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일반산행기 -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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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래리 곶자왈에 자연휴양림이 새로 생겼다. 기말고사 오후를 떼어내서 교직원 휴양림탐방을 갔다.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저녁으로 교래리의 특산음식인 닭백숙 오리백숙도 먹는단다. 기분이 째진다.
그래서 증명사진부터 올린다. 사진 앞에서 난 어색해진다. 이뻐보일려고 폼을 잡았다만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잘 닦인 길을 따라만 걸을 것 같아 바닥이 얇은 신발을 신었다. 저걸 신고 오름까지 올라갔다. 왠만하면 등산화를 신는 게 좋을 듯하다.
제주 돌문화 공원으로 교래 자연휴양림의 얼굴이다.
입구부터 큰지그리오름 아래까지 거의 3km의 거리다. 오름 한바퀴가 1.7km이니, 모두 4.7km, 왕복 8km쯤 된다. 오후에 걸을만한 적당한 거리다. 교직원 20명 가까이 함께 걷는다.
입구쪽에 있는 휴게소, 숙박시설 등의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이런데서 잠자면 좋겠다. 참으로.
쓸곳이 아무데도 없는 버려진 땅, 쓸데없는 땅이 곶자왈이다. 화산재와 화산자갈, 바위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산지라 곡식이 자라기 어렵다. 농지로 개발할 수도 없는 땅이니, 관심없는 땅, 버리는 땅인 셈이다. 이런 곳이 지금은 휴양림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상전벽해인 셈이다.
이곳에서도 사람이 살긴 했다. 움막집을 짓고서 뭘하며 살았을까? 숯구워 팔고, 약초 캐서 팔고 그러면서 살았을 거다. 큰 집은 못 짓고 움막을 짓고 살았나 보다. 움막터가 곳곳에 남아 있다.
곶자왈 중심지역은 바위로 인해 경작할 수 없었지만, 경작이 가능한 손바닥만한 크기의 평지에는 따비를 이용해 돌을 일구고, 가시 덤불을 태운 후 팔이나 피같은 작물들을 심었다. 땅기운이 떨어지면 2-3년에 한번씩 다른곳으로 옮겼으며, 주변에 쌓여있는 돌무더기들은 당시 돌을 일구면서 모아두었던 것들이며 제주 방언으로 머들이라 한다. 산전은 1940년대 중반까지 이루어졌다고 한다.
척박하기 짝이 없는 곶자왈에 나무들은 힘겹게 살아간다. 뿌리가 땅에 내려야 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데, 뿌리박기가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뿌리는 바위를 끌어안기도 하고 비집고 들어가기도 한다.
나무에 비해서 뿌리짬이 매우 굵다. 뿌리박기에 총동원했다. 굷은 뿌리가 흙은 찾아서 돌아다니다. 비가 오면 비는 모두 땅속으로 스며들어 버린다. 땅 아래에서 복류해서 바닷가로 가는데, 그 아래쪽에서 습기가 올라오고, 그 습기로 식물들이 살아간단다.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 송이들도 물을 머금고 있다. 그래서 곶자왈 지역은 습기가 항상 많고 복류하는 물의 온도가 사시사철 일정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단다.
등걸 하나가 나무를 뱅뱅 감았다. 사람들이 일부러 특이하게 보이려고 저렇게 만들었을까? 자연이 저렇게 만들 수 있다고????
굵은 뿌리
길은 별로 넓지 않으니 한번 선 줄은 그대로 대부분 끝까지 유지된다. 줄을 잘 서야 된단 말이다.
출발점에서 현위치까지 걸었다. 야외교실도 많고 숯가마터도 많고 산전터도 많다. 산에 있는 밭의 터를 말하는 거겠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움막터
다래나무인 듯한 덩쿨 나무가 땅위롤 헤매고 다니고 있다.
곶자왈이 사람의 손을 별로 타지 않은 곳이라기에 큰 나무가 많은 줄 알았다. 그러나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별로 보이지 않아 조금은 실망했다.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큰 나무는 높이 자라야 햇빛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뿌리는 깊이 박히지 못한다. 큰 바람이 불면 높이 솟은 나무는 결국 이렇게 넘어지고 만다. 오래 살 수가 없다. 곶자왈에선 젊은 나무만 살 수 있다.
앙코르 유적 중에 따프롬은 나무들이 사원을 집어 삼킨 것을 그대로 관광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곶자왈의 나무도 대부분 바위를 집어 삼키고 있다. 바위 위에 기반을 잡은 나무는 뿌리를 자꾸만 내려 땅에 닿고서야 줄기가 자라기 시작했을 것이다.
'뿌리 깊은 남간 바람에 아니 뮐쌔' 용비어천가의 첫구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뿌리 깊지 못한 나무는 바람에 형편없이 뮈어 버린다. 필사적으로 뿌리를 박아야 한다.
곶자왈 지역의 탈출이다. 평지가 나오고 초원이 나타난다. 큰지그리오름으로 가기 위해 초원을 통과해야 한다. 곶자왈은 여기서 끝났다. 원두막 두개를 지나면 큰지그리오름으로 올라갈 수 있다.
원두막 모습이다. 나무를 잘 활용해서 만들었다. 나무만 있으면 나도 저렇게 만들 수 있을까? 짜맞추기식이 아니라 대강 짜고 못질을 했다. 별로 좋은 기법이 아니다.
이제 큰지그리오름에 올라갈 차례다.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되돌아갔다. 오르다 보니 늙으막한 사람들만 오름에 오른다. 그것 참 이상타.
편백나무 숲이 입구를 이루고 있다. 제주엔 삼나무도 많지만 편백나무도 많다. 편백나무는 좋은 목재라는데... 올라가는 동안에는 숲길이어서 별로 볼게 없다. 드디어 꼭대기 전망대가 보인다.
제주 오름에 올라가면 어디서건 볼 수 있는 아득한 오름들이 여기서도 보인다. 수많은 오름들이 평지에 봉긋봉긋 솟아 있다.
멀리 조망하라고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쉬어가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 볼 수도 있다. 이젠 내려가야 한다. 저녁먹을 시간이 촉박하다. 전망대에서 피리한곡 분다. 마침 카메라 가방에 피리가 한셋 들어있었다. 긴아리랑을 불어보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리랑을 분다. 주위 사람들이 감탄해준다. 내친김에 상령산도 불어본다. 바람소리인 듯하게 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다시 내려왔다. 초원이 펼쳐진다. 올라갈 때와 다른 모습같다. 올라갈 때 되돌아 갈 길을 생각해두지 않으면 곶자왈 들어가는 길을 못찾을 것 같다. 소들이 풀뜯고 있다. 한가하고 평화스러워 보인다.
교래리에는 시골닭 음식점이 떼를 이루고 있다. 제주시, 서귀포시에서도 닭백숙, 오리백숙을 먹으려면 고래리로 온단다. 우리가 먹은 집도 참 맛있었다. 충분히 삶은 오리와 녹두를 넣어 만든 오리죽은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루터기, 식당 이름이었던 것 같다. 중산간 숲길 걷게 되면 꼭 다시 먹어봐야지.
땀이 조금 배어 나올 정도로 걷고 충분히 고와진 오리백숙을 먹고 막걸리 마시고 교직원 모임은 끝났다. 참으로 보람찬 오후였다. 곶자왈은 제주의 허파인 셈이다. 척박하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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