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산행후기 - Report
※ 강구들아! 먼 훗날을 위해 추억을 묻어두자..^^
29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 백운산(민주지산)을 오르고 나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5일이 왔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을 다잡고 있다가 모이는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섰다. 30주년 홈카밍데이 행사 때 정든 친구들을 만난 다음에 “친구는 역시 꼬치 친구가 제일이다!”라는 생각에 부산 동기회 등산회 BASECAMP의 지리산 산행(6/5~6/6)에 참여하고 나서 그 성과에 힘입어 마련된 첫 번째 경남중고 29회 동기회 합동산행이다.
교대역 14번 출구로 나가니 제1착이다. 정상주 1병을 사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편의점에서 임페리얼 양주 큰병을 1병 사고 다시 집합 장소로 나오니 주용대가 와 있다. 실로 졸업 후에 처음의 만남이다. 곧 김기수가 트라제를 몰고 도착했다. 범익이와 임용호는 벌써 와서 주변 호프집에서 한잔하고 있단다. 집에서부터 전화가 왔던 부산에서 서울에 학회 참석하러 온 박상길이가 도착했고, 역시 부산에서 서울대 건축공학과에 다니는 아들 보러 서울에 온 김영훈이 도착했다. 조기창이 마지막으로 도착하자 범익이와 용호를 불러내서 차를 출발시켰다. 교대역에 집결한 8명이 김기수 기사님이 모는 트라제를 타고 출발한 시간은 오후 6시.
토요일이라 버스 전용차선이 실시되는 관계로 8인이 탄 우리 차는 진짜배기로 고속도로를 타는 기분으로 내쳐달렸다. 망향휴게소에서 한 차례 쉬며 커피 한잔을 마시고 저녁은 도착해서 부산 팀이 마련한 맛있는 고기로 때우려고 생략했다. 분당에서 집결하여 박병태 차로 오는 병태, 서붕교, 김한근, 박성재 팀은 승용차로 오느라 차가 많이 밀리는 모양이다. 지금 어디냐고 전화를 하니 붕교 왈 “묻지 말라”고 한다. 부산 팀에 전화를 거니 대구를 갓 지났다고 한다.
토요일 밤이 좋은 이 나라 국민들이 많기는 많은 모양이다. ‘그대 나를 두고 떠나가지 마라♬ 토요일은 밤이 좋아~~♪’ 하는 노래 가사가 절로 생각나는 토요일 밤이다. 고속도로가 이 밤에 불야성을 이루니 말이다. 영훈이가 휴게소에서 산 에로송 테이프를 들으며 킬킬거리며 가다보니 어느덧 금강휴게소다. 금강의 밤 경치를 지긋이 쳐다보다 다시 출발하여 20분을 가니 황간 톨게이트가 나타난다. 고속도로는 이제 마지막이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영동에 들어서서 물한계곡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약 30KM 가량을 어둠을 뚫고 내쳐 올라가 백운산 입구를 지나서 약 100M 정도 올라가니 오늘 밤에 묵을 ‘나그네 민박’이 나타났다.
우리 팀이 제1착이다. 밤 9시가 좀 지난 시간이다. 한 20분 있으니 대전 팀이 도착한다. 배성한, 임무택, 그리고 예정에 없던 김대웅이 도착했다. 그새를 못 참고 먼저 도착한 팀들이 동동주 사발을 한두 잔 비우고 있는데 한 20분 있으니 부산 팀이 도착했다. 이충원, 김정규, 김연래, 현응렬, 김인렬, 오경호, 이상용, 김부근 8명이 도착했다.
곧 10분 정도 있으니 분당에서 출발한 서울 팀 4명이 도착했다. 23명 전원이 모두 잘 도착했다.
반갑다고 한잔! 그리워서 한잔! 그게 좋아서 또 한잔!
지천명에 든 우리들이 백발가를 읊듯이 “먹세 그녀 먹세 그녀~~ 오는 백발 막을 듯이” 술잔을 기울였다. 어느새 잔이 돌고 부산에서 싸가지고 온 갈매기살, 항정살 등 고기가 금방 동이 나고 닭도리탕 3개를 또 시켰다. 민박집 매상도 좀 올려주어야지 하면서 나는 1시쯤 주량이 꽉 차서 방에 들어가 몸을 누였는데 아침에 알고 보니 3시까지도 마셨다니 “이 술통들을 우찌할꼬!!”
이번 ‘경남중고 29회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에 이 참여한 면면들은 팀별로 다음과 같다.
부산팀 : 이충원, 김정규, 김연래, 현응렬, 오경호, 이상용, 김부근, 김영훈, 박상길 (9명)
울산팀 : 김인렬 (1명)
대전팀 : 배성한, 임무택, 김대웅 (3명)
서울팀 : 이범익, 김기수, 조기창, 주용대, 임용호, 박병태, 서붕교, 김한근, 박성재, 정방호 (10명)
총 23명이 참여한 대성황을 이룬 29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이다.
아침 6시가 좀 못되어 일어나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모처럼만에 전국에서 모인 우리 동기들이 마련한 첫 번째 합동산행인데 날씨가 협조를 안 해 주나 싶어 하늘만 쳐다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7시반쯤 아침 식사를 했다. 시원한 국이 나와 밥 한 그릇 뚝딱 말아서 먹고 또 하늘을 쳐다보니 빗방울이 좀 가늘어졌다가 좀 있으면 굵어지고를 반복한다. 아무래도 빗속을 뚫고 산행을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모두들 산행채비를 차리고 왔다갔다 부산하다. 어제 밤에 술들 많이 펐으니 오히려 이런 날씨가 술도 깨고 산행하기에는 더 좋은 날씨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을 봐야 하는 법!
