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일반산행기 - Report
8월 중순, 오늘의 목표는 손지오름이다. 원래 손자오름이겠으나 子를 지라고 발음하는 곳이 제주다. 모자오름이라 하지 않고 모지오름이라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나무를 일렬로 줄지어 심어 이상하게 보이는 오름이다. 올라가는 길을 찾아 손지오름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본다. 여기겠지 싶어 한참을 올라가다 끝내 길을 찾지 못해 다른 곳을 찾아본다. 큰 길옆에 철조망이 있고 그 아래 길이 나 있었다. 겨우 찾았다.
철조망 통과했더니 말들이 보인다. 하늘 한번 요상타. 무슨 큰 일 하나 터질듯한 구름이다. 그럼에도 풀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큰 일 났다. 저 멀리 떼지어 있던 말들이 우릴 쳐다보더니 줄지어 우리쪽으로 오고 있다. 끄떡 끄떡. 아내는 저만치 도망갔다. 소는 얼마든지 자신있지만 말들의 공격은 첨이다. 어쩐다??? 말이 어떤 동물이지???? 초식동물이고 사람을 잘 태워다니고 ... 그러나 물리면 손라각도 잘린다는 말도 들었고....어쩐다??? 초식동물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기로 하고 가만히 있어 본다.
말들이 가까이 왔다. 일견 무섭기도 하지만 소들과 다름없겠지 싶어 가만이 있어 본다. 이 놈이 대장인가 보다. 우리에게 묻는다. "여긴 뭣하러 왔수?" "손지오름이 어떤가 한번 와 봤수? 왜 오면 안됩니까? 이렇게 떼로 몰려와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못올 데는 아니지만 좋은 데도 많은데 여기까지 뭘 구경할 게 있다고?" "내가 좋아서 왔는데, 정말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 나의 반문에 더 할말이 없는지 알았수다 하고는 돌아선다.
저 용눈이 오름의 늘씬한 모습을 보라. 두개의 봉우리가 은건히 조화를 이룬다. 산이란게 원래 저렇게 모두 조화로운 것인가 보다.
올라가는 길을 겨우 찾았지만, 억새밭이라 길이 잘 보이지도 않고 억새가 키만큼 자라 올라가기 힘들다. 아내는 나보다 키가 20cm 정도는 작다. 그래서인지 훨씬 힘들어 한다. 힘들면 온갖 불만이 쏟아진다. 왜 올라가야 하는가? 이게 길인가? 제대로 된 길은 없는가? 그냥 없다고 하고 이게 손지오름 올라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우긴다. 투덜투덜하면서 겨우 꼭대기 올라왔다. 철조망 사이로 사람들 들락거리가고 사다리가 놓여 있다.
능선이 제법 멋있다. 억새가 너무 크게 자라 다니기 어렵다. 아내는 머리까지 올라오는 억새때문에 고생이 많다. 누가 키가 크지 말라고 했나?? 저 머너 보이는 오름은 아마도 다랑쉬 오름이겠지?
등골나물도 피려고 애써고 있다. 꽃색이 붉으스레 한게 이쁘다. 억새풀 속에 숨어숨어 그들의 허락을 겨우 받아 꽃을 얻어 피우고 있다. 억새는 정말 너무너무 억세다. 그래서 억새라고 하나? 억세라고 하면 속이 너무 드러나니 획하나 쌱 바꿔 안그런 척하는 걸까?
저 건너 동검은이오름이 날카로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저 오름의 능선은 칼날같다. 너무 예리해서 다니기 힘들 정도다.
동검은이오름 오른쪽은 아마도 높은오름인듯 싶다.
패랭이가 억새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이쁘게 피어 있다. 나를 만나려고 단장하고 기다리고 있다. 이쁜 것들. 억새 속에 있으니 더욱 이쁘다.
억새 키가 너무 커서 아내는 더 이상 가지 않겠단다. 사실 나 억새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내는 얼굴까지 올라오는 억새로 말미암아 포기하고 만다. 그러고서는 이런 오름에 힘들 게 데려왔다고 투정을 부린다. 난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몰라 난감해한다. 아니 난감한 척 했다는 표현이 옳다. 아내가 뭐라고 해도 난 저 오름을 한바퀴 다 돌고 말거니까? 저 쪽에서 보면 또 어떤 경치가 나타날 것인지 궁금하거든. 아내는 자신이 아무리 투정을 부리고 불만을 터뜨려도 내가 결코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가지 않음을 안다. 그래서 스스로 포기한 거다. 그리고 손만 흔든다.
역새풀 사이에 이건 또 무슨 꽃인가? 으아리도 아니고, 쑥부쟁이는 더더욱 아니고, 그렇다고 가을에 피는 구절초도 아닌 것 같고.... 청초하다.(친구 존재의 따스함이 취나물꽃으로 알려왔다.) 이 꽃을 만나 인사를 나눈 지역의 억새는 키가 더 컸다. 나의 얼굴까지 올라왔다. 길은 발 아래 보이지 않고, 억새는 키를 넘기려 한다. 발 아래엔 뱀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풀이 키가 커 눈을 가릴 정도이니 나 조차도 위기를 느낀다. 아내가 왜 한바퀴 돌기를 포기하고 투정을 부렸는지 이해가 간다. 무서운 억새들!!!
이건 또 무슨 꽃인가?(친구 존재의 따스함이 쇠서나물이라 알려왔다.) 이쁘디 이쁘다.
손지오름은 억새들의 오름이다. 억새가 키를 넘기려 넘실거린다. 그냥 멀리서 보면 X 자형으로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있지만, 올라가보면 억새의 오름임을 알 수 있다. 억새 사이사이엔 노루가 한밤을 잔 흔적들이 보인다. 그렇다면 이 오름의 주인은 억새와 노루라 하겠다.
길가다 키 큰 놈 만나면 손지오름 올라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야 큰 키가 얼마나 좋은 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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