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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좌보미 오름을 찾아간다. 오름군 사잇길로 한참을 가본다. 좌보미오름의 안내판은 없다. 끝까지 갔더니 백약이오름 입구에 다달았다. 에이! 오늘은 백약이 오름이다. 목표를 바꾼다.

구좌읍 송당리와 접경에 위치한 오름으로, 표선면 관내 오름으로는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고, 조금 안쪽에 위치한 방목소들의 음수대 옆으로 30분 정도 오르면 산정부에 도달할 수 있으며, 원형경기장을 연상케하는 움푹 패인 굼부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안내판의 오름에 대한 간단한 소개글이다. 위로 올라가 분화구 한바퀴를 돌아 내려오는 트래킹코스가 보인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다. 정상까지 약 30분 걸린다.

아래에서 정상까지 방부처리한 목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보다는 그냥 산길이 더 좋은데..... 내가 계단을 짜증스럽게 여기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단과 단 사이의 넓이가 나에게는 애매하다. 한걸음으로 걷자니 쪼작쪼작 걷게 되고, 그렇다고 두 단을 한걸음으로 걷자니 너무 넓고, 3단을 두 걸음으로 걸으면 딱 맞는제, 그런 넓이를 가진 계단은 드물다. 흙의 유실을 막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단다.

오름들은 소나 말을 방목하기에 적당하다. 방목하는 소나 말이 경계를 넘지 못하게 철조망을 쳐 놓았다. 사람이 다니는 길은 이렇게 두번 정도 90도로 꺽어 들어가게 만들어 놓았다. 중간에는 아예 문이 없는 경우도 많다. 위로나 아래로 넘어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들어가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철조망이나 쇠파이프로 길을 막아 놓았다고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는 게 아닌 경우가 많다. 육지사람을은 착각하기 싶다.

백약이 오름의 안내판 글이다. 예로부터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서 백약이오름이라고 한단다. 만든지 오래되었나 보다. 글자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올라가다 아래를 내려다 본다. 저 너머 왼쪽 정상이 볼톡 솟은 오름이 동검은이오름이다. 저 아래 내 차도 보인다.

소들이 한가하다. 한 곳에 모여 놀고 있다. 소들이 노는지 식사하는지 회의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은 노는 것과 일하는 것과 휴식사는 것 그런게 구분이나 될까?

노란 꽃이 피고 있다.

박새인듯 한데, 누군가 꺽어 버렸다. 저 무심한 행동. 활짝 피었더라면 얼마나 이쁠까? 숲 속에 초여름에 피는 박새가 왜 이 산에 피었다가 저런 수난을 당했을까? 저 피해당한 모습이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아마도 저 오름군이 좌보미 오름일 거다. 왼쪽에 보이는 저 길로 올라가면 왼쪽의 가장 크고 높은 오름에 올라 갈 수 있고, 뒤 이어 오른쪽의 오름들로 갈 수 있을 거라 추측된다. 좌보미 오름은 하나가 아니라 8개 정도의 오름군을 말한다고 한다. 다음 목표가 저 좌보미 오름이다.

왼쪽으로 돌아 올라가니 드디어 분화구 정상에 도착했다. 넓직한 분화구가 광활한다. 제주 오름에서만 볼 수 있는 참으로 재미있는 광경다. 아내를 중앙에 두어 그 크기를 비교해본다.

왼쪽에는 가장 높은 능선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두번재 능선이 있다. 먼저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 왼쪽으로 돈다.파란색의 잔디가 자라는 능선이 편안하고 포근하다.

분화구 아래를 내려다 본다. 중앙에 풀이 자라지 않은 곳이 있다. 비가 오면 물이 고이기 때문일까? 상당히 넓은 분화구다. 빗물이 스며들지 않아 호수가 된다면 그 분위기는 더욱 환상적일 거라 여겨진다. 물이 빠지지 않아 호수가 되는 오름은 예로부터 신성시되어 검은오름, 거문오름 등의 이름이 붙었단다. 거문오름은 여러군데 있다.

가장 높은 능선의 모습이다. 바람이 제법 심하다. 찌는 듯한 더운 날씨라도 오름에 올라가면 시원하다. 시원한 바람과 저 편안한 초록색이 마냥 더위를 날려버린다.

뱀무꽃이겠지....여름은 봄보다 꽃이 적다. 꽃이 가끔 보인다.

높은 능선에서 내려와 걷는다. 길은 두 갈레다. 능선이 만드는 곡선이 부드럽다. 자연스럽고 안정된 곡선이 그냥 편안한다.

타래난초. 뱅글뱅글 돌아가면서 꽃을 피운다.