우리들 23명은 나그네민박 뜰에 모여섰다. 산을 오르든, 밑에서 산을 오른 이들을 기다리든 그리운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음을 자축하는 마음으로 굳게 서로의 손을 쥐고 어깨를 안았다.

앞줄 왼쪽 부터: 이범익, 박병태, 박상길, 김정규, 배성한, 김연래, 김부근
중간 구부린 : 서붕교, 김대웅
뒷줄 왼쪽부터: 주용대, 임용호, 정방호, 김영훈, 임무택, 박성재, 이상용, 이충원,
김기수, 김한근, 오경호, 조기창, 김인렬
아침 8시 20분. 드디어 29회 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 시작!
긴 코스(민박집 - 황룡사 우측 - 쪽새골- 백운산 - 석기봉 - 삼도봉 - 능선안부 - 민박집)조에
주용대(산행대장), 이충원, 김부근, 박상길, 김인렬, 김대웅, 이범익, 김기수,
조기창, 박병태, 서붕교, 김한근, 정방호 13명
짧은 코스(민박집 - 황룡사 우측 - 쪽새골- 백운산 - 석기봉 - 능선안부 - 민박집)조에 김정규, 임용호 2명
단풍조 : 김연래, 현응렬, 오경호, 김영훈, 배성한, 임무택, 박성재, 이상용(초반에 산을 올랐으나 단풍조에 합류) 8명
- 나중에 이들의 정체를 밝혀 주마!!!
백운산 입구에서 민박집이 얼마 떨어지지 않아서 우리들은 황룡사 오른쪽을 돌아서 백운산(민주지산)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곡 밑까지는 꽤 길이 멀다. 한 30분가량을 걸어서 쪽새골 입구에 다달았다. 백두대간 1주행을 완료한 주용대가 산행대장을 맡아 우리들을 이끌었다. 우리들은 이구동성으로 산귀신의 위세에 눌려 “대장 천천히 가자!”고 사정을 하고.... 어쩌면 어제 밤에 그렇게 마신 술을 생각하면 오늘 아침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게 그나마 초반 기권자를 덜 내는 날씨인지도 모르겠다며 산행을 시작했다. 날씨가 햇빛이 쨍쨍 쬐는 날이면 덜 깬 술기에 숨이 차서 산을 오르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니 주룩주룩 비 내리는 날씨를 오히려 고마워하며 백운산을 오른다.
산길이 그렇게 급하게 경사가 져있는 것도 아니고 완만한 경사가 계속되는 그렇게 힘든 산행 길은 아니다. 그러나 산을 오르면 언제나 힘든 평소에 담배에 절은 폐를 가진 나처럼 우리 일행은 한 20분 걷다가 쉬고 담배 1대 피우고를 반복하며 백운산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겨 놓았다. 원래는 능선 안부를 통해서 삼도봉 - 석기봉 - 백운산 코스로 산행을 하려고 계획했는데 우리의 산행대장 용대가 정상까지 가는 길이 평탄하기는 해도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니 바로 정상을 채서 가는 원래의 코스와는 정반대의 코스를 택하였다.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4시간 이상을 걸어서 정상을 향했더라면 기권자가 많이 나오고 많이 지치는 힘든 산행이 되었으리라.
비가 내려 방수처리가 안된 윗도리를 적시고 가슴 안쪽, 사타구니까지 스며든다.
그러나 걷는 동안에는 열기로 땀인지 빗방울인지 구별이 안 되는 눈앞을 가리는 물기를 연신 훔쳐내면서 걷기를 1시간 반 이상. 이제는 오르막이 좀 급해지면서 정상의 8부 능선에 다다른다.
8부 능선을 숨을 몰아쉬며 오르니 이제는 백운산 마루가 저만치 보인다. 마지막 9부 능선이다.
먼저 오르고 있는 산행대장 용대, 범익이, 기수 등이 뒤를 따라 오르는 우리들을 보고 “바로 저기니 힘내라!”고 외쳐댄다.
산마루를 오르니 ‘백운산 정상 0.4KM’라는 표지판이 우리를 기다린다.
400M가 아닌 200M 남짓 오르니 드디어 백운산 정상이다.
해발 1,241M의 백운산 정상에 올랐다. 2시간가량이 걸렸다.
우리의 BASE CAMP인 나그네민박이 해발 5백M 정도라니 약 700M 정도를 올라 온 것이다.
산 정상에는 아직도 일제가 지었다는 ‘민주지산’이라고 씌어 있다. 일제 36년 식민지배의 그늘은 해방 후 6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우리 산하에 널려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이 쪽바리 새끼들!”하는 괘씸함이 용솟음친다.
백운산을 오른 우리들 긴조 13명은 3년만에 처음 하는 산행인데도 장하게도 정상까지 오른 대웅이를 연신 칭찬해대며
붕교가 가지고 온 양주로 정상주(頂上酒)를 한잔씩 나누어 마셨다.
