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일반산행기 -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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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오름은 뭐니뭐니해도 거문오름이다. 신령스러운 오름이란 뜻이란다. 혼돈의 어두운 세상에서 점차 질서를 잡아 지금의 세상이 되었다니, 이전의 그 어둡고 검은 세상의 신령스러운 상황을 나타내는 검은 세상이 거문으로 되었고, 이런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오름이라서 거문오름이 되었다. 일찍부터 노렸으나, 예약하기가 귀찮아 미루었는데, 올해 18일까지 그냥 입장이 가능하고 용암길도 개방한다고 해서 두 차례나 다녀왔다. 거문오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다니는 게 매우 까다롭다.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일단 거문오름의 분화구는 대단하다. 백록담의 3배 가량된다고 하니 그 크기가 대충 짐작된다. 여기서 흘러나온 용암이 제주도의 상당부분을 조성했단다. 바다로 흘러흘러 들어가고 그 속에 빈곳이 생겨 동굴이 되었으니, 이른바 용암동굴이 그것이다. 바다까지 14km나 흘러갔단다. 우리의 행로는 먼저 분화구 안을 헤집고 다니다가 분화구 능선을 올라 그것을 한바퀴 도는 대장정이다. 나와 아내, 제주사는 내 친구와 그 부인, 서울서 온 내 친구와 그 부인, 이렇게 여섯이서 함게 돌았다. 감탄을 연발해가면서. 부인들께서 아침일찍 일어나 김밥 도시락과 음료수를 준비했다. 바리바리 짊어지고 출발한다. 반드시 안내자가 함께 갔다. 사람이 많아 10분 간격으로 출발했다. 반드시 안내가가 동행해야 갈 수 있다. 8월 12일, 10시 20분 팀이었다.
지질, 생태, 삶의 발자취 거문오름 깊게 팬 화구 안에 솟은 작은 봉우리와 용암이 흘러나가며 만든 말굽형 분화구 겉모습 그 자체로 황성한 화산활동을 증명하는 거문오름은 벵뒤굴과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을 생성시킨 모체이다. 제주에서 가장 긴 용암협곡을 지니고 '곶자왈'이라는 생태계의 보고를 품고 있어 지질학적으로는 물론 생태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수직동굴, 풍혈, 식나무, 붓순나무 군락 등 탐방로를 따라 볼거리가 다양하며, 옛 숯가마터와 일본군 동굴진지가 곳곳에 남아 있어 생태 및 문화 탐방지로 그만이다.
출발이다. 민가도 들어서 있다. 무슨 거대한 건물을 짓고 있다. 스타디움같기도 하다. 왜 저런 건물을 이 신령스러운 곳 안에다 지을까??? 삼거리가 나타났다. 능선길, 입구, 용암로로 가는 세갈래 갈림길이다. 분화구만 도는 데도 서너시간이 걸리니, 용암길은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여기로 내려오면 능선길은 끝난다. 그러니 이 삼거리가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셈이다. 분석구의 전면에 용암협곡이 있단다. 안내판의 글이다.
용암협곡은 거문오름 분석구의 전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지형에 비해 깊게 패인 지형을 보인다. 용암협곡은 폭이 80-150m, 길이 약 2km 정도이며 양쪽 가장자리에는 그 진행방향과 나란하게 발달한 대규모 절리가 수백m 길이로 연장된다. 용암협곡은 분석구 주변에서 용암층이 연속적인 절리를 따라 단층운동이 발생하여 만들어진 구조이며 용암협곡 주변에는 상록식물이 우세하게 자라 겨울에도 푸르고 울창한 숲을 유지하여 항공사진으로도 쉽게 인식된다.
가이드의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잘 안들린다.
얼마전에 심은 삼나무 숲길
분화구 내부에 들어왔다. 작은 오름의 분화구 안은 억새를 비롯한 풀로 덮혔지만, 거대한 분화구를 가진 거문오름은 원시림으로 덮혔다.
저 멀리 보이는 능선이 분화구 능선이다. 이게 산 아래가 아니고 둥그렇게 패인 분화구 안에서 분화구 능선으로 본 것이라는 거다. 넓이가 대단하다.
인공으로 조성된 나무로 만들 길을 따라 우린 걷는다. 척박하고 산꼭대기에 형성된 움푹패인 곳이니 은밀하고 사람이 살 수 없었다. 그러니 일본놈들이 태평양전쟁때 동굴진지를 구축해서 미군의 공격에 대비했다.
