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산행후기 - Report
산행 후기라기 보다 '산길을 걸으며'란 글을 올려 보고자 한다.
산을 걷는다는 것은, 수직의 평평한 아래에 위치한 한 점을 출발하여, 위로 위로 에두르고 몰아 쉬고 헐떡이며 수직의 정상을 밟아서 가슴 한 구석 행복감으로 가득 채워, 흰 구름 흐르듯 다시 아래로 처음 출발점으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어쩌면 산을 걷는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과정과도 같이 수직의 정상을 위해 가뿐 숨 몰아쉬며 힘겹게 걷다 정상에 도달하면 거기서 다시 내려 올 수밖에 없는 씁쓸하고 허무한 일일런지 모른다.
그러나 수직을 오르내리는 단순한 삶의 과정으로만 산길 걷기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산길을 걸으며 우리는 비로소 수평의 공간에 모여 아기자기한 삶의 세세콜콜한 이야기들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정의 수직에서, 직장의 수직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다양한 사회적 모임의 수직에서 벗어나, 사회적 지위와 부를 들먹이지 않는 친구로서의 수평을 엮어 내는 길이 산길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이 이렇게 모여 산길을 걸어야 풀과 나무, 숲의 새들과 벌레들이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외롭기에 친구와 산을 벗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산을 외롭게 하지 않으려 산길을 걷는 것이다.
산길을 걸으면, 이제껏 잘 눈에 들어오지 않던 구체적 사물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추상과 관념 속에서만 존재했던 자연사랑과 친구사랑이 부드러운 음색으로 우리의 귀를 울리기 시작한다.
우리의 일상이 겉모습에 치중하여 순간의 소중한 의미를 놓치고 지나가는 삶이라면, 산길을 걷는 시간은 우리들만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시간이고 일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는 시간이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것들도 의미있는 존재로 다가오는 것이다.
자연은 단순 의미로는 '스스로 그러함'이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자연(nature)의 뜻은 '처음부터 스스로 그렇게 되어 있는 모든 세계'이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에 이미 '스스로 그러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과 인간이 합일되지 못하는 대립의 존재로 여기지만 이렇게 산길을 걸으며 자연의 길에 발을 들여 놓으면 인간도 자연이 변형된 한 세계라는 인식이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다가가는 사람이 서로 편안한 웃음을 보낼 수 있을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얼굴도 모르고 그동안 만남도 거의 없어서 조금은 어색하고 꺼려지는 친구들은 옛친구가 보고 싶고 옛 추억이 그리울 때 그저 한두 번 얼굴만 내밀면, 그리고 약간의 인내심만 있다면, 산이 주는 무한한 의미를 함께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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