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일반산행기 - Report
개학한지 2주일이 지나 교내 오름등반팀이 가동했다.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간단다. 조금 먼 곳을 다니다가 해가 짧아지면 학교 부근에 가잔다. 그래서 선택된 곳이 웃바매기오름이었다. 바매기오름이 나란히 두개가 있고 위에 있는 오름이 웃바매기오름이고 아래에 있는 것이 알바매기오름이다. 오선생, 김대장, 그리고 2학기에 갓부임해온 김선생, 나 이렇게 넷이다. 난 청일점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다.(?). ㅋㅋㅋㅋ
입구에서 오름둘레를 거의 2/3쯤 걸어갔다가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대장님의 안내가 있다. 입구에 안내석과 안내글이 보인다. 모양이 밤처럼 생겼다는 것은 민간어원설이라면서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이 오름의 꼭대기가 알반의 꼭지처럼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이야기한다.
웃바매기오름(上夜漠只岳) 안내판글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이 오름은 표고가 416m이고 비고가 137m이다. 오름이 밤알 모양으로 생겼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나, 이는 민간어원설이다. 이른 시기의 옛 문헌과 옛 지도에 破磨只岳(파마지악), 상야막지악, 上夜漠岳 등으로 표기된 것으로 볼 때, 밤(栗)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매기의 뜻은 확실하지 않다.
오름 남동쪽이 뽀족한 정상을 이루고, 여기에서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다. 화구 아래쪽에는 선세미라는 샘이 있다. 남쪽 비탈에는 해송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고, 동서 비탈 일부와 화구 안쪽에는 자연림을 이루고 있다.
오름의 둘레길은 삼나무숲이다. 처음 오름에 올라간다는 초보 김쌤이 이런 삼나무숲을 보고도 감탄한다. 맞아 첨에는 이런 길만 보고도 감탄했었지....이젠 제법 경지가 높아진 것으로 착각하며 으쓱대고 싶어진다. 6개월만에.
숲속은 낮인데도 이렇게 어둡다. 빛이 들어오지 않은 곳은 어둡고 나무가 조금 성긴 곳에서는 어김없이 햇빛이 들어온다. 삼나무슾을 명암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걸어간다. 두른두른 이야기를 나눠가면서.
초보자들을 위한 길안내판이 중간중간에 세워져 있다.
오름 둘레를 거의 다 돌았단다. 그때 위로 올라가는 길이 나타난다. 세 여자 앞세우고 천천히 올라간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져 힘들어진다. 난 왜 허기가 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지. 내 체형의 특징인가 아님 모두다 그런가. 사무실에서 출발 직전 냉장고를 털어 가져온 파이를 살짝 꺼내먹는다. 3개밖에 안되니 한개씩 나눠줄 수도 없다. 물을 파이보다 훨씬 많이 마신다. 그래야 배가 채워지거든. 뒤에 쳐져 혼자 먹어서 미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배가 고프면 올라갈 수 없는 내 체질의 특수성을 이해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저기 정상이 보인다. 별로 높지 않다. 금새 꼭대기에 다다랐다.
정상 바로 밑에 오름대장이 소리친다. " 야, 야고다. 야고를 이곳에서 만나다니." 야고는 기생식물이다. 억새에 개생해서 억새의 양분을 빨아먹고 초가을에 꽃을 피우는 기생식물이다. 야고가 억새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는지는 모른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 속내를 보기가 쉽지 않다. 고개를 숙이고 카메라를 땅에 쳐박고서야 꽃 내부가 조금 보인다. 육지에서도 억새가 많은 곳에 야고가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제주에만 있는 건 아닐텐데 왜 야고를 이곳에서 처음 보게되었는지. 태어나 처음보는 모든 것은 사실 신기한 거다. 야고가 나에게는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첨 보는 야고가 한 송이도 아니고 세송이나 피어 나를 반기고 있다. 이쁜 것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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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에는 며느리밥풀이 밥알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꽃의 이름에는 틀림없이 사연이 있을 법한데. 꽃이름을 알고 그 사연을 알고 그러면 그 꽃과 나는 아는 사이가 된다. 아직은 이름 정도만 겨우 아는 관계를 맺고 있다. 며느리밥풀.
정상에 오르니 해가 지고 있다. 한라산 쪽으로. 석양이 물들었다. 가물가물 오름들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할 것이다. 날이 훨씬 짧아졌다. 오름초보 김쌤은 혼자 올라와 이런 이런 광경 보는 것을 못내 안타까워하고 있다. 잘 아는 사람과 함께 보고싶은 게다. 좋은 곳을 보면 좋아하는 사람을 떠 올리는 게 모든 사람의 심정인가 보다. 열심히 사진으로나마 알려주기 위해 열심히 셔트를 눌러댄다. 내가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도 알고 보면 같은 짓거리일 것이라 생각된다.
해가 지고 있는 제주 중산간의 모습이다. 오름들이 올망졸망 넓게 자리잡고 있고, 그 사이로 송전탑들이 장난삼아 세워놓은 성냥개비처럼 서 있다. 해질녁 분위기가 감돈다. 이때가 참 좋다. 어릴 때 소먹이고 내려온 동네 뒷산에서 친구들과 공차고 공던지고 놀던 때가 바로 이 시간쯤 되었다. 소들은 워낭을 쩔렁거리면서 쉬고 되새김하고 있을 때, 우리는 어두워지는 걸 아쉬워하며 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놀았다. 기다리다 지친 소들이 먼저 지들이 알아서 집으로 내려가 버린다. 그런 날이면 아버지에게 엄청 혼나곤 했다. 소들이 내려가면서 가끔 농작물을 훌쳐 먹기 때문이다. 그 때 소들은 각자의 집을 알고 있었지.
제주에 밤이 내리고 있다. 아슴아슴히.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성산 일출봉은 그 생김새로 제주의 동남쪽지역에선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석양과 일출은 이렇게 사실 잘 구분이 안된다. 나 같은 제주 초보에게는. 석양을 보려고 서울사람들은 서해 왜목마을 같은 곳을찾아간다. 석양을 보려고 난 집에서 나와 3분을 차타고 나간다. 20분쯤 움직이면 바다속으로 빠지는 석양을 볼 수도 있다. 일출을 보려고 서울사람들은 동해로 간다. 갈 때마다 일출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난 일출을 보려고 집에서 차를 타고 5분쯤 동쪽이나 방파체로 가면 된다. 그런데 서울 있을 때는 일출보기 위해 동해로 몇 번 갔으나, 제주에 와선 일출보기 위해서 한번 바다에 나가 본 적이 있다.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항상 볼 수 없는 것과 같거나, 최소한 비슷하다.
내려가려니 많이 어두워졌다. 어두워질거라 생각도 못한 우리와는 달리 대장님은 손전등을 준비했다. 핸드폰에 연결한 손전등을. 아래로 내려오니 분화구에 해당하는 곳에 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사진이 찍힐 리 없다. 나머지 둘레를 돌아오니 차가 기다리고 있다. 웃바매기오름 둘레를 한바퀴돌았던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처음 만나는 게 신기한 건 꽃만이 아니다. 사람도 처엄 만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신기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왔더니 많은 사람들이 나를 궁금해했다. "왜 내려왔느냐고?" 내 대답은 항상 그랬다. "서울에서 사는 것보다 제주에서 사는 게 훨씬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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