빗물로 땀으로 물을 잔뜩 머금은 모습들로 정상 정복 기념사진을 한방 깊이 박았다.
“물이 많이 있을 때 잘 박아주소!”하는 걸쭉한 농을 내뱉으며...

산을 오르고 운동으로 계속 몸을 다듬는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일행의 대다수가 쉬는 시간만 되면 담배 한대씩을 꼬나문다. 하기사 이렇게 좋은 공기를 자연적인 복식 호흡으로 마셔대는 오늘 같은 날에는 담배를 계속 피워대도 담배연기도 아마 정화될 상 싶다. 백운산 정상에서 조금 쉬다가 다시 갈림길 산마루로 내려가니 아래 9부 능선에 짧은 조의 정규와 용호가 올라온다. 우리 모두들은 힘내라고 계속 소리를 질러대며 그들을 격려한다.
이제부터는 긴조, 짧은조의 구별이 없어졌다. 가는 데까지 가다가 안 되면 중간에서 단축코스로 가기로 하고 석기봉을 향한 산행을 다시 시작한다.
산등성이를 걷는 코스가 계속 이어진다. 비는 이제 조금씩 가늘어지고 안개가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어진다.
안개에 젖은 백운산 일대의 산봉우리들이 마치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아늑하다.
아! 우리 어머님은 이 아들이 제대로 효도할 틈도 주지 않고 너무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어머님 일생에 단 한번 입원하고 20일 후에 이승을 떴으니 그 서운하고 애잔함에
어머님 가신지 7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이 애달프다.
아무래도 산등성이 길이다 보니 덜 힘들기는 하다. 1시간 정도 걷고 한번 쉬고 석기봉을 향해 계속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산에 오면 항상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이라는 생각을 한다. 외국 어디에 비겨 보아도 우리나라처럼 곳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국토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산지가 국토의 70%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인구는 많지 들판은 좁지 우리나라는 역사 이래 항상 배부르게 먹고 살지를 못하는 숙명을 타고 났다는 생각에 거꾸로 산지가 30%이고 들판이 70%였다면 먹고 살기가 좀 편해져서 우리 민족의 기질도 좀 부드럽고 정치적 갈등이나 지방색, 국토분단 등의 문제도 좀은 덜 심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젖었다. 그러나 타고난 저마다의 국토가 비록 좁고 아쉽더라도 내가 밟고 사는 이 땅을 내 집처럼 사랑한다면 좀 더 평화스럽고 행복하게 사는 이 땅이 되지 않을까?
12시를 좀 넘어 석기봉에 도착했다.
12시 20분쯤 되니 석기봉을 넘어 온 이, 바위산인 석기봉이 위험해서 우회코스로 돌아 온 이해서 15명 전원이 무사히 도착했다. 물론 모두들 비에 젖어 땀에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3시간 반 여를 묵묵히 잘 걸어온 역전의 용사들이다! 우리가 백운산을 홀로 전세 낸 줄 알았는데 석기봉에 오니 다른 일행 2명이 먼저 와 있다가 점심을 먹고 자리를 뜬다. 점심때에 맞추어 이제 비도 그쳤다.
오늘 날씨 한번 참 기막히게 아귀가 맞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침에는 술에 젖은 몸 깨우려고 비가 내리더니 점심때가 되니 비에 젖지 말고 밥 먹으라고 비가 그치니
참으로 백운산의 산신령님이 우리의 성공적인 1차 합동산행을 도와주는가 보다.
황금색으로 물든 금잔디가 깔려 있는 비에 덜 젖은 생각보다 넓은 자리가 있어 우리 일행 15명이 빙 둘러 앉아서 민박에서 마련해준 주먹밥 점심도시락을 꺼내니 찰밥 주먹밥 세 덩이와 김치, 단무지와 콩나물국도 있다. 석기봉 아래에는 옹달샘도 있어 물을 떠 나르고, 충원이와 용대는 버너와 코펠을 꺼내 불울 붙이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하나씩 까먹고 고개를 드니 부근이 우리의 ‘실미도’가 민박에서 챙겨온 막걸리, 소주, 김치와 깻잎을 꺼내고, 용대가 소주를 꺼내고, 내가 서울서 사갖고 온 양주를 꺼내고, 인렬이가 제수씨가 챙겨준 밑반찬거리를 꺼낸다.
막걸리에, 소주에, 양주에 비에 젖어 추웠던 우리들의 몸이 녹는다. 충원이와 용대가 끓여주는 라면과 라면 국물에다 커피까지 한잔 먹고서는 드디어 진수성찬의 점심을 끝냈다.
땀에 비에 흠뻑 젖은 런닝셔츠를 벗고 등산셔츠만 입으니 몸에 옷이 덜 감겨 그런지 몸이 한결 가볍다. 이번에 돌아기면 방수 기능이 있는 등산용 점퍼를 하나 사야겠다. 오늘은 날씨가 그래도 덜 추워 그렇지 비에 이렇게 쫄딱 젖으면 저체온증에 걸려 산행 후유증이 심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석기봉 옆을 돌아 삼도봉을 향하여 발길을 돌렸다.
조금의 오르막이 나타났다가 내리막이 이어지고 산등성이로 이어진 길은 참으로 좋다.
