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온지 한달되었다. 친구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내려왔는데, 이제사 여행기로 인사합니다. 표선에 터를 잡고 있는데, 시간 날 때마다 부근을 돌아다니고 있답니다. 방가방가 친구들!!!!

아내가 제주에 왔다. 3월 12일 토요일 아침, 아내 자는 것 보고, 아침 일찍 바닷가로 나가 낚시를 드리웠다. 우럭 한마리, 또 이름 잘모르는 놈 한마리가 걸렸다. 아침 먹을때 구워먹었다. 어째 맛있었을 것 같지 않나요?

하릴없다. 올레길에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무작정 걸어보기로 한다. 저번에 갔던 곳 반대편, 표선에서 신산리 온평리 거치면 섭지코지가 나오는데 목표는 일단 섭지코지까지로 잡았다.

신산리부터 해안도로가 나온다. 그 시작에 차를 대놓고 부는 바람을 맞으며 걷는다. 경치가 썩 좋지는 않다. 도로 안쪽으로 00수산이 무수이 많다. 첨에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제주는 바람이 많이 불어 바다에서 물고기를 양식하지 않고 육지로 물을 끌어 올려 양식하는데, 바로 00수산이라는 데가 바로 그 양식장이란다. 바닷가에 기계돌아가는 소리가 씨끄럽게 들리는데, 양수기 돌리는 소리다.

 도로 주변에 꽃이 많이도 피었다. 가장 많은 꽃은 개불알풀(봄까지꽃)이다. 큰개불알풀인 듯한데, 잘 모르겠다. 담장 밑에 파랑게 옹기종기 피었다. 그 열매가 개불알처럼 생겼다 해서 붙였단다. 누가?? 도대체???

 개불알풀과 함께 피는 꽃이 이 광대나물이란다. 육지에선 아직 볼 수 없는 꽃이다.  제주에선 서울, 부산 가리지 않고 모두 육지라고 부른다. 머위는 꽃이 피어 이젠 질려고 하고 있다. 제주엔 꽃이 일찍 핀다.

쇠별꽃도 피었다. 따뜻한 담장 아래에 조금씩 피어 있다. 이런 꽃 보려고 이곳까지 오진 않는다. 그러나 바다가 그렇게 여긴 볼품이 없다.

 

 바다는 출렁이고 있다. 해녀들이 해아주망, 아니 해하루망들이 들숭날숭하고 있다. 무엇을 캐는 걸까? 나중에 가까이서 봤더니 미역과 군수를 주로 채취하고 잡고 있었다. 한 바구니씩. 가끔 홍삼도 있었다. 안판다고 했다. 홍삼은 수요가 많은 것 같았다.

 이건 아마도 무꽃이 아닐까 싶다. 가끔 야생 무들이 있고, 꽃을 피웠다. 제주엔 무, 배추가 사시사철 생산되는 곳이다. 겨울에도 무는 자라고 있고, 무밭에 무가 가득 요즘도 많다. 무씨가 야생에 뿌려져 이렇게 꽃을 피우고 있다.

 

 유채꽃도 야생이 많다. 길가에 누가 뿌린 것도 아닌데, 노란꽃을 환하게 핐다.

 

 길과 바다 사이에 돌로 만든 둑이 있다. 둑엔 돌을 쌓아놓았다. 무슨 장식일까? 하여튼 우리나라 사람들 돌쌓기는 참으로 좋아한다. 없는 것보단 낫지만 저렇게 하면 뭐 부처님의 은덕이라도 입을 수 있단 말인가? 괜히 심술을 부려보지만, 보기는 좋다.

 

 돌담을 넘어 바다쪽을 바라보면 이렇게 된다. 방파제 역할을 하는 걸까?

 

 우리가 지나온 쪽의 바다다.

 

 

 가끔 이렇게 바다로 나가는 쪽문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무슨 안내판, 글이 있다. 환해장성이란다.

