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길 부근의 두번째 오름은 말찻오름이다. 이름이 재밌다. 붉은 오름에서 삼나무 숲길을 10리쯤 걷는다. 송이로 포장한 숲길이 식물의 초록색과 송이의 붉은 색이 보색대비를 이룬다. 아름다운 길이고 환경이다. 숨이 저절로 퍼-억 틔인다.

 

길가에는 별꽃이 하얗게 피었다. 별꽃이 이렇게 크다는 말인가? 그냥 잡초라고 생각하는 이 풀의 꽃이 청초하기 짝이 없다.

 

길에는 이렇게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없는 길은 서러워 보인다. 사람이 걸어가고 있으면 왠지 정답게 보인다. 서울 종로거리는 좀 다르다. 그 거리에는 사람이 좀 적어야 보기가 좋다. 잡상인들이 길을 반쯤 차지하고 나머지 반쪽을 시장통 가게 물통에 담긴 미꾸라지처럼 몰려왔다 몰려가는 모습은 답답하다. 이 사려니 길과 너무나 대비된다.   

 

큰천남성의 웅장한 자태가 위압적이다.

 

길가의 무덤 하나. 대부분 네모진 둘레담과는 달리 이건 모를 깎아 제법 둥그렇게 돌답을 쌓았다. 네모보다 훨씬 보기 좋다. 제주의 무덤??? 첨엔 제주의 특징적인 문화라고 보였는데, 점차 문제점이 먼저 보인다. 큰일이다.

 

말찻오름을 향해서 우리 대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길을 만들어가며 올라간다. 잎은 화려하나 꽃은 별 시덥잖은 풀솜대가 버디고 서 있다.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다. 암술 수술이 마치 떡고물처럼 보인다. 흰바탕에 점점이 찍어놓은 장식같다. 벌과 나비도 보이지 않은데 누구 보라고 저렇게 장식하고 있는 걸까? 길도 없는 곳으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우리를 반기고 있다. 고마울 뿐이다.

 

천신만고 끝에 분화구능선에 올랐다. 다른 오름의 막길보다 이 오름의 막길은 험했다. 육지의 산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막길산행이다. 송이로 만든 사방탑이 나타났다. 어 이게 무슨 오름이란 말인가? 말찻오름? 아니 물찻오름???

 

물찻오름으로 올라오고 말았다. 제주 오름의 80%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다. 스코리아가 분화구 주변에 쌓여 산체를 형성한 것이고 우리말로는 분석구라고 한단다. 그렇다면 분화구에 물이 차서 호수를 만들고 있는 바로 그 물찻오름에 올랐단 말인가? 휴식년제 실시로 등반이 금지되어 있는 물찻오름에 오르고 말았다. 분화구 호수를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기왕 올라왔으니 아래로 내려가 보기로 한다. 저 알래 나무 사이로 호수가 얼핏 보인다. 정상에 호수가 있는 산이라. 백록담과 천지인데....

 

산꼭대기 하늘 아래 있는 호수이니 하늘호수 즉 천지다. 다른 분화구는 물이 고이지 않는데, 이 분화구는 진흙같은 것으로 확실히 메워졌나 보다. 화산석은 구멍이 나 있어 물을 가두지 못하는데, 여긴 무슨 이유인진 모르지만 메워졌고, 그래서 이렇게 호수가 조성되었다. 물이 마르지 않아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한바퀴 돌아보았다. 누군가 낚시도 했나보다. 찌 하나가 버려져 있었다. 무슨 물고기가 살까? 붕어? 천지어? 물찻오름어?

 

옆에는 박새가 꽃을 피웠다. 잎은 새우난과 비슷한데, 꽃은 꽃대를 높이 올려 흰꽃을 피웠다. 청초하다. 깊은 산에는 공기가 맑고 새소리가 아름다워 이렇게 꽃도 청초하다. 딱따구리가 따발총 쏘듯 딱딱딱따따딱 운다.  참 우는 게 아니구나. 노래한다. 아니 노래도 아니다. 그럼???? 삐쭈새도 운다. 박새는 꽃을 피웠다. 오개오개새도 노래한다. 휘파람새가 제대로 된 이름이다. 하늘호수가 그들의 노래소리를 큰 귀로 다 듣고 있다. 포용하고 있다. 오름을 새를 물고기를 그리로 우리까지도.