날씨가 맑아 안개가 끼지 않았다면 이어지는 연봉을 굽이 보며 내려가는 우리들의 눈들이 참으로 즐거웠을텐데... 아쉬움이 크다. 한두 차례 위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거쳐 30분여를 걸어 삼도봉에 도착했다. 전라북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우리나라 남쪽 3북도의 경계가 바로 여기의 삼도봉이다. 거북이가 3도 방향을 보고 정상에 석상으로 누워있다.
카메라를 갖고 온 정규와 대웅이가 지름길로 내려간다고 중간에서 쳐져서 아무도 휴대폰 외에는 카메라가 없어 눈 카메라로 삼도봉 정상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삼도봉에 오니 산행객들이 꽤 많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덜 붐빈다. 단풍도 완전히 져서 한 2주 전에 왔다면 단풍이 절정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단풍이 절정일 때 왔다면 앞사람 엉덩이만 보면서 걸어야 하는 산행이 되었을 테니 오늘이 더욱 좋은 날임에는 틀림이 없다.
술에 쩔은 우리에게는 더더욱 좋은 날씨임에 틀림이 없다. 그쟈! 친구들아!
이제는 하산 길이다. 우리나라 산에는 꽤 올라 보았지만 오늘 오른 백운산은 전체적으로 등산길이 참으로 곱다. 그렇게 험하지도 않고 인공적인 계단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르막 길은 전체적으로 급격한 경사 없이 완만하고 내리막 길도 급하지 않아서 초등생 아이들 데리고 가족 산행을 해도 좋은 산이라고 추천하고 싶을 만큼 우리 사람들에게 친근한 산이다.
하산 길을 계속 재촉하는데 멀리서부터 날이 개이고 산의 원경이 맑게 다가온다.
길바닥에는 1년을 줄기차게 살아온 나무들의 옷들이 결실의 계절에 맞추어 땅바닥에 두텁게 몸을 누이고 있다. 굴참나무 잎, 단풍나무 잎, 소나무 이파리(갱상도 말로 ‘갈비’)부터 이름 모를 나무들이 옷을 벗고서 다음 해의 신록을 준비하는 겨울 잠에 들어가려고 준비가 부산하다.
우리가 보고 듣지 못할지라도 나무들은 1년 동안 농사지은 영양분들을 갈무리하여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푸르름이 움트는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운동에 한창 바쁘리라!
이제는 하산 길 주변에 계곡들이 나타나 그 졸졸거리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긴 걸음에 지친 우리들의 귀를 통하여 눈을 통하여 우리들의 피로를 씻어준다.
우리가 어제 차로 들어온 30KM 정도의 긴 물한(勿閑)계곡의 시발점을 형성하는 계곡들이다.
조그만 폭포가 나타나고 연이어진 계곡에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가득하다.
새벽부터 점심때까지 내린 비로 우리가 걸음을 내딛는 발밑에는 이름 모를 낙엽들이 가득히 내려 앉아 긴 산행에 지친 우리를 위로한다.
1시간여를 걸어 내려오니 이제 오늘 산행의 마지막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아침에 출발하여 점심때가 되어서야 비가 그치고 내려오는 우리의 발길에 맞추어 하늘이 맑게 개는 2005년 11월 6일의 백운산(민주지산) 날씨는 ‘경남중고 29회 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되새길 수 있는 크나큰 이정표가 되리라!
출발시간부터 하산까지 6시간여를 걸어 드디어 우리의 BASE CAMP인 나그네 민박에 닿으니
‘단풍조’ 8명이 우리의 출발부터 하산까지 기다리면서 기울인 술잔으로 인해 붉으락푸르락 해진 단풍 같은 얼굴들로 우리들을 맞는다.
바로 이게 ‘단풍조’의 정체다.
하지만 산행을 목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먼 길을 달려 이곳까지 왔으니 앞으로는 ‘단풍조’가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없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램이다.
땀에 젖어 비에 젖어 나누는 정상주(頂上酒) 한잔이 밑에서 정신없이 마시는 10병의 술보다 더욱 맛있고 달콤함을 다같이 다함께 느껴보는 것이 더욱 큰 기쁨과 행복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들도 적은 나이가 아닌 만큼 우리 모두 술은 좀 적게 마시자.
건강을 위하여 그저 기쁨으로 반가움으로 몇 잔 부딪치며 즐겁게 마시자!
그게 바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교훈이 아닐까?
우리가 하산하고 30분쯤 뒤에 정규와 용호, 대웅이가 지름길로 내려가려다 어차피 온 길이다 하고 삼도봉으로 발길을 돌려 우리의 뒤를 따라 하산하여 나그네민박에 도착했다.
긴긴 6시간 반의 ‘경남중고 29회 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이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끝났다.
제1차 합동산행 모두 무사히 잘 끝내게 해주셔서 백운산 산신령님 고맙습니다!!!
간단한 해단식을 끝내고 서울로, 대전으로, 부산으로 헤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서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어깨를 부둥켜안고 우정을 가슴에 새기며 아쉬움을 달래면서 우리 모두들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흔들었다. 앞으로는 이런 기회를 자주 갖기를 약속하면서....
우리 29동기 23명이 부산, 울산, 대전, 서울에서 1달여간 서로 연락하고 준비하여 여기 충북 영동의 백운산 자락에 모여 우정을 다지고, 빗속을 뚫고 땀으로 빗물로 얼룩져가며 보낸 1박2일의 여정은 우리 살아가는 그날까지 영롱한 기억으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우리의 마음에 아로 새겨지리라!