 

신산리의 환해장성,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긴 성. 돌로 만든 성. 고려때 삼별초군이 진도 용장성에서 싸우다 탐라로 들어가려고 하자, 관군이 그들의 제주 진입을 막기 위해 해안 300리에 쌓은 성이란다. 이후에도 보수되어 현재에 이른다고 한다. 그 사실성에 의문이 가긴하지만, 하여튼 성은 성인 모양이다. 차라리 그냥, 파도를 막기 위해 쌓은 제방이 아닐까.

 

 길가에 상록수가 자신의 색을 그냥 유지한 채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있다. 돈나무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맞는지 틀리는지 친구들이 아마 알려줄 거다.

 

 그 옆에는 소귀나무가 더 큰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주도에 아주 많은 나무다. 돈나무와 함께. 난 내 옆에 함께 사는 사람들을 알고 싶다. 그리고 내 옆에 사는 식물들과 동물들의 이름만이라도 알고 싶다. 그러나 그게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하나씩 알아가다가 나이들어 더 많이 알다가 가장 많이 알게 되었을 때 죽을 거다. 치매걸리면 하나씩 잊어가다가 모두 잊었을 때 죽을지도 모른다.

 

 환장장성에 큰 문이 하나 있다. 나의 올레길 산책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해찰이 심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10리를 한 시간 이내에 주파(?)들 한다고 하는데, 난 2시간 이상 걸린다. 뭐 빨리 가야 할 일도 없고, 바다와 풀과 꽃이 있으면 들락날락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이 있는데 아니 들어갈 수가 없다.

 

바람이 좀 심하여 아늑한 곳을 찾는다. 마침 의자가 있어 아내를 앉힌다. 지가 뭐 여왕이래나. 난 시종이란다. 먹을 걸 모두 꺼내 여왕께 바친다. 그런데도 뭐가 맘에 안 차는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여왕께서. 

 

 요건 돈나무.

 

 환장장성에 누군가 솟대 모양의 나무를 하나 꽂아놓았다. 없는 것보다 낫다.

 

 중간 중간에 해녀의 집인지 도로 안쪽에 건물이 있고, 저 바닷가엔 등대가 있다.

 

 배가 암초에 걸리지 마라고 등대를 세웠다. 저런 걸 보고 사람들은 낭만이 있다고 한다.

 

 개불알풀꽃은 파랗다. 난 파란색을 좋아한다. 언제부턴냐고? 모른다. 그래서 난 개불알풀을 좋아한다. 자세히 보면 이렇게 안 이쁜 게 없다. 울학교에들은 거친애들이 많다. 나와 수업시간에 싸워 내 수업시간에는 이핑게 저핑게 대가면서 안들어오는 애들도 있다. 지금은 나도 애들도 적응하고 있는 기간이다. 3월초보단 훨씬 좋아졌다. 서로가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다. 개불알풀도 그냥 지천에 있을 땐 아무 느낌도 없다. 그냥 잡풀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쁘다. 파란색, 4개의 꽃잎, 하얀 수암술, 꽃잎에 새겨져 있는 더 진한 파란색 줄. 꽃잎 가장 안쪽의 보라색에 가까운 띠..... 이렇게 자세히 만나면 이쁘다. 울학교 애들도 곧 이쁘질 거다. 이쁜애가 더 많기는 하다. 몇명이 나와 어울리지 않을 뿐이다.

 

 길가 식당 옆에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유채꽃이 이쁜지 아내가 이쁜지 알아보기 위해서 사진을 찍었다. 누가 더 이쁜가요? (댓글 올릴때는 자신의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면서 올릴 것 ㅋㅋㅋㅋ)

 

 여긴 온평리 쯤 되나 보다. 길가의 집과 담과 골목이 정감이 넘친다. 파란 지붕이 유난히 많다. 저 색이 빨간색이라고 생각해보면 왜 파란 지붕이 많은지 알 수 있다. 담과 집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골목. 이게 바로 제주도다.

