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일반산행기 -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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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목요일, 일주일에 두번씩은 꼭 오름 올라가자고 약속했다. 월요일과 목요일. 약속이 진해서인지 오늘은 많이 모였다. 대장, 오선생, 현선생, 강선생, 그리고 나, 여3, 남2의 이상적인 모둠이었다. 표선서 번영로로 제주로 가다 대천동 사거리에서 우회전, 송당쪽까지 가서 다시 좌회전하여 조금 가면 체오름이 나타난다. 들어가는 입구는 이렇게 막혀있다. 여기는 사유지란다. 못들어가라는 뜻은 아니란다. 아래로 통과한다.
저 멀리 체오름이 보인다. 저 아래까지 10분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대장이 자꾸 이상한 곳으로 들어간다. 중간에 길이 나 있는데, 그곳으로 가면 안된다는 사실을 ㅇ알아야 대장 자격이 주어진다.
누군가 이 지역을 사유한 사람 즉, 이곳의 주인이 여기를 공원 비슷하게 꾸몄단다. 그런데, 자연적인 상태를 너무 많이 훼손했다고 신문에 보도된 뒤에 거의 방치되었는데, 여기가 바로 방치된 공원이란다. 아래로 내려가 계곡을 살핀다. 폐쇄된 공원에 풀이 자라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자연 동굴도 공원 끝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제주에는 정말 특이한 곳이 많다. 유명한 곳은 물론 관광지로 개발되었지만, 그렇지 않고도 굉장한 곳이 많음을 여기서 느낀다.
또 체오름이 보인다. 9월 초의 들녘은 무릇의 계절이다. 보라색 무릇이 지천에 피었다. 무릇은 초봄에 달래와 함께 싹이 오른다. 달래는 캐 먹을 수 있지만, 무릇은 못먹는다. 그리고 잎이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꽃대궁이 올라와 저렇게 꽃이 핀다. 사람들은 무릇잎과 꽃을 따로 기억한다. 나의 고향에선 달래를 달롱개, 무릇을 물롱개라 불렀다. 어릴 때, 저 꽃이 물롱개의 꽃인줄 몰랐다. 상사화도 그랬다.
잎 아래에 꽃을 숨기고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꽃도 활짝 피었다. 숨어서 이쁘게 필 바에야 뭐하려 이쁘기는 이쁜지? 저들이야 저렇게 생긴데 불과한데, 우리 사람들이 이쁘다 안이쁘다 평가할 뿐이겠지..(친구가 수까치깨임을 알려줬다.)
체오름 전면에 섰다. 체오름은 체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란다. 체는 체이, 키, 돌체 등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농기구(?)이다. 곡식을 넣고 까불리면 알맹이는 남고 껍질은 날아간다. 애들이 잠자다 오줌싸면 아침에 이것을 뒤집어 쓰고 소금 얻어러 다니게 한 것이기도 하다. 저 멀리 능선이 체의 막힌 부분이고,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체의 트인 부분이다. 말굽형 오름이 깊이가 좀 달라서 붙여진 것이리라.
여름에는 들판에 꽃이 별로 없다. 가을이 시작되었다고 온갖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가슴이 벌렁거린다. 으이리 꽃이 활짝 피었다.
며느리밥풀꽃도 밥풀 두개를 달고 피었다.
이건 무슨 꽃인지, 이름을 알았다가 잊어버렸다. 틀림없이 이름을 대면 금방 기억날 것 같은 꽃이다. 송장풀. 이름 한번 괴퍅하다. 가끔 보이더니 나중에 많이 보였다.
능선에 올랐다. 비고가 200m가 채 되지 않으니 올라갈 땐 조금 힘들다 싶은데, 곧 꼭대기에 도달하고 말았다. 조금 온 천지가 다 보이더니 곧 좁은 길이 나타난다. 나무들이 촘촘이 자랐다. 몇년전엔 나무들이 키가 작아 다니기 쉬웠단다. 능선의 넓이가 좁고 분화구쪽으론 절벽이라 다니기가 쉽지 않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모습이다. 깊은 분화구에 나무들이 빼곡히 자랐다.
