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에게 특별히 주어진다는 산행후기작성의 영광(?)이 출발하기 전부터 은근히 부담이 되었었는데,
어제 저녁 집에 들어오자마자 뻗어버린 사이에 이쁜 마눌님께서 내 숙제를 미리 다 해 놓으셨네.

난생 처음 동참한 남편친구들의 산행모임이 만족스러웠던지 그새 자기 블로그에 내 숙제인 '산행후기'를 올려 놓았네...
골머리 싸매고 씨름해 봐야 초등학생 일기장 수준 밖에 안 될것 같고, 염치 불구하고 슬쩍.....

마누라는 펄쩍 뛰면서도, 못 이기는 척 눈감아 주는구만,
(휘묵이 성화에 못 이기는 척 답안지를 책상 한쪽으로 밀어내 보여준 성룡이처럼......).
출처만 밝히면 불법복제는 아니지만, 바쁘면 그짓도 조교를 시킨다는 대학교수의 못된 습성이 나오는것 같아 씁쓰레하네 그려...

하지만, 이 참에 센스있는 마누라 자랑도 할 겸...

138차 산행후기(천황산)는 http://blog.naver.com/idbaik103/60057986722 를 열어보세요.


My Pictures_333.jpg


============================================================================================
◆ sandy의 명을 받들어 초롱이님 블로그 내용을 살짝 가져왔습니다. ( by 파파민 2008. 11. 28 09:57)

 

남편의 고등학교 동기 산악회가 한 달에 두번 등반을 한다며
 결혼 때 함진아비까지 했던 친한 친구가 등반대장이 되고부터
참석하라는 은근한 강요를 받아왔다.

남편은 혼자 가기가 떨렸는지 같이 가자고 성화를 하여
일요일 아침 8시에 동래 지하철 역으로 갔다.
평소엔 참석 인원이 많지 않다더니 오늘은 3쌍의 부부와 4명 총 10명이다.
며칠 매서운 추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일요일은 늦가을의 기온을 회복하여 등반하기 좋은 날씨였다.

산행은 밀양 산내면과 울산 상북면 사이에 위치한 천황산이다.
남양산을 거쳐 신대구부산고속으로 해서 밀양 표충사 표시를 보며 달린다.

밀양에 들어서니 열매가 다 떨어진 앙상한 모습의 대추나무들이 많이 보이고
길가에서 대추를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간간히 이어진다.

 

표충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하쳔을 따라가니 뽀족한 필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표충사-필봉-천황산-표충사로 원점회귀의 13.5km의 산행이다.

001.jpg


필봉까지 600여m를 치고 올라가기 때문에 가파른 길을 힘들게 가야한다.
대장과 두쌍의 부부는 재빠르게 올라간다. 두명의 부인도 얼마나 잘 걷는지 정회원이 되었단다.

빨리 걷지 못하는 남편과 빨리 걷기 싫어하는(?) 나는 후미조에서 다른 두 분과 천천히 걸었다.
항상 뒤쳐져 후미를 맡는다는 두 분은 우리 덕분에 세가 늘었다고 즐거워하였다.

2시간만에 시야가 확 트이는 필봉에 도착했다. 뽀족한 붓 끝을 닮아서 필봉이라는데
입시 앞 둔 부모는 이곳에서 사진 찍으면 아이가 공부 잘한다고 하길래 우리도 얼른 사진을 찍었다.

일요일 집에서 하루종일 혼자 밥 챙겨먹을 유진이를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죄책감을 느낀 부모들이 지어낸 말일게다.

002.jpg

필봉에서 30분쯤 가다 필봉 삼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각자 싸 온 도시락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남자분들은 생명수(?)도 한모금씩 하셨다.

점심을 먹고 능선을 타고 가니 멀리 정상이 보이고 그곳까지 600여m 더 올라가야한다.
엷은 구름 베일에 싸인듯한 하늘아래 밀양 얼음골쪽 산들의 부드러운 능선을 바라보았다.

003.jpg

 

004.jpg

참나무, 굴피나무들이 울창하던 산은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철쭉과 조릿대들이 주를 이루고 억새밭이 이어진다.
1시간반 후 드디어 영남 알프스 산군이 쳡첩이 이어진 전경이 펼쳐지고 정상과 재약산 사이의 분지가 나타났다.

005.jpg

 

006.jpg

 

007.jpg

천황산은 일제강점기 때 붙은 이름이라 사자봉이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단다.
영남 알프스의 1000m 넘는 산군들이 줄지어 이어진 모습이 장관이다.

밀양 산내면 얼음골 방면은 가지산-백운산-운문산-억산으로 이어지는 산군이 병풍처럼 둘러쳤고
골짜기 반대쪽은 간월산-신불산-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줄기를 이룬다.
대장은 한국지리를 전공하신 교수님이라 상세한 설명을 해주신다.

008.jpg

모두가 하나같이 빼어난 산들로 이 모든 경관을 볼 수 있는 천황산 정상은
여기저기 수많은 길로 올라온 등산객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고
쉬면서 잠시 산에 취했다가 다시 제갈길로 내려서게 된다. 

009.jpg

 

010.jpg

 

011.jpg

계속 재약산으로 진행하면 사자평이 나오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표충사까지 4.8km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하산길은 토곡산의 하산길과 거의 흡사하게 낙엽이 쌓여 미끄럽고 가파른 길이었다.

012.jpg

두시간 정신없이 내려오니 한계암이라는 암자가 나온다.
거의 쓰러져가는 누추한 암자엔 사립문마저 열려있다.
주인 없는 암자에서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돌아나왔다.

013.jpg

 

014.jpg

 

015.jpg

한계암에서 30분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표충사 뒷쪽이다.
눈을 들어 보니 몇시간 전 내가 섰었던 뽀족한 필봉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표충사는 대강 눈도장만 찍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016.jpg

 

017.jpg

주차장 옆 순두부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거의 7시간에 걸친 긴 산행을 마무리했다.
아저씨들은 고등학교 때 추억을 풀어놓고 아무 걱정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간듯 시간을 잊었다.

처음 만나는 남편 친구들이지만 산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모두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나도 같은 동창인양 즐겁게 어울릴 수 있었다.
산도 좋고 친구는 더 좋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