 

 바닷가에 해녀아주망들이 물질하고 나와 정리하고 있다. 가까이 가서 봤더니 미역과 군수가 대부분이었다. 군수는 징그러웠다. 퍼렇고 뻘건 내장이 아예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다. 삶으면 조그맣게 되고 맛은 쌉싸브레 한 것. 우리 어망이 참으로 좋아하신다. 어망이 옆에 계셨다면 많이 샀을 거다.

 

 해녀상과 해녀 아주망. 제주 올레길 곳곳에 이런 해녀상들이 많다. 해녀의 물질은 연중 이어지는 듯하다. 요즘도 활발하다.

 

이건 무슨 꽃일까? 잎에는 침이 끝에 달려 있다. 꽃은 민들레 꽃 같기도 하다. 곳곳에 겨울에도 지지 않고 자라고 봄이 되니 양달부터 꽃을 피우고 있다.

 

많이 걸었다. 섭지코지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우리의 목표는 달성될 수 없을 듯하다. 11시경부터 오후 1시 반경까지 걸었으니 20리는 족히 걸었을텐데, 우리가 지나온 거리는 얼마 안된다. 해찰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리라. 해녀의 집에 요기하기 위해 들렀다. 마침 모듬해산물이 있길래 2인분을 시켰다. 홍삼이 그렇게 비싼가? 요것밖에 안되었다. 사실 홍삼은 맛은 별로다. 딱딱하고 별맛이 없는데, 사람들은 좋아한다. 몸에 좋다나 뭐래나. 다시는 이런 모듬 해산물 시켜먹지 않을거다. 특히 해녀의 집에서. 올레길을 벗어나 육지쪽으로 조금 들어간 음식점에선 이렇게 비싸지 않다. 요기가 될리가 없어 전복죽을 다시 시켜 먹는다. 그것은 맛있었다.

 

원래는 올레길 정식을 주문하려고 했다. 떨어졌단다. 해녀의 집은 군데군데 많다. 올레길 덕분에 먹고 사는 사람들 많다.

 

이곳이 온평리였다. 이젠 우리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섭지코지를 꼭 가야할 필요는 없었고, 앞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로 들어섰더니 돌담 너머로 집이 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든 집이다. 마당이 있고, 그 곳엔 잔디가 깔렸고, 앞엔 소철나무가 자라고 있다. 옆 텃밭엔 마늘이 또 자라고 있다. 집 전체는 돌담으로 경계가 져 있다. 일층 아담한 파란 지붕을 가진 집. 내가 살고 싶은 집이 이런 집이다.

 

마을의 반은 집이 들어서 있고 반은 밭이다. 밭도 철저하게 돌담으로 경계가 져 있다. 바람때문에 작물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누가 말했나? 동백꽃 구경하려면 고창 선운사에 가라고. 잘못된 말이다. 동백은 제주에 많고 꽃도 무지 이쁘게 피었다. 겨우내 꽃을 피우고 봄이 되면 정말 화창하게 핀다. 선운사의 동백은 꽃이 띄엄띄엄 피어 감질나지만 제주의 동백은 나무의 반이 꽃이다. 짙은 초록과 완전한 빨간색은 보색이고, 그래서 더욱 뚜렷하다.

 

그런데 동백은 한가지 안좋은 점이 있다. 꽃잎의 끝은 어떤 꽃이나 흠집이 있다. 추위에 얼었는지, 바람에 말랐는지, 완전하게 결함이 없는 꽃이 없다. 보색대비가 확실하여 뚜렷하긴 하다만 자세히 보면 꼭 말라버린 꽃잎을 달고 있다. 그래서 좋은가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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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거의 지나 1132번 제주 일주도로 가까이 왔다. 밭 하나가 펼쳐져있다. 무가 싱싱하게 다자라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왼쪽 담장에 흰깃발이 꽂혀있다. 바로 앞밭에는 빨간 깃발이 꽂혀져 있었다. 저게 뭘 의미하는 걸까? 모른다.

제주는 바다도 좋지만 동네 구경도 좋다. 동네가 점점 더 정겨워지고 있다. 사람들 냄새가 모락모락 나기 때문이다. 돌담과 다 자란 무와 그리고 마당과 또 돌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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