친구들이여!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5일이 왔다.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을 다잡고 있다가 모이는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섰다. 30주년 홈카밍데이 행사 때 정든 친구들을 만난 다음에 “친구는 역시 꼬치 친구가 제일이다!”라는 생각에 부산 동기회 등산회 BASECAMP의 지리산 산행(6/5~6/6)에 참여하고 나서 그 성과에 힘입어 마련된 첫 번째 경남중고 29회 동기회 합동산행이다.
교대역 14번 출구로 나가니 제1착이다. 정상주 1병을 사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편의점에서 임페리얼 양주 큰병을 1병 사고 다시 집합 장소로 나오니 주용대가 와 있다. 실로 졸업 후에 처음의 만남이다. 곧 김기수가 트라제를 몰고 도착했다. 범익이와 임용호는 벌써 와서 주변 호프집에서 한잔하고 있단다. 집에서부터 전화가 왔던 부산에서 서울에 학회 참석하러 온 박상길이가 도착했고, 역시 부산에서 서울대 건축공학과에 다니는 아들 보러 서울에 온 김영훈이 도착했다. 조기창이 마지막으로 도착하자 범익이와 용호를 불러내서 차를 출발시켰다. 교대역에 집결한 8명이 김기수 기사님이 모는 트라제를 타고 출발한 시간은 오후 6시.
토요일이라 버스 전용차선이 실시되는 관계로 8인이 탄 우리 차는 진짜배기로 고속도로를 타는 기분으로 내쳐달렸다. 망향휴게소에서 한 차례 쉬며 커피 한잔을 마시고 저녁은 도착해서 부산 팀이 마련한 맛있는 고기로 때우려고 생략했다. 분당에서 집결하여 박병태 차로 오는 병태, 서붕교, 김한근, 박성재 팀은 승용차로 오느라 차가 많이 밀리는 모양이다. 지금 어디냐고 전화를 하니 붕교 왈 “묻지 말라”고 한다. 부산 팀에 전화를 거니 대구를 갓 지났다고 한다.
토요일 밤이 좋은 이 나라 국민들이 많기는 많은 모양이다. ‘그대 나를 두고 떠나가지 마라♬ 토요일은 밤이 좋아~~♪’ 하는 노래 가사가 절로 생각나는 토요일 밤이다. 고속도로가 이 밤에 불야성을 이루니 말이다. 영훈이가 휴게소에서 산 에로송 테이프를 들으며 킬킬거리며 가다보니 어느덧 금강휴게소다. 금강의 밤 경치를 지긋이 쳐다보다 다시 출발하여 20분을 가니 황간 톨게이트가 나타난다. 고속도로는 이제 마지막이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영동에 들어서서 물한계곡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약 30KM 가량을 어둠을 뚫고 내쳐 올라가 백운산 입구를 지나서 약 100M 정도 올라가니 오늘 밤에 묵을 ‘나그네 민박’이 나타났다.
우리 팀이 제1착이다. 밤 9시가 좀 지난 시간이다. 한 20분 있으니 대전 팀이 도착한다. 배성한, 임무택, 그리고 예정에 없던 김대웅이 도착했다. 그새를 못 참고 먼저 도착한 팀들이 동동주 사발을 한두 잔 비우고 있는데 한 20분 있으니 부산 팀이 도착했다. 이충원, 김정규, 김연래, 현응렬, 김인렬, 오경호, 이상용, 김부근 8명이 도착했다.
곧 10분 정도 있으니 분당에서 출발한 서울 팀 4명이 도착했다. 23명 전원이 모두 잘 도착했다.
반갑다고 한잔! 그리워서 한잔! 그게 좋아서 또 한잔!
지천명에 든 우리들이 백발가를 읊듯이 “먹세 그녀 먹세 그녀~~ 오는 백발 막을 듯이” 술잔을 기울였다. 어느새 잔이 돌고 부산에서 싸가지고 온 갈매기살, 항정살 등 고기가 금방 동이 나고 닭도리탕 3개를 또 시켰다. 민박집 매상도 좀 올려주어야지 하면서 나는 1시쯤 주량이 꽉 차서 방에 들어가 몸을 누였는데 아침에 알고 보니 3시까지도 마셨다니 “이 술통들을 우찌할꼬!!”
이번 ‘경남중고 29회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에 이 참여한 면면들은 팀별로 다음과 같다.
부산팀 : 이충원, 김정규, 김연래, 현응렬, 오경호, 이상용, 김부근, 김영훈, 박상길 (9명)
울산팀 : 김인렬 (1명)
대전팀 : 배성한, 임무택, 김대웅 (3명)
서울팀 : 이범익, 김기수, 조기창, 주용대, 임용호, 박병태, 서붕교, 김한근, 박성재, 정방호 (10명)
총 23명이 참여한 대성황을 이룬 29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이다.
아침 6시가 좀 못되어 일어나니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모처럼만에 전국에서 모인 우리 동기들이 마련한 첫 번째 합동산행인데 날씨가 협조를 안 해 주나 싶어 하늘만 쳐다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7시반쯤 아침 식사를 했다. 시원한 국이 나와 밥 한 그릇 뚝딱 말아서 먹고 또 하늘을 쳐다보니 빗방울이 좀 가늘어졌다가 좀 있으면 굵어지고를 반복한다. 아무래도 빗속을 뚫고 산행을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모두들 산행채비를 차리고 왔다갔다 부산하다. 어제 밤에 술들 많이 펐으니 오히려 이런 날씨가 술도 깨고 산행하기에는 더 좋은 날씨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을 봐야 하는 법!