풍혈이란 다량의 낙반이나 암석들이 성글게 쌓여있는 틈 사이에서 바람이 나오는 곳을 말한다. 대기중의 공기는 이 암석들의 틈사이를 지나면서 일정한 온도를 띠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철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와 탐방객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한순간에 날려보낸다. 안내판의 글. 풍혈이라는 동굴이다. 용암이 엉성하게 덮었고, 구멍이 생겼다. 아래로는 복류천이 흐른다. 그 깊이가 대단하여 그 온도가 철에 관계없이 일정하단다. 그래서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엔 따뜻한 습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댄다. 그래서 이끼가 살고, 상록수가 많다.
원시림이다. 정글이다. 위도가 낮아 따뜻하기도 하지만, 풍혈이 있기 때문에 정글이 형성되었다. 열대지방에 있는 정글이 여기에도 있다.
이런 곳에다 일본군은 갱도진지를 팠다. 제주도가 태평양에서 일본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유독 갱도진지가 많다. 안내판의 글 : 이곳은 대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구축한 갱도진지입니다. 이 곳 거문오름에서 확인되는 일본군 갱도는 모두 10여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노박덩쿨이 덩쿨져 있다. 일본군 갱도진지 표시들. 들어가 보고 싶다. 저 곳도 정리해서 들어갈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사실 저런 갱도진도는 우리나라 전국에 널려있다. 나의 고향 양산에도 있었다. 어릴때 우린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곳에 들어가 놀았다. 시원하고 따뜻했으므로. 떨떠름한 물질이 바위에서 나와서 따 먹기도 했다. 박쥐란 놈이 그곳에 거꾸로 매달려 있어 잡아서 놀기도 했다. 이제사 보니 그것들이 바로 일본놈들이 파 놓은 방어용 군사시설임을 알게 되었다.
용암협곡이다. 깊이도 대단하다. 분화구 안에 또 좁은 계곡이 있다. 저 곳도 시원할까? 길만 다니게 할뿐 다른 곳은 일체 출입 금지다. 가라고 해도 갈 수도 없지만.
이 부근은 풍혈들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솟아 올라와 시원했다. 냉장고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상산나무가 지켜주는 풍혈
거문오름은 분화구의 전면에는 용암이 흐르면서 누적된 이후 단층운동이 발생하여 수직으로 함몰된 용암함몰구가 발달하고 있습니다. 이 함몰구 주변에는 식생구조와 식물상이 유사할 뿐만 아니라 구성종면에서 매우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내판의 글 수직동굴도 있다. 선흘수직동굴 안내글 : 선흘수직동굴은 거문오름 복동쪽 표고 약 355m 지점에 입구가 위치하며 수직 35m 깊이로 형성되었다. 이 동굴은 제주도에서 가장 깊은 수직동굴로 알려져 있으며, 동굴의 입구로부터 깊이 약 17m까지 70도 정도의 경사를 이루며, 그 아래 약 27m까지는 수직으로 통로가 발달한다. 이 동굴은 거문오름으로부터 분출한 용암에 의하여 약 10-30만년 전 사이에 형성되었으며 동굴의 천장이 무너지면서 수직 통로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나무이다. 이곳에서 많이 자라는 상록수이다. 이곳이 자라기에 적당한 환경을 가졌나 보다. 나무들이 바위틈을 비집고 뿌리를 내려 거대하게 자랐다. 곶자왈의 모습을 나무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땅 밑에서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올라오니 콩짜개도 잘 자란다. 콩짜개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자라기도 하고 돌을 타고 올라가 자라기도 한다. 이끼같다. 곧 또 삼거리가 나타났다.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는 길, 그리고 걸어온길, 또 하나는 능선으로 한바퀴 도는 길, 능선을 따라 한바퀴 도는 길도 상당하다. 4시간 정도 걸린단다. 아직은 힘이 남아 있었다. 능선길을 선택한다. 배가 고파왔다. 음식도 준비된 곳에서만 먹어야 한단다. 능선, 즉 분화구의 화구에 해당하는 산 정상인데, 모두 9개의 높은 봉우리를 가졌다. 그래서 1룡부터 9룡까지 있다. 