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9월 8일, 우리의 등반대가 찾은 오름은 알바매기오름이었다. 며칠 전에 갔던 웃바매기오름 옆에 있다. 아래에 있는 바매기오름이란 뜻이다. 알이 아래라는 말의 준말 쯤 된다. 흔히들 오름 생김이 밤톨처럼 생겼다 해서 붙인 이름이란다. 표선에선 제법 멀다. 번영로를 따라 가다 거문오름 쪽으로 우회전해서 한참을 가야 된다. 넷이서 출발했고, 오늘도 난 청일점이 되었다.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200m쯤 가면 진짜 입구가 나타난다. 입구쪽에는 길이 제법 잘 나 있다.

 

또 모르는 꽃이 나타났다. 촛점이 잘 맞지 않고 숲속이라 어두워서 잘 찍히지 않았다. 이런 꽃을 보고 금방 이름을 알면 얼마나 좋을까? 알았다가 잊어버렸다가 알았다가 잊어버렸다가 이걸 몇번 반복해야 겨우 알게 되니, 참으로 귀찮다. 예전에는 제법 총기 있단 말도 들었는데....

 

낙엽이 쌓이고 썩어가는 산길은 참으로 걸어다니기 좋다. 관절에 전혀 무리가 가지 않은 길이란다. 푹신푹신한 산길이다.

 

해가 뉘웃뉘웃 넘어가고 있다. 나무 틈새로 햇빛이 기어들어왔다. 햇빛이 웃긴다.

 

 

산박하 꽃이 피었다. 조그만 꽃이 닥지닥지 핀 모습이 재밌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산길에 지네들끼리 피어서는 서로 쳐다보고 웃고 있다.

 

금새 정상에 올라왔다. 석양이 지는 제주가 마치 한폭의 동양화같이 펼져지고 있다.

 

해질녘의 제주. 상당히 광활하다.

 

한라산의 배경으로 사진 한장씩 찍어준다. 내 사진도 찍었다. 생각보다 사진은 늙었다. 자꾸만 늙어가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막 결혼해서 막 돌아다닐 때, 마누라는 그렇게 말했다. 빨리 늙으버리라고. 그래야 싸돌아다니지 않고 집구석에 쳐박혀 있을 거라고.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빨리 늙어가고 있다. 머리도 빠지고. 생로병사, 이제까지 늙어가고 있는 게 고통인줄 몰랐는데, 이제사 그것이 고통임을 조금씩 느낀다. 울엄마를 보면 너무나 금방 알수 있긴 하지만.

 

해가 빛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석양이 은은히 색의 조화를 부리고 있다. 구름이 조금 끼고 날씨가 맑으면 제주의 해그름 하늘은 빛의 잔치를 황홀히 벌인다.   

 

석양과 함께 한라산의 자태도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한라산이 구름인양 산인양 해를 숨기고 있다. 그 앞에 자식들을 안전하게 품고 있다. 한라산의 품이 이렇게 넓다.

 

오름들이 겹겹히 줄서서 어둠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말없이. 그냥 고요하다. 어둠이 이들을 한꺼번에 조금씩 조금씩 갉아 먹고 마침내는 통채로 삼켜버릴거다. 우리도 새카맣게 변하고 말거다. 산과 함께.

 

조금 더 높은 데서 보려고 까치발을 했다. 그랬더니 해가 바다속으로 빠지고 있다. 

 

산 아래에 불빛이 보이고 사람들이 어둠을 이기려 애쓰고 있다. 그래도 어둠은 마구잡이 공격해 들어간다. 빛의 상채기를 조금 남기고서. 불빛있는 저 곳이 교래리 부근이고 그 옆의 오름이 큰 지그리오름이란다. 가 본 곳은 설명을 들으면 금방 기억해낸다. 올라가보지 못한 오름은 아무리아무리 가르쳐 줘도 금방 잊어버린다. 나와 아직 관계를 맺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올라왔던 길로 도로 내려간다. 반대로 내려가면 너무 어두워져서 길을 잃거나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해가 그만큼 짧아졌다는 말이다. 웃바매기오름 때 어둠을 경험한 우리들은 모두 손전등을 준비했다. 산길을 손전등 비추면서 걸어가는 것도 제법 재밋다. 두른두른 수다를 떨면서.

 

등골나물꽃의 붉으스레한 색이 이쁘다.

 

이삭여뀌? 붉은 꽃도 피었다. 쇠무릎 꽃인지 열매인지도 옆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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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는 이렇게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의자도 있다. 의자에 앉아서 산불을 감시하나 보다.

 

알바매기오름에서 어둠을 만났고, 어둠이 있으니 빛을 만날 수도 있었다.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어지나 보다. 그냥 괜히 말장난이 하고 싶어진다. 어둠이 빛을 이긴다고? 아니지 빛이 어둠을 이기는 거지. 빛이 있으니 어둠이 있는 거란 말이다. 그래서 뭘 어쨌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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