우리들 23명은 나그네민박 뜰에 모여섰다. 산을 오르든, 밑에서 산을 오른 이들을 기다리든 그리운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음을 자축하는 마음으로 굳게 서로의 손을 쥐고 어깨를 안았다.

앞줄 왼쪽 부터: 이범익, 박병태, 박상길, 김정규, 배성한, 김연래, 김부근
중간 구부린 : 서붕교, 김대웅
뒷줄 왼쪽부터: 주용대, 임용호, 정방호, 김영훈, 임무택, 박성재, 이상용, 이충원,
김기수, 김한근, 오경호, 조기창, 김인렬
아침 8시 20분. 드디어 29회 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 시작!
긴 코스(민박집 - 황룡사 우측 - 쪽새골- 백운산 - 석기봉 - 삼도봉 - 능선안부 - 민박집)조에
주용대(산행대장), 이충원, 김부근, 박상길, 김인렬, 김대웅, 이범익, 김기수,
조기창, 박병태, 서붕교, 김한근, 정방호 13명
짧은 코스(민박집 - 황룡사 우측 - 쪽새골- 백운산 - 석기봉 - 능선안부 - 민박집)조에 김정규, 임용호 2명
단풍조 : 김연래, 현응렬, 오경호, 김영훈, 배성한, 임무택, 박성재, 이상용(초반에 산을 올랐으나 단풍조에 합류) 8명
- 나중에 이들의 정체를 밝혀 주마!!!
백운산 입구에서 민박집이 얼마 떨어지지 않아서 우리들은 황룡사 오른쪽을 돌아서 백운산(민주지산)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곡 밑까지는 꽤 길이 멀다. 한 30분가량을 걸어서 쪽새골 입구에 다달았다. 백두대간 1주행을 완료한 주용대가 산행대장을 맡아 우리들을 이끌었다. 우리들은 이구동성으로 산귀신의 위세에 눌려 “대장 천천히 가자!”고 사정을 하고.... 어쩌면 어제 밤에 그렇게 마신 술을 생각하면 오늘 아침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게 그나마 초반 기권자를 덜 내는 날씨인지도 모르겠다며 산행을 시작했다. 날씨가 햇빛이 쨍쨍 쬐는 날이면 덜 깬 술기에 숨이 차서 산을 오르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니 주룩주룩 비 내리는 날씨를 오히려 고마워하며 백운산을 오른다.
산길이 그렇게 급하게 경사가 져있는 것도 아니고 완만한 경사가 계속되는 그렇게 힘든 산행 길은 아니다. 그러나 산을 오르면 언제나 힘든 평소에 담배에 절은 폐를 가진 나처럼 우리 일행은 한 20분 걷다가 쉬고 담배 1대 피우고를 반복하며 백운산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겨 놓았다. 원래는 능선 안부를 통해서 삼도봉 - 석기봉 - 백운산 코스로 산행을 하려고 계획했는데 우리의 산행대장 용대가 정상까지 가는 길이 평탄하기는 해도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니 바로 정상을 채서 가는 원래의 코스와는 정반대의 코스를 택하였다.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4시간 이상을 걸어서 정상을 향했더라면 기권자가 많이 나오고 많이 지치는 힘든 산행이 되었으리라.
비가 내려 방수처리가 안된 윗도리를 적시고 가슴 안쪽, 사타구니까지 스며든다.
그러나 걷는 동안에는 열기로 땀인지 빗방울인지 구별이 안 되는 눈앞을 가리는 물기를 연신 훔쳐내면서 걷기를 1시간 반 이상. 이제는 오르막이 좀 급해지면서 정상의 8부 능선에 다다른다.
8부 능선을 숨을 몰아쉬며 오르니 이제는 백운산 마루가 저만치 보인다. 마지막 9부 능선이다.
먼저 오르고 있는 산행대장 용대, 범익이, 기수 등이 뒤를 따라 오르는 우리들을 보고 “바로 저기니 힘내라!”고 외쳐댄다.
산마루를 오르니 ‘백운산 정상 0.4KM’라는 표지판이 우리를 기다린다.
400M가 아닌 200M 남짓 오르니 드디어 백운산 정상이다.
해발 1,241M의 백운산 정상에 올랐다. 2시간가량이 걸렸다.
우리의 BASE CAMP인 나그네민박이 해발 5백M 정도라니 약 700M 정도를 올라 온 것이다.
산 정상에는 아직도 일제가 지었다는 ‘민주지산’이라고 씌어 있다. 일제 36년 식민지배의 그늘은 해방 후 6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우리 산하에 널려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이 쪽바리 새끼들!”하는 괘씸함이 용솟음친다.
백운산을 오른 우리들 긴조 13명은 3년만에 처음 하는 산행인데도 장하게도 정상까지 오른 대웅이를 연신 칭찬해대며
붕교가 가지고 온 양주로 정상주(頂上酒)를 한잔씩 나누어 마셨다.
빗물로 땀으로 물을 잔뜩 머금은 모습들로 정상 정복 기념사진을 한방 깊이 박았다.