저 멀리 좌보미 오름이 보인다. 좌보미 오름은 하나의 오름이 아니라, 여러 개의 오름-큰 오름 3개 작은 오름 5개-가 무리를 이룬 것이란다. 오름은 오름 아래에서는 그 특징적인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다른 오름에 올라가서야 겉 모습이 확실하게 보인다.

백약이오름이 있는 곳 일대는 그야말로 오름 천국이다. 백약이오름 북쪽 가까이에 높은오름, 문석이오름, 동검은이오름이 있고, 멀리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손지오름, 용눈이오름이 있으며, 동쪽에 좌보미 오름이 있다. 서남쪽에는 작은도리미오름, 비치미오름, 개오름이 있다. 남쪽에는 영주산, 멋진 야영장이 있는 모구리 오름이 있다. 서북쪽 가까이에 낮으막하지만 규모가 엄청난 아부오름도 있다. 하나같이 멋진 오름이다. 방학 동안 하루에 하나씩 올라갈 생각이다.

오른쪽 멀리 보이는 게 동검은이오름이고, 왼쪽이 문석이오름인 듯하다. 아직 문석이오름은 올라가보지 못했다. 멀리 보이는 오름의 선과 백약이오름의 능선이 만드는 곡선이 멋지다.

그 왼쪽에 보이는 오름은 아마도 민오름같다. 올라가보지 못한 오름들은 그 형태가 아직 기억 속에 없어서 애매하다. 직장의 오름대장 동료교사는 이런 모든 오름들을 꿰고 있어 함께 올라가면 쉽게 알 수 있는데, 나 혼자 올라왔으니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능선이 마치 거대한 뱀의 모습같다.

한바퀴 다 돌고 분화구 안으로 내려간다. 아내는 힘들고 무섭다고 혼자 내려간다. 분화구 안에 돌무더기가 하나 있다. 돌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볍다. 물에 뜰 것 같다. 분화구 아래에 거의 도달했을 때 노루 한마리가 쏜살같이 도망간다. 분화구 중턱쯤에 가더니 나를 쳐다보곤 괴성을 질러댄다. 그러자 또 다른 곳에 있던 또 한놈의 노루가 거든다. 양쪽에서 나를 쳐다보곤 꽥꽥 질러댄다.
노루의 울음은 정말 괴성이다. 자신의 영역에 내가 침범하자 그 영역에서 나를 쫓아내기 위해서 괴성을 질러대는 거다. 정말 기가 막힌다. 왜 이 오름이 노루 자기네 것인냐고? 제주가 좋아서 올해 내려온 놈이 한번 들어가면 안되는냐고 나도 노루와 같은 괴성으로 맞짱을 뜬다. 그러자 노루들은 이리 저리 뛰어 다니며 괴성을 질러댄다. 끝내 지고 말았다. 그리곤 분화구에서 쫓겨났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노루의 처절한 전투에 항복하고 말았다.

또 한번 더 본다. 동검은이오름, 높은 오름, 문석이오름.

백약이 오름의 능선 너머로 좌보미 오름의 능선들이 보인다. 산 정상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은 모두 분화구가 있다는 거다.

백약이오름 올라간 것은 증면하는 사진.

내려오는 중에 만난 층층이꽃

노란꽃이 덩이지어 피었다. 솔나물인 듯하다.
좌보미오름 올라가려다 우연히 만난 백약이오름은 생각보다 너무나 멋있었다. 분화구벽에 큰 두개의 산이 있어 능선 다니는 것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돌 수 있는 오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사화관금동미륵반가사유산의 관과 같다. 바람도 불어 아래동네의 더위를 무색케했다. 그냥 아는 사람 만나면 무조건 맥주 한잔 사주고 같이 마시고 싶다.

며칠 후 7월 30일, 고등학교 3학년 때의 단짝이 연락왔다. 제주에 여름 휴가왔단다. 오름을 한 군데 올라가보고 싶단다. 덜컹 백약이오름을 추천한다. 전 가족이 다음날 아침 중문에서 백약이오름까지 왔다. 그때서야 거리가 너무 먼 곳을 추천했음에 미안해한다. 다섯식구와 두번째로 백약이오름을 올라본다.
친구 가족은 너무 기대가 컸음인지 큰 감동이 없는 듯했다. 그래도 난 친구가 반가웠다. 고교 졸업후에 거의 첨 만나는 친구였다. 멋있는 자식들과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소가 옆에서 나를 대신해서 반긴다. 친구부인, 큰아들, 둘째아들, 친구, 막내딸.....촌티나는 19살이었던 친구가 시간이 지나니 저렇게 멋쟁이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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