분화구의 내부 한가운데이다. 저 가운데에도 들어가 봐야 하는데, 요즘은 시간이 모자란다. 7시가 좀 넘으면 벌써 어둑해져 다니기 어렵기 때문이다. 눈에 덮인 체오름도 참 좋단다. 오름들이 사시사철의 분위기가 다 다르단다. 내가 반론을 제기한다. 제주의 오름이 모두 368개인데, 사시사철이 다르다면 368*4번을 올라가야 한단 말인가. 불가능하니 한번이라도 올라가보면 다행이라고.
카메라에 한 번에 들어오지 않아 나눠 찍고 그것을 샵질했다. 그랬더니 좁아졌다. 위 아래로도 합성해야 할 것 같다.
산꼭대기에 또 이런 꽃이 보인다. 도감을 찾아보던지, 친구에게 물어보든지 해서 이름을 알아야지.(친구가 비수리라고 알려줬다.)
약간 다른 색의 송장풀이 나타났다. 처음 보는 꽃이 나타날까 걸으면서 기대가 심하다. 꼭 새로 사귄 애인을 만나는 맘이 이럴까?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앞에 뒤에 조그만 오름들이 연이어 자리잡고 있다. 오름대장이 무슨오름이라고 열심히 알려줬으나, 기억해내지 못한다. 아직 관계를 맺지 않은 오름은 쉽게 알아지지 않는다.
저 오름은 밤오름이다. 위에 있으니 웃바매기오름이고, 아래에 있으니, 알바매기오름이 되었다. 생김이 비슷하다. 알밤처럼 생겼다해서 붙인 이름이라고들 한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씩 찍어본다. 이날은 산에 올라갈 차림이 아니다. 차 안에 등산용 티셔츠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없었다. 그냥 올라갔다. 바지는 등산바지였기에 괜찮았지만, 윗도리는 남방차림 그대로였다. 땀에 제법 젖었다.
야고 하나를 짓밟았고, 야고는 꺾여 버렸다. 손에 들고 그 안을 찍어보았다.
등골나물의 붉으스레한 색이 이쁘다. 꽃이 막 피어나고 있다.
이건 또 뭔가? 세잎쥐손이인가? 잎을 보았더니 잎사귀가 세개인 듯 했다.
아래에서부터 계속 만났던 절굿대. 환상적인 색깔이다. 엉겅퀴 비릇한데, 꽃은 완전히 둥글고 자주와 파란 색이 결합된 아름다운 색깔을 띠었다. 산꼭대기 올라서 만났던 절굿대가 가장 이볐다. 이것 역시 처음 만나는 꽃이다. 모양은 엉겅퀴이나 색깔을 처음 만난다. 아름다운 여인을 처음 알게 되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아름다운 꽃을 처음 만나도 참으로 기분좋다. 절굿대, 아슴한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꽃이다.
무릇의 보라색이 시샘하는 듯이 우아한 색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 송당에서 저 성불오름까지 오름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다. 비치미오름이 번영로를 사이에 두고 성불오름과 마주보고 있으니, 저 멀리 있는 오름들이 바로 그 오름들이다.
또 절굿대, 큰 꽃은 다피어 난숙해졌고, 아래 작은 꽃은 필락말락하고 있어 청초하다. 위 절굿대가 40대 여인이라면 아래 절굿대는 10후반의 소녀다. 둘 다 이쁘다.
구름과 안개와 그리고 한라산
요것도 세잎 쥐손이???
좁은 길로 한바퀴를 돌아 다시 출발지로 내려왔다. 많이 어두워졌다. 감도를 최대한 올려 겨우 찍었다. 숨도 쉬지 않고. 노이즈가 심하다. 즉 깜깜해졌단 말이다.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간다. 체오름의 기억을 가슴에 담고. 난 이제 체오름에 올라가 본 사람이 되었다.
빨리 대처로 가서 밝으스레하고 파르스레한 옷입고 다니는 여자들을 만나고 싶다. 만나서 어쩌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가만히 보고 싶다. 모르는 아름다운 여자를 산에서 꽃보듯이 보고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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