“물이 많이 있을 때 잘 박아주소!”하는 걸쭉한 농을 내뱉으며...

산을 오르고 운동으로 계속 몸을 다듬는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일행의 대다수가 쉬는 시간만 되면 담배 한대씩을 꼬나문다. 하기사 이렇게 좋은 공기를 자연적인 복식 호흡으로 마셔대는 오늘 같은 날에는 담배를 계속 피워대도 담배연기도 아마 정화될 상 싶다. 백운산 정상에서 조금 쉬다가 다시 갈림길 산마루로 내려가니 아래 9부 능선에 짧은 조의 정규와 용호가 올라온다. 우리 모두들은 힘내라고 계속 소리를 질러대며 그들을 격려한다.
이제부터는 긴조, 짧은조의 구별이 없어졌다. 가는 데까지 가다가 안 되면 중간에서 단축코스로 가기로 하고 석기봉을 향한 산행을 다시 시작한다.
산등성이를 걷는 코스가 계속 이어진다. 비는 이제 조금씩 가늘어지고 안개가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어진다.
안개에 젖은 백운산 일대의 산봉우리들이 마치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아늑하다.
아! 우리 어머님은 이 아들이 제대로 효도할 틈도 주지 않고 너무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어머님 일생에 단 한번 입원하고 20일 후에 이승을 떴으니 그 서운하고 애잔함에
어머님 가신지 7년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이 애달프다.
아무래도 산등성이 길이다 보니 덜 힘들기는 하다. 1시간 정도 걷고 한번 쉬고 석기봉을 향해 계속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산에 오면 항상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이라는 생각을 한다. 외국 어디에 비겨 보아도 우리나라처럼 곳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국토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산지가 국토의 70%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인구는 많지 들판은 좁지 우리나라는 역사 이래 항상 배부르게 먹고 살지를 못하는 숙명을 타고 났다는 생각에 거꾸로 산지가 30%이고 들판이 70%였다면 먹고 살기가 좀 편해져서 우리 민족의 기질도 좀 부드럽고 정치적 갈등이나 지방색, 국토분단 등의 문제도 좀은 덜 심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젖었다. 그러나 타고난 저마다의 국토가 비록 좁고 아쉽더라도 내가 밟고 사는 이 땅을 내 집처럼 사랑한다면 좀 더 평화스럽고 행복하게 사는 이 땅이 되지 않을까?
12시를 좀 넘어 석기봉에 도착했다.
12시 20분쯤 되니 석기봉을 넘어 온 이, 바위산인 석기봉이 위험해서 우회코스로 돌아 온 이해서 15명 전원이 무사히 도착했다. 물론 모두들 비에 젖어 땀에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3시간 반 여를 묵묵히 잘 걸어온 역전의 용사들이다! 우리가 백운산을 홀로 전세 낸 줄 알았는데 석기봉에 오니 다른 일행 2명이 먼저 와 있다가 점심을 먹고 자리를 뜬다. 점심때에 맞추어 이제 비도 그쳤다.
오늘 날씨 한번 참 기막히게 아귀가 맞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침에는 술에 젖은 몸 깨우려고 비가 내리더니 점심때가 되니 비에 젖지 말고 밥 먹으라고 비가 그치니
참으로 백운산의 산신령님이 우리의 성공적인 1차 합동산행을 도와주는가 보다.
황금색으로 물든 금잔디가 깔려 있는 비에 덜 젖은 생각보다 넓은 자리가 있어 우리 일행 15명이 빙 둘러 앉아서 민박에서 마련해준 주먹밥 점심도시락을 꺼내니 찰밥 주먹밥 세 덩이와 김치, 단무지와 콩나물국도 있다. 석기봉 아래에는 옹달샘도 있어 물을 떠 나르고, 충원이와 용대는 버너와 코펠을 꺼내 불울 붙이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하나씩 까먹고 고개를 드니 부근이 우리의 ‘실미도’가 민박에서 챙겨온 막걸리, 소주, 김치와 깻잎을 꺼내고, 용대가 소주를 꺼내고, 내가 서울서 사갖고 온 양주를 꺼내고, 인렬이가 제수씨가 챙겨준 밑반찬거리를 꺼낸다.
막걸리에, 소주에, 양주에 비에 젖어 추웠던 우리들의 몸이 녹는다. 충원이와 용대가 끓여주는 라면과 라면 국물에다 커피까지 한잔 먹고서는 드디어 진수성찬의 점심을 끝냈다.
땀에 비에 흠뻑 젖은 런닝셔츠를 벗고 등산셔츠만 입으니 몸에 옷이 덜 감겨 그런지 몸이 한결 가볍다. 이번에 돌아기면 방수 기능이 있는 등산용 점퍼를 하나 사야겠다. 오늘은 날씨가 그래도 덜 추워 그렇지 비에 이렇게 쫄딱 젖으면 저체온증에 걸려 산행 후유증이 심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석기봉 옆을 돌아 삼도봉을 향하여 발길을 돌렸다.
조금의 오르막이 나타났다가 내리막이 이어지고 산등성이로 이어진 길은 참으로 좋다.
날씨가 맑아 안개가 끼지 않았다면 이어지는 연봉을 굽이 보며 내려가는 우리들의 눈들이 참으로 즐거웠을텐데... 아쉬움이 크다. 한두 차례 위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거쳐 30분여를 걸어 삼도봉에 도착했다. 전라북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우리나라 남쪽 3북도의 경계가 바로 여기의 삼도봉이다. 거북이가 3도 방향을 보고 정상에 석상으로 누워있다.
