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 참 재미있는 말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나와 아내는 놀토부부다. 토요일에 오름을 올라가기로 한다. 오름의 여왕 다랑쉬 오름이 목표다. 오름의 왕은 어느 오름일까?

 

다랑쉬 오름의 전경이다. 아끈다랑쉬 오름에서 보이는 전경이다. 밑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산같다. 올라가면 중앙에 분화구가 있어 육지의 야산과 차이가 난다.

 

다랑쉬 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의 평면도다. 다랑쉬 오름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다. 위에 올라가선 분화구를 한바퀴 돌 수 있다. 아끈다랑쉬는 작은 다랑쉬란 말이란다. 다랑쉬 오름을 한바퀴 돌 수 있다. 승용차는 안되고 내차인 코란도같은 차는 된다. 내려와서 한바퀴 돌아봤다.

 

분화구가 달모양처럼 생겼다는 데서 이름이 생겼다는데,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4.3때 다랑쉬마을이 사라졌고, 그 마을 사람들의 유해가 부근의 다랑쉬 동굴에서 얼마전에 발견되었으나, 제대로 된 진상이 조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랑쉬 동굴은 표지판이 있는 곳 부근에서 한참을 찾아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조금 올라가다 등대풀을 만났다. 초록색 꽃이 특이하다. 바닷가에 많아서 등대풀이 되었는데, 이녀석은 산에 피었다.

 

제일 많은 꽃은 양지꽃과 왜제비꽃이다. 온통 이 두 꽃이 노랑과 보라색으로 뒤덮고 있다. 꽃을 찾아다니면 노랑과 보라색으로 오름 전체를 범벅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꽃을 생각하지 않으면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데, 참 이상하다.

중턱에서 만난 하얀꽃. 무릇같은 풀에 흰꽃이 피었다. 산자고꽃이다. 첨보는 꽃인데, 이 오름의 정상부근에 너무나 많았다. 처음에는 희귀한 처음 보는 꽃을 만나 신기해했다. 곧 지천에 산자고가 널려 있어 식상해졌다. 양지꽃도 노란 색이 너무나 이쁘지만 봄에 어디서건 너무나 많아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미적 감각 역시 상대적이다. 무엇이든 많으면 평범해지고 가치도 떨어지게 마련인가 보다.

 

올라가는 길이 가팔라 지그재그로 길이 나 있다.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앞에 보이는 자그만 분화구를 가진 오름이 아끈 다랑쉬 오름이다. 광활한 평지에 띄엄띄엄 오름이 솟아 있다. 바다도 멀리 보인다. 제주도는 환상적인 섬이다. 역사를 알게되면 곧 환장할 섬이 되고 말지만 말이다.

 

정상에 다 올라왔다.

 

분화구를 한바퀴 돌 수 있다. 시간은 20분 정도. 다랑쉬 오름은 해발 382m, 밑에서부터는 200m 쯤 된단다. 올라가는데 아무리 오래 걸려도 30분이 넘지 않는다. 등산 하면 2시간에서 5시간 쯤 걸리는 북한산 등산, 그래서 등산하자면 하루 종일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등산하고는 다르다. 오름 등반은 1시간 내외면 충분하다. 오후 5시경에 일끝나고 올라가도 가능하다. 아기자기한 등산이고 운동이다.

 

할미꽃도 중간중간 피어 있다. 두 송이가 고개 숙이고 다소곳이 피어 있다.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는 길이 나 있다. 분화구 중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양지꽃이 이렇게 길가에 피어 있다. 오름 올라오는 사람들 기분 좋으라고 이쁘게 피어 있다.

 

분화구 넘어 작은 오름들이 보인다. 왼쪽이 용눈이 오름이고 오른쪽이 무슨 오름이라고 옆사람이 알려주었는데, 잊어버렸다. 나무를 X자형으로 심어 놓았다. 보기좋으라고? 아님 다른 무슨 이유라도?

 

산자고가 모여서 아름다움을 경쟁하고 있다. 그럼 이건 산자고 경염대회?

 

분화구 꼭대기에 산자고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우연히 발밑을 보다 만난 파란꽃. 가을에 피었으면 그냥 용담이라고 했을텐데..... 구슬봉이란다. 파란색이 너무 이쁘다. 꽃에 취해간다. 멀리 보이는 경치에도 점점 취해간다.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지, 먼 경치 가까운 경치는 환상적이지, 노랑꽃 파랑꽃 보라꽃 흰꽃은 지천에 깔렸지, 오랫만에 만난 아내는 옆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있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분화구 안에는 못들어가게 해놓았다. 밑에 가보면 참 좋을텐데.... 아마도 산불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아래에서 불이라도 나면 위에 있는 사람들이 불쌍해진다. 중앙이 하트모양으로 나무를 심어 놓았다. 관광상품??? 저런 건 싫다. 그냥 자연스러운 게 더 좋다. 관광상품이라도 좀 유치해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폼 한번 잡아봤다. 난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어색해진다.

 

저 멀리 한라산도 보인다. 성산쪽의 반대쪽이다. 오름들이 무리지어 듬성듬성 있고, 저 멀리 오름의 황제 한라산이 보인다. 넓은 땅이 방치되어 있다.

