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일반산행기 -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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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산을 가자길래, 따라비오름을 가자고 했다. 전에 혼자 가려고 했으나 실패했기에, 빨리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표선에서 12km쯤 번영로를 따라 제주시로 가면 따라비오름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 나온다. 승용차는 들어갈 수 없다. 내 차는 오프로드, 아니 화물차이니 갈 수 있단다. 대장과 나 그리고 강선생 이렇게 세 명이니, 강선생은 내 차 화물칸에 낚시 의자에 앉아 불안하게 간다. 돌멩이들이 있어 울퉁불퉁... 제법 넓은 갈대밭이 나온다. 그리고 올라가는 길이 나타난다. 오름 사방에 올라가는 길이 있다.
큰 나무는 별로 없다. 원래 오름에는 나무가 없었단다. 불이 자주 나서 나무가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박통 때 전국에 강제 식목하면서 오름에도 나무가 생기기 시작했단다. 따라비 오름에는 큰 나무는 없고 키 작은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국수나무도 꼭대기에서는 거의 누워 있다.
가끔 가다 붓꽃을 만난다. 키가 작으니 각시 붓꽃일까? 붓꽃의 파란 색이 이쁘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분화구가 세 개다. 가장 높은데서 이렇게 분화구 세 개가 카메라에 잡혔다. 가장 큰 분화구가 가장 나중에 폭발했겠지 라고 추정한다. 아님 동시에 세 군데서 폭발한 걸까? 현장 검증이 잘 안되어 있고 초동 수사에 헛점이 많아 알 길이 없다.
정상은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게 길이 나 있다. 세 개의 분화구이니 그 능선이 만나는 곳엔 길이 나 있다. 석양이 되려는 시점 맑은 날씨 따라비의 억새 색도 이쁘다. 당연히 한바퀴 돈다. 우리는.
오름 정상에서 내려다 본다. 밭이 한참갈이. 유채꽃밭도 있고 갈아 엎어 놓은 밭도 있다. 육지에서는 이런 것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억새가 마치 비단처럼 보인다. 부드럽게. 또 다른 쪽에서 보이는 분화구다. 카메라 촛점거리가 길어서 분화구 세 개가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오름 대장이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올리는 기술을 익히면 여기에 올릴 생각이다.
또 다른 오름 아랫 동네. 병곳, 번널 오름과 가시리 유채꽃길을 사이에 두고 있는 지역이다.
오름의 정상 봉긋 솟은 곳마다 저렇게 무덤이 있다. 양지바르긴 하지만 바람은 심할 텐데.... 그래서 무덤 주위엔 돌담을 쳤다. 주변의 오름들이 즐비하다. 저 오름들도 하나씩 하나씩 오를거다.
각시 붓꽃. 강선생은 영어선생이다. 이 자색의 꽃을 보더니 자색이 바로 왕실의 색이란다. 유럽에선 달팽이로부터 자색을 추출해서 염색을 한단다. 붓꽃도 그러고 보니 따라비 오름에선 왕족이다. 이 시기의 가장 아름다운 따라비 꽃이다.
앞에 분화구 하나, 저 너머에 분화구 두 개. 그래서 따라비 오름은 분화구가 세 개다.
제주의 오름과 그 사이의 평야. 그런데 이 풍력발전기가 새로 끼어들었다. 그런데 어쩐지 어색하지가 않고 자연스럽다. 나만 그렇게 느끼나? 개벽이라는 말이 왜 자꾸 떠 오르는지
보리수 나무의 열매도 육지보다 훨씬 크다. 잘 익으면 먹음직하겠다.
제일 높은 곳의 완전 반대쪽에 왔다. 분화구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이 쭉 나 있고, 그 세 개의 분화구가 만나는 꼭지점에 무덤 한기가 앉아 있다. 오름과 무덤과 억새와 바람. 무덤이 있어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천천히 내려간다. 바람도 상쾌하고 경치도 상쾌하고 천지의 색깔도 상쾌하다. 땀이 보송 나려다가 멈춘다.
저 멀리 후다닥 놀라 뛰어가는 저놈은? 노루란다. 우리나라에서 노루를 보려면 제주도 와야 한단다. 자세히 볼 수가 없다. 카메라 렌즈 바꾸는 사이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조금 더 내려가니 이번엔 반대쪽에서 나타났다. 영어 선생 강선생 왈 "Another 노루 family" 노루 모습 자세히 보려고 확대했으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담에 잘 나오는 노루 찍는 날이 올거다.
무덤, 세 개의 분화구, 따라비 오름.
학교 끝나는 시간이 5시, 끝나자 마자 출발해서 오름을 올랐으니 내려가는 길엔 항상 이렇게 석양을 만난다. 풍력발전기와 저 멀리 석양이 지고 있는 산들이 어째 개벽, 원시 이런게 떠오른 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건 더 개벽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더욱 이상하다. 풍력발전소를 난 제주의 자연쯤으로 여기는 코드가 있나 보다. 저 차가 아니면 이곳엔 오지 못한다. 서울서 배에 싣고간 내 화물차다. 주변엔 고사리가 엄청 많다. 요즘 제주엔 비가 심심찮게 내리고 있는데, 이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한단다. 고사리가 쑥쑥 자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제주도에 오면 따라비 오름을 한번 올라가 봐야 한다.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은 오름이다. 길에서 무작정 저 오름을 향해서 걸으면 되긴 된다. 시간이 좀 많이 걸려서 그렇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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