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일반산행기 - Report
| 친구가 왔다. 젊은 부부와 함께. 저녁결에는 낚시를 가자고 했다. 그렇다면 오후엔 나도 가보지 못한 오름을 함께 오르기로 한다. 좌보미 오름에 가기로 했다. 좌보미 오름 전체를 답사하기엔 무리니 그 일부라도 답사할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네비엔 좌보미오름이 없었다. 좌보미 오름의 주소로 찾아간다. 엉뚱하게 동금은이오름이 나타났다. 그래 오늘의 운명은 동검은이오름으로 알고 오르기로 한다.
동검은이 오름까지 와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소가 싸는 똥은 쓰레기가 아니지만, 사람이 버리는 비닐 봉지는 쓰레기다.
왼쪽으로 들어가야 오름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철조망이 쳐져 있다. 한 곳을 보니 나무로 틀어막아 놓았다. 나중에사 그게 사람은 올라서 넘어가라는 입구인 줄 알았다. 소나 말은 통과 못하고 사람만 넘나들 수 있게 만든 장치인줄 모르고 우린 개구멍으로 들어갔다.
소들은 웃긴다. 지네들끼리 한적하게 놀고 풀뜯다가 사람이 들어오면 일단 일제히 쳐다본다. 저 사람들 왜 우리 땅에 들어왔지? 우리 잡아먹으러 왔을까? 도망칠까 말까??? 그들은 언제나 소극적이다. 공격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이는 태도다. 그래서 순박하다고 하나 보다. 소들이.
구릉들이 겹겹히 엉켜있다. 화산폭발의 잔해들이 쌓여서 생긴 것, 아니면 작은 오름, 즉 작은 화산들일 거다. 마치 경주의 왕릉들 같다.
여름의 초록이 완연하다. LA에 사는 내친구의 조카가 여름에 우리나라 산을 보고는 나무없는 산이 어떻게 하나도 없는지 의아해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보이는 수도 있다. 저렇게 온 천지는 초록나무색으로 덮힌다. 제주도의 산천은 더 심하다.
멀리 오름들이 열지어 있다. 아마도 저쪽이 좌보미 오름이 아닐까 싶다. 멋진 모습의 제주 오름이다.
타래난초 하나가 소똥을 먹고 잘 자라다가 소발에 밟혀 신음하고 있었다.
소나무 숲을 지나 소들이 만들 길을 따라 올라와 정상 능선에 도달했다. 산 정상이 아니라 오름의 분화구 둘레 어느 한 곳에 도달한 것이다. 정상이라 말하는 게 오름에서는 이상하다. 정상이 분화구를 끌어 안고 있으니 말이다.
저렇게 분화구 일부가 연결되어 있다. 일부의 분화구벽은 없어졌다. 폭발이 얌전하게 잘 되었으면 분화구벽이 오롯이 남지만 한곳으로 치우쳐 폭발하면 일부가 사라진다. 한곳만 폭발하였으면 분화구벽이 제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지만, 여러 화산이 옆에서 개별적으로 폭발했다면 서로 뒤엉켜 버린다. 동검은이오름은 분화구가 몇 개 인지 잘 모를 정도로 여러개의 화산이 엉켜있다. 그래서 분화구벽도 들쭉날쭉이다.
분화구벽의 한 모퉁이에 왔다. 저 너머로 보이는 제주의 오름과 들판 풍경이 보인다. 정겹다. 왠지 모르지만.
앞뒤로 분화구가 여럿있다. 육지의 산은 지형이 융기해서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암반은 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흙이 빠져나가면서 산이 되었지만, 이곳은 화산이 폭발하고 그 과정에서 용암이 높이 뭉쳐 조그만 산을 이루고 분화구를 남겼으니 그 모양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거대한 높은 한라산을 빼면 대부분의 오름들은 이렇게 아기자기한 모습을 지녔다.
바람이 세차다. 여름 바람은 아무리 세차도 시원하다. 모자만 날리지 않으면 바람은 성가시지 않고 고마웠다. 한바퀴 돌기로 한다. 친구들은 익숙치 않은지 올라온 곳에서 머문다. 오름은 오르른 것도 좋지만 한바퀴 도는데서 더 큰 멋을 느낄 수 있는데.....
분화구 한 가운데 작은 분화구가 생겼다. 이런 것을 알오름이라 한다. 그 한가운데 묘를 썼다. 정말 얄밉다. 오름의 자연스런 멋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먹고 살기 어려웠을 때의 문화이긴 하지만, 좀 너무했다 싶다. 저렇게 조상의 묘를 쓴 사람들은 잘 되었을까? 저 엉 말 얄미운 묘다.
김영갑은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용눈이 오름과 같은 오름에서 한없이 좋은 경치가 나타날 때를 기다렸다. 저 구름이 변화를 부리면 같은 모습의 오름도 천변만화한다. 갑자기 구름이 낮게 드리웠다. 비가 올래나?
친구들은 아직도 올라온 능선에서 서성이고 난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날 보고 있다.
앞 분화구, 중앙 분화구, 너머 분화구. 앞뒤 좌우로 분화구들이 즐비하다. 산굼부리, 아부오름 같은 분화구는 틔인 곳 없는 온전한 모습의 분화구다. 동검은이오름은 분화구가 서로 엉켜 기대고 산다.
올라온 곳의 반대쪽은 선 날 같은 능선이다. 다닐 수 있는 길이 좁다. 좌우는 거의 절벽에 가깝다. 바람은 세차고 길은 좁고, 좌우는 절벽이고, 그러나 무섭진 않다. 절벽으로 떨어져도 그냥 툴툴 털고 일어서면 그만일 것 같다. 바위 절벽이 아니라 흙 절벽이기 때문이다.
저 쪽 끝에 가면 어떤 모습이 나타날까? 아래로 내려갈 길이 있을까? 더 큰 트래킹은 이 길을 따라 다른 오름으로 가게 되어 있다. 저 멀리 친구가 기다리고 그쪽으로 가야 집으로 데려다 줄 차가 있으니, 아래로 내려가 다시 친구들이 있는 능선으로 올라가야 한다. 길이나 있을지...
길 끝에 서니 새로운 분화구들이 나타난다.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곧은 길이 아니라 빙글빙글 돌아가는 길이었다. 역시 소들이 만든 길이다. 급경사로 알래로 내려가지 못하니 소들도 빙글빙글 돌아 내려갔다. 나도 그렇게 한다.
분화구
친구 셋이서 지랄(?)하고 있다. ㅋㅋㅋ. 자세히 한번 보자. 확대해서.
에이 잘 안보인다. 괜히 확대했다.
분화구의 깊이는 사진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주변의 풍광이 그냥 편안하다. 장려하지는 않지만 정이 솟아난다. 화려하진 않지만 헤어지기는 싫다. 소유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나 있어주기만 해도 흥겹다. 오름은 오랫동안 같이 지내온 맘 맞는 친구같다. 동검은이오름을 바로 그런 친구랑 함께 올라와서, 그 친구는 능선에서 지랄(?)하게 만들어 놓고 혼자 한바퀴 돌았다.
그리고 나서 의기양양하게 폼 한번 잡아 보았다. 이 오름이 확실히 동검은이오름인지 잘 모른다. 입구에 그렇게 써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알 뿐이다. 오래된 친구같은 오름을 오래된 친구와 올라왔으니 그 느낌도 오래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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