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일반산행기 -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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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유배(?)왔다고 친구들이 자원방래했다. 自遠도 되고 自願도 맞다. 어떻게 놀아야 뒤집어질까를 조금 고민했다. 오름과 올레길을 만나기로 작정했다. 토욜 아침 느지막이 밥해먹고 따라비 오름을 올라간다. 며칠전에 답사를 해뒀기에 가능했다. 분화구가 세 개인 오름은 가히 환상적이었고, 친구들을 완존히 감동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기타 잘치는 친구도 왔다. 오름 정상에서 "외로운 대지의 깃발...반역의 세월이여,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노래가 가슴에 절절이 와 닿았다. 내친김에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잃고 홀로 사는 엉겅퀴야"도 부른다. 눈물이 나려했다. 내려와서 방향을 상실해서 7명이 차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고사리도 한시간 가량 꺾었다. 길잃은 것, 그것마저도 광활한 평야에서 헤매보지 못한 서울촌사람들에게는 재미였다.
일요일은 다랑쉬오름을 올랐다. 여기도 전에 와본 적이 있어 안내에 자신이 있었다. 토욜밤에 제주 선생님과 그 따님과도 같이 놀았다. 전에 서울에 근무했던 선생님이란다. 노래도 불렀다. 나는 흥타령을 불러보았다. 정말 흥타령은 처절한 흥타령이다. 우리의 흥은 처절한 비감미아 배여야 흥이 나는 거다. 제주 쌤이 오름 하면 아부 오름을 가야 한다고 했다. 겉으로는 오름 같지 않지만, 굼부리를 보면 최고의 오름임을 알수 있다고 했다. 귀가 얆은 우리 모두는 아부를 외쳤다. 다랑쉬에서 내비가 시키는 대로 아부를 찾아갔다.
아부 오름에 갔더니 앞오름이라 해놓았다. 앞을 한자로 쓰다보니 아부가 되었다는 말과 굼부리가 어르신네가 앉아있는 모습같다고 해서 아버지 오름이라고, 즉 아부 오름이라고 했다는 해설이 있다. 민간어원들이다. 앞오름으로 정했나 보다.
입구에 탱자나무가 꽃을 만발했다. 가시가 저렇게 심한대도 꽃은 이쁘다. "울타리로 최고야 탱자나무는" 이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누군가 "이사가던 날, 뒷집아이 돌이는 각시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장독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지나버린 어린 시절, 그 어릴때 추억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노래를 시작한다. 이내 합창이 된다.
막 순이 올라와 잎을 편 순한 고사리 잎에 붉은 나비가 앉았다. 따뜻한 봄날이고 노랑꽃 자주꽃 흰꽃이 만발한 비고 51m산을 올라간다. 꼭대기에는 엄청 넓은 분화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요건 아직 꽃이 피진 않았네. 솜방망이야. 꽃 이름을 아는 친구가 주절거린다. 저 노란 꽃도 양지꽃인가? 아냐 저건 미나리아제비야. 어떻게 차이가 나지? 두 송이를 꺾어 비교해본다. 미나리 아제비는 정말 페인트 칠한 것같이 반짝거리네. 꽃 공부가 한창이다.
저 흰꽃은 장딸기야. 뭐? 찔레꽃이 아니고. 찔레는 아직 꽃이 안피었잖아. 옆에 있는 찔레와 장딸기를 비교해본다. 아! 저걸 이제까지 찔레꽃인줄 알고 아는 척했네.... 어딜가도 공부는 계속된다. 그럼 뱀딸은 또 어떻게 다르지?...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말자. 용량초과다. 귀찮아졌다.
비고가 51m밖에 안되니 금방 올라왔다. 나중에서 안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구제역때문에 입구를 통제하고 있었다. 마침 우리가 들어갈때 농부의 차가 농장으로 들어갔고 그 사이에 우리가 오름으로 올라갔던 것이다. 운도 좋았다. 오름 정상에 올라 굼부리를 보는 순간 우린 또 뒤집어졌다. 엄청 넓은 분화구가 앞에 턱 펼쳐졌다. 4.3때 별로 높지도 않은 저 곳에 사람들이 숨었을 리야 하고 생각한 토벌대가 이 굼부리를 조사하지 않았고, 여기에 숨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단다.
전체가 촛점거리 긴 내 카메라엔 들어오지 않는다. 선 채로 조금씩 잘라 찍어 합성했다.