 

잠깐 사이에 안개가 피워올랐다. 안개가 무슨 연긴가 피워오르게? 그래도 피워오른다고 한다. 갑자기 사방이 뿌옇게 변한다. 저절로 난 신선이 되었다. 한번 신선은 영원한 신선이면 참 좋겠다. 수업중 아무리 조용히하라고 해도 눈 빤히 쳐다보고 수다떨고 있는 애들을 보고도 신선처럼 대접할 수 있어야 진정한 신선이 될 것이다. 한번 신선이면 영원한 신선이 되어보기로 한다. 애들도 얼마나 답답할까? 공부로 대학진학할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을까? 일등이 있으면 꼴지도 있는법, 상대적으로 성적순으로 나열하는 이 상대평가 무한 경쟁의 상황 속에서 낙오되어 있는 자신들을 생각하며 얼마나 낙담하고 있을까? 다른 대안도 보이지 않아 그들은 사실은 수다떨고 있는 게 아니라 악을 쓰고 있는 거다. 지들보다 나이가 세배나 많은 선생이 눈을 부릅뜨고 수업에 끌어들이려 해도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그들은 사실 전망을 기대하고 있는 거다. 신선이 되어야 하는 자리에서 한숨이 나온다. 저들에게 전망을 주어야 하는데..... 진정한 신선은 이런 문제의식으로 학생들 편에서서 무한정 노력하는 자가 아닐까 반성해본다.

 

희고도 이쁜 꽃이 나무 가득히 피었다.

 

물찻오름 분화구 능선을 따라 조금 걸으니 전망대가 나온다. 지금이야 환경보존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오름이지만 개방되어 있을 땐 사람들로 북적였단다. 한라산 쪽으로 보지만 한라산은 보이지 않는다. 안개만 자욱하다. 한라산 쪽의 전망이 대단하다는데...

 

잘못든 길로 물찻오름을 올라갔으니, 이젠 말찻오름을 찾아가기로 한다. 물찻오름을 내려오니 군데군대 박새가 피어있다. 하늘호수의 박새꽃보다 더 아름답게 피었다. 어두컴컴한 산속 숲속에 하얀 꽃이 길다랗게 피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 상관도 없다. 그냥 핀 거다. 나같이 갈 잘못 찾아 헤맨 사람이 얼떨결에 본다. 그리고 보았다는 사실도 아무 의미가 없다.

 

말찻오름은 물찻오름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내려가는 방향이 자꾸만 동남쪽같다. 대장이 이번 길은 처음이란다. 거꾸로는 여러번 와 봤단다. 길은 제대로 나 있지 않고 감으로 따라간 길 끝에 사려니 숲길이 나오고 말았다. 중간 중간에 만난 이쁜 식물들....

 

날개를 쫙 벌리고 있는 불가사리 같기도 하고....

 

결국 붉은 오름에서 물찻오름으로 갔다가 말찻오름은 찾지 못하고 붉은 오름 부근으로 내려오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다행이었다. 말찻오름 갔더라면 훨씬 많이 걸었을 뻔 했기 때문이다. 사려니 숲길 전체가 20km 가까이 된다는데, 언젠간 새벽밥 해먹고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아름다운 꽃은 계속 거칠 줄을 모른다. 쪽동백이라고 나중에 대장이 알려왔다. 흰 꽃에 노란 암술이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있다.

 

명상의 숲길이란다. 명상하려면 아늑하고 포근하고 숲으로 둘러싸여 어두스름한 곳이 충분조건이 아니다. 가장 완벽한 필요충분조건은 혼자 다니는 거다. 명상의 숲오 혼자 다니면 저절로 명상이 이뤄질 거다.

 

큼직한 꽃을 피운 나무가 등나무처럼 나무를 휘감고 있다. 흰꽃도 이쁘다. 등수국이란다. 수국만큼이나 아름다운 등쿨나무꽃이다.

 

제주지역의 묘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매장한 후에 네모난 담장을 치고 동자석을 세우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현재는 이것이 제주의 큰 문제점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후세가 사용해야 할 환경, 자산 중 하나인 땅을 죽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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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이 흰꽃 중에서는 가장 이쁘다. 특히 제주의 별꽃은 별만큼 심금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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