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일반산행기 - Report
겨울 덕유산 종주기(2009년 2월 27일-28일)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 남겨야겠다는 세속적인 욕망을 감추기 어렵다. 어쩌면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런 연유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50명에서 100명 가까운 친구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재미삼아 읽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나로 하여금 또 다시 컴퓨터 자판 앞으로 다가가게 한다.
10번째 산행기이다. 친구들에게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지만, 동료들 그리고 지인들에게는 메일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보내고 있다. 기대만큼 환영받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스팸메일로 취급받을지라도 계속 보낼 예정이다. 적어도 그냥 부담 없이 delete 해줄 아량들은 그들이 갖고 있으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암벽이나 빙벽 클라이머가 아닌 일반 산행객들에게 어느 산, 어느 코스가 가장 힘이 들면서 가장 인상적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각기 다를 것이다. 50이 넘어 시작한 산행이라 굳이 어디를 꼭 가보아야지, 어느 산은 꼭 정복해보야지 하는 욕심은 없을 것 같으나, 이 역시 스포츠라 도전이라는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다.
등산을 시작하면서 1차적인 목표는 건강이었다. 엄청난 에너지 소모와 절식을 통해 허리둘레 32인치를 이루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마음껏 먹고 마시면서도 허리둘레 32인치를 유지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건강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식욕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결국 등산에 의존하게 되고 등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중독인 셈이다.
어느 듯 등산과 건강과의 관계는 망각한 채, 점점 인근 산은 시시해지고 가능하면 더 멀리 더 높은 산에 도전하게 된다. 등산을 시작하면서 우선 해결해야 할 숙제로 3코스를 정했는데, 설악산 공룡능선, 지리산 칠선계곡, 덕유산 종주가 그것이다.
작년 초여름 지리산 칠선계곡을 쉽게 다녀온 이후, 작년 가을 해병대 산악대를 막 제대한 막내아들과 함께 오색-대청봉-휘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소공원 종주길을 11시간 30분에 주파하는 건각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말, 마지막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설기 산행지로 널리 알려진 덕유 주릉을 다녀왔다. 통영-대전간 고속도로 서상IC에서 나와 경상남도 덕유학생수련원 부근에 있는 영각사 인근에 차를 세워두고 남덕유산에 오른 후 삿갓봉을 지나 삿갓재골 대피소에서 1박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임광렬 동기가 가장 좋아한다는 무룡산에 오른 후 덕유 주릉과 백두대간의 갈림길인 송계삼거리를 지나 북덕유산에 올랐다. 무릎을 보호해야 한다는 핑계로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를 이용해 쉽게 하산했다.
일행과 함께 택시로 안성, 육십령을 지나 등산출발지점인 영각사에 도착했는데, 택시요금은 물경 50,000원이나 달라고 했다. 하지만 무주리조트-신풍령-거창-안의-서상까지를 버스로 여러번 갈아탈 것을 생각하니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결코 비싼 것은 아니었다. 물론 부산으로 오는 길에 아주 독특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사천냉면을 빠뜨리지 않고 곱빼기로 먹고 왔다.
설산, 상고대, 눈꽃을 기대하고 처음으로 50리터 배낭 속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눈은 대부분 녹았지만, 덕분에 등산로는 빙판으로 변해 남덕유산부터 북덕유산까지 총 14.7㎞를 아이젠을 차고 걸어야 했다. 남덕유산을 오르는 길이 가팔라 제법 용을 썼지만, 나머지 능선길은 특별히 힘든 곳은 없었다. 하지만 폭설이 내리고 기온이 급감할 경우, 스틱, 아이젠, 스패츠, 고글과 같은 적설기 장비뿐만 아니라 보온과 방풍을 위한 장갑, 모자, 내복 등 의류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먹거리에 만전을 기해야 실수가 없을 것 같다.
끝으로, 산에 가서 제발 술 좀 적게 마시자. 그리고 옆 사람 술 가져오지 않아 입맛 다시고 있다 싶으면 권해라.
영각사 입구에서 출발해 남덕유산 정상 직전에 나타나는 암릉 구간, 뒤쪽 가장 높은 곳이 남덕유산 정상(1,507m)이다.
남덕유산 정상석(1,507m)
남덕유산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바라다 본 서상 분지(경남 함양군 서상면)
남덕유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바라다 본 덕유 주릉, 가운데가 삿갓봉(1,264m), 다음이 무룡산(1,492m)이고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북덕유산의 향적봉((1,614m)이다.
남덕유산에서 삿갓봉으로 가는 도중 뒤를 돌아본 것으로, 왼편이 남덕유산 주봉(1,507m)이고 오른편이 서봉(1,500m)이다.
삿갓재골 대피소, 남덕유산에서 4.2㎞ 떨어져 있으며 삿갓봉을 넘으면 바로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북덕유산까지는 10.5㎞이다.

삿갓재골 대피소에서 남쪽을 바라다 본 것으로, 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 다음 능선은 괘관산(1,252m)-백운산(1,279m)-장안산(1,237m)으로 생각되며, 오른편 가까이 보이는 산이 남덕유산이다.

위사진에서 지리산 주능선을 확대한 것으로 왼편에 높은 봉우리가 지리산 천왕봉(1,915m)이고 오른편에 높이 솟은 것이 반야봉(1,733m)과 노고단(1,507m)이다.
무룡산에서 남쪽을 바라다 본 것으로 남덕유산과 덕유 주릉이 확연하게 보인다.
우리나라 특유의 계단식 능선, 간헐적 융기에 의한 한반도 산지형성과정을 이해하는 Key일 것으로 판단되나, 내공 부족으로 아직 구체적인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가야산(1,430m)이다.
덕유 주릉과 백두대간의 갈림길인 송계삼거리에서 북덕유산, 남덕유산과는 달리 산세가 완만하고 정상이 평평한 고위평탄면으로 나타나는데, 정상 부근 가장 평탄한 곳을 덕유평전이라 한다. 북덕유산이 백두대간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직접 가보고서야 알았으니 산맥전문가라는 내가 한심할 뿐이다.

북덕유산 중봉(1,594m)에서 바라다 본 덕유 주릉, 멀리 남덕유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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