각 욜마다 용의 이름과 모습을 붙여놓았다. 9룡은 돌아다니는 용이 산에 숨은 모습의 봉우리라고 이름 붙였다. 산꼭대기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아직 4.1km를 더 가야한다. 저 멀리 다른 용들이 보인다. 이제는 봉우리에서 분화구 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거문오름은 덩치가 다른 조그만 오름들과는 다르다. 8룡은 청룡음수봉이다. 청룡이 물을 마시는 모습의 봉우리란 뜻이겠다. 말 만드느라 고생했다는 느낌이 든다. 5룡은 자룡고모봉이다. 아들용이 어미 용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의 봉우리란 뜻이겠다. 저 위에 또 하나의 좀 더 높은 봉우리가 있으니 이곳을 아들용이라 하고 저쪽의 봉우리를 어미용이라 했다. 능선을 따라 걷는데 능선이 모두 숲으로 싸여있으니 전망이 안좋다. 볼게 사실 별로 없는 셈이다. 볼것은 전망대에 다 있다. 3룡은 황룡토기봉이다. 황룡이 숨을 토하고 있는 모습의 봉우리란 말이겠다. 정말 고생 많다. 말들을 근사하게 만드느라. 용들 참 좋아한다. 제주에서 만나는 가장 흉악한 나무는 아마도 송악일거다. 뿌리를 땅에 박았는지 모르지만, 일단 이 자식은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데, 그러면서 다른 나무에다가 뿌리를 박는다. 아마도 양분을 탈취해서 컨다. 죽은 다른 나무를 엄청 강하게 휘감아 자라지 못하게 한다. 결국 나무는 죽게 된다. 기생하는지 안하는지 모르지만 그가 기대고 타고 올라가는 나무 숙주를 거의 못살게 한다. 소나무도 타고 올라가고 죽은 나무도 타고 올라가고 왠만한 나무는 가리지도 않은 듯하다. 이게 바로 그 송악이다. 마지막 전망대 올라가기 직전에 쉼터가 나온다. 여기서는 밥먹어도 될란가. 사실 우리는 능선에선 밥 먹으도 되는 줄 알고 길가 그늘막에서 앉아서 도시락을 먹어치웠다. 나중에서 쉼터에서만 식사할 수 있음을 알았다. 쉬어가는 사람들의 담소 소리가 정겨웠다. 편백나무숲길이 나타난다. 편백나무는 잎뒤를 바면 Y자 무늬가 겹겹히 보인다. 무철도사가 가르쳐줬다. 편백과 측백, 삼나무를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2룡 백룡망해봉이다. 백룡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의 봉우리란 뜻이다. 전망이 좋은 곳에 전망대를 설치해놓았다. 주변의 오름들의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다. 오름 이름들 알아서 뭐하지? 그냥 알아둔다. 그래야 기억하고 기억해야 아는 게 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학생들 이름을 모르면 얼굴을 기억못한다. 이름은 안다는 것은 결국 얼굴을 익히고 성격을 알고 태도를 알고 나와 관계가 맺어져 그를 대하는 태도를 정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나무, 꽃 이름도 마찬가지다. 이름을 모르면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어릴 때 얼마나 많은 풀들을 보아왔던가? 그러나 소가 잘 먹는 풀, 토끼가 잘 먹는 풀, 이런 풀과 채소는 모두 이름을 알았고, 그 풀들은 기억한다. 그러나 나머지는 어떤 풀이 있었는지 모르는 게 많다. 오름 이름도 마찬가지일 거다. 여기에 나오는 오름들 중 물찾오름 하나만 귀에 익고 나머지는 모두 생소하다. 올라가보지 못했고 나와 관계를 맺지 못했으니 그럴 것이다. 오른쪽 끝으로 한라산이 보인다. 한라산을 중앙에 둔 전경이다. 물찾오름은 사려니숲길 가운데쯤 있는 오름이다. 오른쪽에 민오름이 전체가 보인다. 그 뒤가 절물휴양림인가 보다. 이쪽 오름들도 나에겐 생소하다. 내가 많이 올라가 본 오름들은 주로 제주도 남동쪽에 있는 오름들이다. 한라산 오른쪽 부근의 오름들이다. 물장오리가 희미하게 보일락말락 하고, 앞에 민오름이 자리잡고 있다. 중앙에는 첨 들어보는 오름들이 올망졸망 자리잡고 있다. 안세미 밧세미가 명도암 오름인가 보다. 중앙에 바농오름이 잘 보인다. 한라산을 벗어나 완전히 오른쪽의 오름들이 보인다. 세미오름이 왼쪽에 보이고 오른쪽에 원당봉과 우진제비가 보이는데, 이들은 왜 이름이 이런지 궁금해진다. 전망대의 모습. 쉴겸 마침 카메라 가방에 들어있던 피리를 꺼내 서를 녹여 한곡 불어본다. 힘들다. 피리는 너무 힘들다. 많이 불고 불어 배와 입술에 힘이 생겨 자유자재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될 때, 그 때까지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 난 그렇지 못했고, 그래서 아직도 힘들다. 긴아리랑이 힘들게 넘어간다. 