카메라를 갖고 온 정규와 대웅이가 지름길로 내려간다고 중간에서 쳐져서 아무도 휴대폰 외에는 카메라가 없어 눈 카메라로 삼도봉 정상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삼도봉에 오니 산행객들이 꽤 많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덜 붐빈다. 단풍도 완전히 져서 한 2주 전에 왔다면 단풍이 절정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단풍이 절정일 때 왔다면 앞사람 엉덩이만 보면서 걸어야 하는 산행이 되었을 테니 오늘이 더욱 좋은 날임에는 틀림이 없다.
술에 쩔은 우리에게는 더더욱 좋은 날씨임에 틀림이 없다. 그쟈! 친구들아!
이제는 하산 길이다. 우리나라 산에는 꽤 올라 보았지만 오늘 오른 백운산은 전체적으로 등산길이 참으로 곱다. 그렇게 험하지도 않고 인공적인 계단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르막 길은 전체적으로 급격한 경사 없이 완만하고 내리막 길도 급하지 않아서 초등생 아이들 데리고 가족 산행을 해도 좋은 산이라고 추천하고 싶을 만큼 우리 사람들에게 친근한 산이다.
하산 길을 계속 재촉하는데 멀리서부터 날이 개이고 산의 원경이 맑게 다가온다.
길바닥에는 1년을 줄기차게 살아온 나무들의 옷들이 결실의 계절에 맞추어 땅바닥에 두텁게 몸을 누이고 있다. 굴참나무 잎, 단풍나무 잎, 소나무 이파리(갱상도 말로 ‘갈비’)부터 이름 모를 나무들이 옷을 벗고서 다음 해의 신록을 준비하는 겨울 잠에 들어가려고 준비가 부산하다.
우리가 보고 듣지 못할지라도 나무들은 1년 동안 농사지은 영양분들을 갈무리하여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푸르름이 움트는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운동에 한창 바쁘리라!
이제는 하산 길 주변에 계곡들이 나타나 그 졸졸거리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긴 걸음에 지친 우리들의 귀를 통하여 눈을 통하여 우리들의 피로를 씻어준다.
우리가 어제 차로 들어온 30KM 정도의 긴 물한(勿閑)계곡의 시발점을 형성하는 계곡들이다.
조그만 폭포가 나타나고 연이어진 계곡에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가득하다.
새벽부터 점심때까지 내린 비로 우리가 걸음을 내딛는 발밑에는 이름 모를 낙엽들이 가득히 내려 앉아 긴 산행에 지친 우리를 위로한다.
1시간여를 걸어 내려오니 이제 오늘 산행의 마지막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아침에 출발하여 점심때가 되어서야 비가 그치고 내려오는 우리의 발길에 맞추어 하늘이 맑게 개는 2005년 11월 6일의 백운산(민주지산) 날씨는 ‘경남중고 29회 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되새길 수 있는 크나큰 이정표가 되리라!
출발시간부터 하산까지 6시간여를 걸어 드디어 우리의 BASE CAMP인 나그네 민박에 닿으니
‘단풍조’ 8명이 우리의 출발부터 하산까지 기다리면서 기울인 술잔으로 인해 붉으락푸르락 해진 단풍 같은 얼굴들로 우리들을 맞는다.
바로 이게 ‘단풍조’의 정체다.
하지만 산행을 목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먼 길을 달려 이곳까지 왔으니 앞으로는 ‘단풍조’가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없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램이다.
땀에 젖어 비에 젖어 나누는 정상주(頂上酒) 한잔이 밑에서 정신없이 마시는 10병의 술보다 더욱 맛있고 달콤함을 다같이 다함께 느껴보는 것이 더욱 큰 기쁨과 행복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들도 적은 나이가 아닌 만큼 우리 모두 술은 좀 적게 마시자.
건강을 위하여 그저 기쁨으로 반가움으로 몇 잔 부딪치며 즐겁게 마시자!
그게 바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교훈이 아닐까?
우리가 하산하고 30분쯤 뒤에 정규와 용호, 대웅이가 지름길로 내려가려다 어차피 온 길이다 하고 삼도봉으로 발길을 돌려 우리의 뒤를 따라 하산하여 나그네민박에 도착했다.
긴긴 6시간 반의 ‘경남중고 29회 동기회 제1차 합동산행’이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끝났다.
제1차 합동산행 모두 무사히 잘 끝내게 해주셔서 백운산 산신령님 고맙습니다!!!
간단한 해단식을 끝내고 서울로, 대전으로, 부산으로 헤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서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어깨를 부둥켜안고 우정을 가슴에 새기며 아쉬움을 달래면서 우리 모두들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흔들었다. 앞으로는 이런 기회를 자주 갖기를 약속하면서....
우리 29동기 23명이 부산, 울산, 대전, 서울에서 1달여간 서로 연락하고 준비하여 여기 충북 영동의 백운산 자락에 모여 우정을 다지고, 빗속을 뚫고 땀으로 빗물로 얼룩져가며 보낸 1박2일의 여정은 우리 살아가는 그날까지 영롱한 기억으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우리의 마음에 아로 새겨지리라!
친구들이여!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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