한바퀴 돌지 않고는 내려가지 않을 기세다. 비행기시간이 늦어도 상관없다. 배고파도 상관없다. "여기가 바로 영화를 찍은데야" 그럼 제주에선 여기서만 영화 찍어야 하나?" 엉뚱한 질문도 터져 나온다. 이재수의 난 영화를 여기서 찍었데. 이재수난은 외세를 등에 업은 천주교도들과 그들로부터 피해를 보는 민중들이 싸운 항쟁이었고, 이재수는 그 두목 정 장두였다는 거야. 한참동안 민곤 쌤의 역사수업이 또 진행된다.
최고의 오름에서 증명사진 하나 안찍을 수 없지.
시나브로 정말 한가히 걷는다. 뭐 바쁠 일도 없다. 기타쟁이 병우쌤의 이야기 차례인가 보다. 영훈쌤은 뭘 찍을까? 한눈을 감고 열심이다.
제비꽃들도 우리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다. 모여서. 양지꽃 몇 송이도 끼었다. 주제넘게시리.
솔밭 사이로 길이 편안한 길이 나 있다. 직선 같지만 전체를 보면 곡선이다. 우리 지구같다. 누군가 그랬다. 정삼각형의 내변의 합은 180도가 아니라 270도라고. 지구가 둥그니 북극에서 적도를 향해서 선을 그으면 그 선은 결국 직선이 안되고 곡선이 되며, 그래서 북극에서 적도로 그은 선은 결국 90도가 된단다. 우리의 길은 곡선이었다.
최고의 오름이니 기타쟁이가 노랠 부르잔다. 우리의 제주도 대표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가 다시 흘러나온다. 어느새 합창이 된다. 우리가 부르고 우리만 듣는다. 뒤이어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는 곳으로.....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지는 잎에도 인사를 해야지.... 정처없이 걸어간다. 걸어만 간다" 꼭 우리의 모습같다.
노래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다랑쉬 오름에서 병우쌤의 '로망스'는 아름다웠다. 뒤이은 "꽃피는 봄사월 돌아 오면, 그리운 옛님은 아니 뵈네." 봄사월과 그리워가 섞여 튀어 나온다. 정지용의 가사였는데, 누군가 곡을 붙였단다. 정지용이 해금되기 전에 이 곡에다가 노래를 붙인 것이 두개였단다. 그래서 노래가 총 3개가 되었다고 한다. 나는 소프라노가 부르는 '그리워' 듣기를 좋아한다. 그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리움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내친 김에 정지용의 가사를 얹은 노래도 듣는다. 아름다운 기타 선율과 우리의 노래가 어울려 우리 스스로 빠져든다. 기타쟁이 하나는 꼭 여행갈 때 데리고 다녀야 겠다고 다짐한다. 자원하면 더 좋고...ㅋㅋㅋ
멀리서 7살 쯤 되었을까? 애 하나가 팔랑팔랑 뛰어온다. 풀밭에 얼마든지 뛰어다녀도 좋은 곳. 아무리 심하게 뛰어도 걱정 없는 곳. 모름지기 아이들은 이런 곳에서 놀아야 한다. 제주도에는 이런 곳이 참으로 많다. 사람이 태어나면 제주로 보낼 일이다. 그러면 말은?
다 내려왔을 때 너무나 진한 제비꽃을 만났다. 우리의 이번 여행이 이렇게 진한 것이었다. 진한 여행.
이건 무슨 꽃일까? 잎에 주름이 많다. 새우난초가 아닐까 싶다. 다랑쉬 오름 올라가다 만났다. 역시 다랑쉬 오름 올라 가다 만난 이 친구는 애기풀이겠지?
친구들은 아부 오름에서 내려와서야 허겁지겁 서둔다. 제주의 유명한 국수를 먹자고 했다. 제주 시내에 유명한 국수 만세국수를 안단다. 돼지고기를 덤벙덤벙 넣은 고기국수를 먹는다. 특이해서 맛있고 배가 고파서 맛있다. 내 동생의 딸은 어릴 때, 명절을 쇠고 서울로 부산으로 떠나는 우릴 보고는 눈물을 흘리곤 했다. 헤어지는 게 섭섭해서. 그런 동생의 딸은 참으로 이뻤다.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헤어지려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랬더니 나보고 이쁘단다. 비행기를 구하지 못한 또 한 팀은 표선으로 돌아간다. 가기 전에 제주쌤을 또 한분 만났다. 차집에서 배가 터져라 차를 마셨다. 쌤들이라 아이들 이야기에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집에가서 김치찌게 해먹고 아침은 북어국 끓여먹고 제주를 떠났다. 두번째 팀은. 기타쟁이가 아침에 연주한 솔베이지 노래가 아직도 삼삼하다. 내년 가을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어디서? 글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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