드디어 1룡 흑룡상천봉, 즉 흑룡이 하늘에 올라가는 모습의 봉우리에 도달했다. 이젠 내려가야 할때, 또 좋은 전망대가 나타난다. 거문 오름 전체가 한 눈에 조망되는 곳이다. 여기서는 동쪽 지역의 오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귀에 익고 나와 관계를 맺은 오름들이 많았다. 반가웠다. 안다는 건 이렇게 만나면 반가워지는 거다. '못난 놈들은 만나기만 해도 흥겹다'라고 어느 시인이 그랬던가. 아는 존재를 만나면 대부분 반가워진다. 오름들도 그렇다. 거문오름의 분화구 너머 동부지역 오름들이 한눈에 보인다. 이 풀은 흔하디 흔한 풀인데,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다. 머루와 섞여 있어서 잎은 잘 구분이 안된다. 꽃은 작은 몽우리가 졌다가 저렇게 동그랗고 별모양의 꽃이 핀다. 그런데 냄새가 좀 고약하다. 꼭 닭똥,오줌 냄새같단다. 그래서 이름이 계뇨등이 되었다. 이름치고는 참!! 이름 때문에 저 풀을 만날 때마다 닭오줌냄새를 기억해야 하는 고역이 생기니 저 풀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여문영아리, 감은이, 쳇망오름, 구두리오름의 자태가 보인다. 물영아리 옆에 있는 게 여문영아리인데, 아직 못 가본 오름이다. 나머니는 이름도 생소하다. 생소한 걸 친근하게 느끼는 건 관계를 맺어야 가능하다. 어떻게 관계를 맺을까? 여긴 아는 오름들이 즐비하다. 높은오름은 거문오름 오르기 직전에 올랐던 오름이고, 동거문오름은 친구셋과 함께 올라갔는데,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그 칼날같은 능선에 날려가 절벽에 떨어져 죽는줄 알았네, 백약이오름은 정말 멋있는데, 소들이 멀뚱멀뚱쳐다본게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관계를 맺으면 아는 존재가 되니, 오름도 이런데 사람은 오죽하랴. 전명호가 방학동안 염색했다가 그냥 등교했다가 혼나고 다시 검은색으로 염색하곤 의기양양하게 확인받으러 왔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이렇게 맺어지고 있다. ㅋㅋㅋ 그 오른쪽으로 아는 오름들이 또 막 나타난다. 민오름은 비록 못가보았지만, 이승만 별장이 있다던가 어떤가 하는 오름이고, 비치미오름과 개오름, 영주산도 익히 들어 아는 오름들이다. 아 반갑다. 이렇게 이곳에서 이들을 만나다니. 표선에서 제주로 가는 길이 97번 지방도로 번영로인데,성불오름은 비치미오름과 마주보고 있는 나무로 덮힌 오름인데, 아직 올라가 보진 못했다. 여기서 보니 모지오름이 그 반대편에 있다. 원래 그 앞에는 장자오름이 있어서 모자오름인데, 모지오름이라 부른다. 따라비오름은 분화구가 셋인 오름으로 그 앞의 억새벌판이 좋아 가을엔 환상적이라 했다. 서울의 선생친구들이 방문했을 때 여기와서 제주의 속살을 보았다고 좋아했던 오름이다. 아, 아는 존재는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진다. 그 옆으로 대록산과 소록산, 부소오름이 나타난다. 부소오름은 첨 들어보는 오름이다. 대록산도 제주친구의 안내로 올라갔던 오름이다. 큰노루오름이 대록산이다. 거문오름의 분화구가 가장 드러난 모습이다. 분화구 능선에 9개의 봉우리가 있다. 얼마나 많은 용암이 이곳에서 흘러나왔는지, 14km나 바다쪽으로 흘러갔단다. 분화구도 엄청 커서 백록담의 세배나 된다니. 사실은 제주의 어머니같은 오름이 바로 거문오름이 아닐까 싶다. 드디어 출발할 때 쳐다보았던 내려가는 길에 도착했다. 아래쪽에 쉼터가 있고 한바퀴 돈 사람들은 저 쉼터에서 한숨 돌린다. 이제 막 출발점에 도달한 사람들은 왜 저곳에서 한숨쉬며 앉아 있는지 그 심정을 잘 모르고 멀뚱멀뚱 쳐다보며 지나간다. 우리는사람들을 저렇게 다른 상황에서 항상 만난다. 힘이 남았으면 용암길도 내처 걸어버렸을 테지만 힘이 다 빠졌다. 다음을 기약한다. 15일까지 개방한다고 했다. 나오는 길, 어느 집 잔디깔린 마당 한 귀퉁이에 아는 꽃이 피었다. 범의꼬리다. 전에 충북 음성에서 농사를 지을 때 이웃집 장독대 부근에 엄청피어 있었던 꽃이라서 익히 알고 있었던 꽃이다. 이 곳 제주에서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범의꼬리, 뭐가 범의 꼬리 같단 말인가? 어린왕자는 서로 알게된다는 건 날마다 조금씩조금씩 가까워지는 의식을 통해서 그렇게 된다고 했다. 거문오름 내려오니 모르는 사람 붙잡고 관계맺자고 우기고 싶어진다. 관계를 맺자고 아무나 붙잡고??? 미친놈이 되었나? 내가?? 거문오름용암길은 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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