내 옆으로 쪼롬이 앉았다.
사진을 찍어 주었더니 좋아라하며 자꾸만 더 가까이 내 곁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이 지내는 곳으로 따라가 보았다.
또 다른 허름한 건물이다. 유모 아줌마가 싸리비 같은 것으로 바닥을 쓸고는
잠시 후 아이들이 그 곳으로 들어갔다. 시멘트 바닥이었다. 의자나 식탁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구석에는 때가 끼고 찌그러진 오래된 양은 냄비와 밥그릇이 보였다.
코코넛을 어쩔 수 없이 두 개나 마신 나는 화장실을 찾았다. 그 넓은 땅에 허름한 건물이 간격을 두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건물 대여섯 동을 시찰했지만 화장실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꼬마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가려니 입구 쪽 어딘가에 화장실 같은 게 보였다.
아직도 시골에 가면 남아 있을 지도 모를 변기 없는 화장실이 열 개 정도 나란히 보였고 문이 하나도 없었다. 이건 아니지.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을 만한 적당한 곳을 찾느라 뙤약볕에 그 넓은 곳을 몇 바퀴 돌았다.
그렇게 한 두 시간 쯤 지났을까? 일을 끝낸 라메시가 지루했지 라고 묻는다. 재미있었다라고 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방금 나온 복지시설 둘레의 땅이 엄청 넓다고 한다.
몇 헥타르라고 하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다하니 한국에서는 넓이 단위로 무엇을 사용하는가 묻는다.
이 근처에 방이 네 개 딸린 또 다른 자기 집이 있다고 한다.
여기는 시내와 멀어서 교통 때문에 지금은 뱅갈로르 시내에서 거처하고 있다고 한다.
차들의 경적 소리가 꽤 시끄러운 시내 어느 길가에 차를 세우더니 누군가를 기다려야한단다.
잠시 후 터키에서 온 서바스 재무이사 Omer Ozkan과 L.V.S.가 왔다.
그들을 태우고 함께 클럽으로 갔다.
클럽으로 돌아오자 그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후 1시가 다 되도록 밥을 굶주린 나는 허기를 주체할 수 없어 클럽 안마당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했다. 나 혼자 있을 틈이 주어졌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밥을 먹어야겠다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라메시가 찾아와서는 1시 40분 비행기니까 지금 빨리 서둘러 공항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밥을 시켜놓았다고 하니 가서 취소시킨다.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나와 라메시, L.V.S. 세 사람이 차를 타고 공항으로 급히 갔다.
공항은 클럽에서 10분 거리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었다.
웬일인가? 1시 40분 비행기라해서 주문한 점심도 취소하고 부리나케 달려 왔건만 ,
휴가철이라 남아 있는 좌석이 없다고 한다.
그럼 미리 예약을 해 두지 않았단 뜻. 내일 아침에 가기를 권한다.
이대로 뭄바이로 날았으면 싶었다. 다시 돌아가자니 맥이 빠졌다.
내일 아침 6시 50분표를 끊었다. 결제는 L.V.S.가 카드로 하고 나는 그에게 101달러를 주었다.
항공사 Kingfisher 비행시간 1시간 30분.
공항 근처의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겠다고 하니 쓸데없이 돈을 쓸 필요가 있느냐며 돌아가자고 한다.
표를 끊었으니 내일은 확실히 떠날 수 있겠지.
클럽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어느 베이커리에 들러 L.V.S.가 새콤 달콤한 알 수 없는 뭔가를 사주었다. 배가 고팠던 탓일까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고마운 생각에 내가 지불하려고 하니, 인도에서는 여자가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며 라메시가 말렸다.
클럽으로 되돌아 왔다. 원점을 맴도는 기분이다.
벗어나려고 안간 힘을 써보아도 결국은 또 제자리로 돌아온다.
뜻대로 풀리는 일은 없고, 그들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고,
집을 떠나 있는 몸은 계속해서 피곤을 느끼고,
Mr. Lee가 머물고 있는 방을 노크했다. 좀 쉬어라고 자리를 비켜준다.
오늘 밤은 이태리에서 온 서바스 이사 안나와 함께 자고 내일 새벽 일찍 이 곳을 떠난다.
5시 30분에 택시를 불러 놓았다고 한다.
Mr. Kim은 계속해서 회의 중이고, 나는 샤워를 하고 나와 Mr. Lee와 밖에서 식사를 했다.
뱅갈로르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맥주도 한 잔 시켰다.
회의 중 잠시 나온 Mr. Kim이 멀리서 보니 두 분이 너무 로맨틱하게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라메시에게 그 동안 신세져서 고맙다는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지만,
그들은 계속 회의 중이었고, 할 일 없이 시간만 넉넉한 Mr. Lee와 나는 클럽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다녔다.
모퉁이를 돌아가니 불이 환히 밝혀진 테니스 코트에서 남자들이 공을 치고 있었다.
하얀 색의 티셔츠와 반바지가 그들의 꺼무칙칙한 피부와 대조를 이루어 한층 더 산뜻하게 건강미가 넘쳐 보인다. 둘러보니 여자들이 아무도 없어 왠지 어색했다.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면 나도 한번 치고 싶다고 끼어들었을 터인데...
건물을 살짝 돌아 어두컴컴한 곳으로 가보니 잘 가꾸어진 넓은 정원이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두운 조명 불빛 아래의 둥근 테이블,
사람들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는 우리를 보고 술을 마시러 온 줄로 알고
손을 들어 여기에 자리가 비었다고 가리키는 사람도 있었다.
소똥으로 뒤덮힌 뉴델리, 카주라호, 바라나시의 가난한 사람들에 견주면 (그곳에선 거리의 개들조차 뼈가 드러날 듯 빠삭 마르고, 영양 결핍으로 털은 몽땅 빠진 채 온몸은 피부병으로 뒤덮혀 있었다. 먹을거리를 사서 봉지에 들고 걸어가고 있는데, 병든 개 한 마리가 애절한 눈빛으로 하소연하듯 끙끙 신음 소리를 내며, 우리들을 한참이나 따라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온갖 문화생활을 누리며 살고 있는 이곳 상류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인도는 아주 못사는 나라라고 아직도 잘못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클럽의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 9시 쯤 방으로 들어와 이내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잠결에 늦은 밤 회의를 마친 안나가 들어와 에어컨을 켜며 이불 덮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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