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산봉 우리말 이름은 큰물메오름이다. 제주올레 제2코스에 포함되어 있다. 올레길은 바닷길, 마을길, 오름길 등등 제주의 좋은 길이 복합되어 구성되어 있다. 물때가 낚시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낮에 뭘할까 하다 올레 2코스에 있는 큰물메오름에 오르기로 한다. 대수산봉 

 

예전에 이 오름에 물이 솟아나 못을 이뤘음에 연유하여 물+메(뫼.미)라 불려지다가 동쪽에 있는 족은물메와 견주어 대소(大小) 개념을 끌어들여 이를 큰물메(뫼,미), 대수산봉(大水山峰)이라 하고 있다.

참 요란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전에 이 오름에 물이 솟아나서 물메라고 불렀다. 동쪽에 이보다 크기가 작은 족은물메 즉 작은 물메가 있어서 둘을 구분하기 위해 큰물메 즉 대수산봉이라 부르고 있다." 라고 하면 될걸. 

 

올라가는 길은 잘 단장되어 있다.

 

올라가기 전 무덤에 파란꽃이 보인다. 자세히 봤더니 구슬봉이다. 큰 구슬봉이는 한, 두송이만 외로이 피었는데, 구슬봉이는 집단으로 피어있다. 꽃모양과 색이 넘넘 이쁘다. 큰물메 올라가기 전에 벌써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무덤이 여럿 있었지만 한 무덤에만 군락을 이루고 있다. 처음보는 구슬봉이 꽃을 너무나 많이 봐서 기분이 뿌듯하다.

 

오름은 높이가 대부분 100m 안팍이다. 올라가면 숨이 차려고 하는데 벌써 정상의 능선에 올라가 버린다. 숨이 차서 아 힘들다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다 올라가버리는 거다. 싱겁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두 감정이 엇갈린다.

 

앗 이건 또 무슨 꽃인가? 역시 나로서는 처음 보는 꽃이다. 아니 이것 역시 한 두송이가 아니다. 집단을 이루고 있다.

 

폼 한번 잡았다. 카메라 가방 내려놓고 찍힐 걸......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구분해놓았다. 저런다고 그대로 따라할 사람이 있을까? 우린 이미 올라오는 길보터 잘못 들었다.

 

등심붓꽃이란다. 조화같은 꽃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이건 미나리아제비겠지. 꼭대기에는 노랑꽃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 노랑꽃오름이라 해도 되겠다.

꼭대기에는 큰 철탑, 통신기지국 쯤 되는 시설물이 있고, 아래에는 무덤들이 즐비하다. 별볼일없다. 벤치에 앉아 준비해온 빵을 아내와 나눠먹는다. 꿀맛이다. 아내와 오름 올라와서 함께 도란도란 나누는 끊임없는 자존심 대결과 수다, 그리고 맛있게 나눠먹기가 가장 신나는 일 중 하나다. 할일없는 5십대 사람들 그냥 아내와 산에 올라가 준비해간 음식 나눠먹어봐요. 자존심을 결코 낮추지 말고 싸워가면서...

 

요건 양지꽃, 참으로 이쁘고 이쁜 색이다. 왜 노란 꽃이 되었을까?

 

요건 또 무슨 노랑꽃인가? 큰 잎들로 둘러싸인 꽃이 조금은 왜소해 보인다. 꽃의 개체가 잎에 비해 많지 않다. 자세히 보면 이쁘다. 가르치는 애들도 그렇다. 얼핏보면 못생겼다 싶어도 자세히 보고 가까이서 애기나눠보면 안 이쁜 애들이 없다.

 

이곤 굉이밥이다. 괭이밥인가? 고양이가 좋아하는 밥이란 말인가? 고양이가 꽃을 먹을리는 없고, 그렇다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또 궁금해진다. 사실 궁금해하는 이유는 뭐 별다른 할일이 없기 때문이다.

 

제일 많은 노란 꽃은 뭐니뭐니해도 민들레다. 육지의 민들레와 조금 다르다. 제주민들레인가? 집단으로 피어 올라온 우리같은 사람들을 흐뭇하게 해준다. 음악이 없을쏜가? 준비해온 피리를 꺼내어 서를 풀기 위해 입에 문다. 긴 아리랑 한곡 불기가 목표다. 느려 터진 곡이 퍼진다. 난 힘들어 죽겠는데, 아내는 눈감고 봄과 함께 긴아리랑에 젖어든다. 뒤이어 상령산해찬곡도 내친김에 불어본다. 힘들어 중단하고 만다. 아무도 없어서 신나게 불어보았다. 글로는 표현안되는 이 피리소리의 색갈도 노랗다.

 

노란꽃 천지인 큰물메의 노란꽃들을 총집합시켜 보았다. 민들레, 양지꽃, 모르는 조그만 꽃, 미나리아제비꽃, 괭이밥...왼쪽부터

 

노란꽃은 내려가면서 계속된다. 내려가다 만난 무덤엔 또 솜방망이가 노랗게 피었다. 이쁘다.

 

조금 더 내려가니 이건 또 무슨 노란꽃이란 말인가? 새콩같기도 하고, 그러나 새콩은 아니고. 해당화같은 나뭇잎에 꽃은 노랗고, 이게 뭐란 말인가?

 

길따라 한참을 걸었더니 큰 무덤같은 봉우리가 나타난다. 올라가는 중에도 노란꽃은 지천에 깔려있다. 탐방객 한사람이 저 멀리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조금 전에 내가 그러했듯이.

 

노란꽃은 더 계속된다. 뽀리뱅이도 노랗다.

 

돌연변이도 있다. 빨간계열의 꽃이다. 앵초? 모르겠다.

 

다시 원위치로 내려오고 말았다. 올라가는 곳 바로 옆에 거대한 무덤이 있다. 입도시조 0성씨의 무덤이다. 2010년에 조성했다고 안내해놓았다. 조상을 기리는 저 마음이 대단하긴 하다만 좀 심했다 싶다. 음택을 화려하게 하면 자손이 번성하고 행복해지는 걸까?

제주의 무덤문화는 문제가 많다. 무덤 주변에 돌담을 쌓았는데, 세멘트가 많이 쓰이면서 돌담을 세멘트로 쳐발라버린 것도 많고 아예 돌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둘레를 세멘트로 담을 쌓은 것도 보인다. 죽고 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게 순리인데, 자연으로 회순하지 못하는 재료로 무덤을 장식하고 있어 문제다. 후손들에게 영원한 무덤으로 존재하는 것은 후손의 살 길을 가로막는 일이 아닐까?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도 죽어 없어지면 그때는 무덤도 없어져야 한다고 괜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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