 

 

이 넗은 땅은 무엇일까? 둥글게 표시되어 있고, 찻길도 있다.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궁금증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오른쪽에 제법 큰 오름이 보인다. 언젠가는 올라가 볼 오름이다.

구슬봉이는 대개 외로이 피어 있는데, 이 놈은 두 송이가 나란히 피어 있다. 봄구슬봉이인가? 조금 빨간색을 띠면 그렇다고 해버릴텐데, 색깔은 파라니 잘 모르겠다. 식물도감에 나와있는 것과 다른 것들이 너무 많다. 정말 이쁘다. 혼자 있는 것보다 저렇게 둘이 붙어 있으니 얼마나 이쁜가? 난 제주가 좋아서 아내도 멀리 두고 혼자 있으니 이렇게 둘 붙어 있는 걸 보면 더 좋게 보이나 보다.

또 다시 멀리 보이는 성산 일출봉과 앞에 보이는 아끈다랑쉬 오름, 그리고 제주 들판들이 보인다. 성산일출봉 있는 곳은 바다인데 사진으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군데 군데 풍력발전기도 보인다. 산과 들 그리고 풍력발전기. 풍력발전기는 이상하게도 자연을 그스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자연스런 모습에 저렇게 심한 인공적 요소가 끼어 있는데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무재해 발전기, 자연친화적 발전기라는 관념이 저 축조된 조형조차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들어 버리나 보다.

용눈이 오름도 오늘 등반 대상이었으나,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다 올라가 버리면 아깝기 때문이다.

 

온 산이 양지꽃으로 뒤덮였다고 해놓고도 정작 이것들 빼곤 양지꽃은 찍지 않았다. 양지에서 자라서 양지꽃이라 했나? 노란색, 봄 노란색.

 

다랑쉬 오름에서 내려와 이젠 아끈 다랑쉬오름에 오르기로 한다. 1년 전에 제주로 내려온 친구는 고사리 꺽는다며 멀리 가버렸다. 고사리가 통통히 살이 올랐다. 고사리 꺽는 것도 좋은데.... 표선에서 고향 동생을 만났다. 그 남편이 내일 아침에 고사리 많이 나는 곳을 안내하겠다며 고사리 꺽으라고 전화왔다. 그래서 난 고사리는 내일로 미뤘다.

 

밑에서 보는 아끈다랑쉬 오름의 모습이다. 벚꽃이 활짝 피었다.

 

또 다시 보는 아끈 다랑쉬 오름. 이 오름의 분화구는 자그마하다.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온통 억새밭이다. 불나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억새가 뒤덮힌 땅에서 제비꽃, 양지꽃 산자고들이 색색 꽃을 피우고 있다. 한바퀴 도는데 10분도 채 안걸린다.

 

활짝핀 산자고.

 

아니 이건 남산 제비꽃. 내 서울집 앞산인 인왕산 자락에 많이 핀 남산제비꽃이 왜 여기에 있지? 서울 남산에서 많이 자란다 해서 남산제비꽃이라고 한다는데, 제주에도 이 꽃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그런데, 아끈다랑쉬 올라가는 초입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부근 어디에도 없었다.  

 

아끈 다랑쉬 오름 앞의 밭에 무꽃과 유채꽃이 환상을 연출하고 있다. 색은 좀 다르지만 세잔느의 그림분위기 같다. 카메라 역시 우리 눈의 촛점과 같이 한곳만 잘 보이고 다른 곳은 흐릿하게 볼 수 밖에 없다. 세잔느의 수련같은 그림에서 이런 형상이 보인다. 세잔느 그림이 현대회화의 형상주의의 시작이라는게 갑자기 이곳 다랑쉬 오름 아래 유채와 무꽃밭을 보면서 와 닿는다. 단순화 시키면 이런 사진도 곧 현대화가 될까?

 

 

돌아가는 길에 다랑쉬굴 표지판이 있길래 들어가서 굴을 찾았다. 좀 오래전에 그 굴에서 몇 사람의 유골이 발견되어 많이 알려졌던 굴이다. 4.3의 희생자로 알려졌으나, 군부정권은 이들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고 덮어 버리려 한 것으로 더욱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했다. 굴 표지판은 있고, 자세한 안내판도 없고 설명도 없다. 우리 말고 또 한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굴을 찾았지만 끝내 못찾고 말았다. 세상에 알려지는 걸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숨겨버렸거나 장소를 왜곡했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랑쉬 굴을 찾다가 만난 이 조그만 개불알풀은 아마도 선개불알풀인 듯하다.

이렇게 우리, 나와 나의 아내, 내 친구와 그 아내 넷의 다랑쉬 오름은 아름다운 봄날씨와 함께 있었다. 좋은 오름이다. 다랑쉬 마을이 재생되기를 기대해본다. 내가 여기와서 살아버릴까? 

 

다랑쉬 오름은 제주에 와서 네비게이션에 다랑쉬라고 치면 위치를 알려준다. 쉽게 갈 수 있으나 제주시에선 제법 멀다. 표선에서도 30km가까이 된다. 거리는 멀어도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게 제주다. 길이 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기름값이 많이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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