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우리학교 오름 등반대는 성불오름이 목표였다. 제주시에서 표선으로 가는 길 중간쯤에 말이 풀뜯고 있는 곳이 성불오름이다.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오름 중에 하나다. 김대장, 오쌤, 강쌤,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다. 남:녀=2:2 오늘은 비율이 어울린다.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표고 362m(비고 97m)의 오름이다. 이 오름의 화구는 말굽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쪽 봉우리에서 북쪽 봉우리에 이르는 등성마루로 에워싸여 있고, 동쪽은 얕게 패 있는 골짜기를 이루고, 그곳에 자연림과 '성불세미'(成佛泉)라는 샘이 있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이러한 형국을 옥문형(玉門形)이라 한다. 이 샘은 예전에 성읍리 주민들의 유일한 식수원이었다고 한다.

 오름 남쪽 봉우리에는 용암 노두가 노출되어 있고, 그 밑으로 한 사람 정도 출입할 수 있는 동굴이 있다. '성불오름'이라 불리는 것은 이 오름에 '성불암'(成佛庵)이라는 암자가 있음에 연유했다는 설과 동사면 정상부에 있는 바위가 중이 염불하는 모습을 닮았다는 데서 연유했다는 설이 있다. 특히 이 바위에서 치성을 올리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 지금도 가끔 이 암자터를 찾는 이들이 있다.

 오름 사면에는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인공으로 조림되어 있다.  

 

올라가는 길이 잘 닦여져 있다. 좌우에는 말의 출입을 통제하는 쇠울타리가 쳐져 있다. 정상을 향하여 똑바로 길을 내었다. 사유지일텐데도 올라가는 사람들을 위해 길을 내 주었다. 오름의 입구가 벌어져 있어 말굽형이나, 중앙에 샘이 있다니 그 생김새가 玉門(옥문이란 표현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닌데.... 용두가 출입할 수 있는 곳만이 옥문이라 하는데...)처럼 생겼다는 거 아닌가? 이런 곳에 남자가 들어가면 힘을 못쓴다고 했는데, 큰 일 났다. 그래서 과연 힘이 빠지고 짜릿짜릿해졌는지 기억이 없다.

 

숲이 시작되자 길은 저런 식으로 바뀌었다. 나뭇닢이 쌓여 푹신푹신해졌다. 

 

산박하꽃이 길 옆에 많이 피었다. 성불오름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꽃이었다. 작은 꽃이지만 무리지어 피어 아름다운 색을 과시하고 있다.

 

금새 정상에 올라와 버리고 말았다.(나의 말에도 제주말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나 보다. 제주말에는 '00해버리다'라는 표현을 참으로 많이 쓴다.) 올라가다 보면 두번의 삼거리길을 만난다. 한바퀴 돌려고 왼쪽을 선택해서 돌아서 오른쪽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성불샘은 만나지 못했다. 다음에 갈 때는 샘을 찾아가 보리라.

오름 전체가 옥문이라면 샘이 있는 그 곳은 옥문 가운데 물이 나오는 곳이 아닌가? 그 물맛은 어떨까? ㅋㅋ 와 이렇게 표현하고 보니 엄청 야하다. 내가 야하게 표현하고자 한 게 아니다. 다만 사실대로 나타내 보았을 뿐이다. ㅋㅋㅋㅋ. 가만있자, 이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오름의 이름이 성불 아닌가? 그렇다면 成佛, 즉 해탈이란게 뭔가? 그래서 도달하는 극락은 또 어떤 상태인가? 얄궂게도 용두가 옥문을 들락거리는 그것이 바로 성불이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기분이 극락이란 말이것다. 옳은 말 같기도 하다. 성불오름은 그야말로 야한 오름이다.

 

 저 건너 모지오름과 따라비오름이 보인다.(왼쪽부터) 따라비오름은 분화구가 세개이고 모지오름은 넓은 분화구를 가졌다. 그 중간에는 넓은 억새들판이 펼쳐져 있고, 노루들이 사람을 본채만채 뛰어다닌다.

 

이건 표선방향의 모습이다. 오른쪽이 영주산이고 왼쪽이 무슨 오름인지 확실히 모르겠다., 거의 대각선으로 난 길이 97번 도로 번영로이다. 몇년전부터 4차선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 저 길이 완성되면 제주에서 표선까지 10분은 단축될 것이다. 제주에서 표선까지 약 40km 정도 되고 시간은 40분-50분쯤 걸린다. 저 길이 완공되길 목빼어 기다리고 있다. 

 

 이건 또 무슨 꽃인가? 좀깻잎쯤 되지 않을까?

 

나무숲 사이로 길이 나 있다. 풀들이 햇빛을 받아 밝게 웃고 있다.

 

억새가 꽃을 피우고 있다. 억새 꽃의 붉은 기가 감돈다. 제주의 억새는 정말 억세다. 억세 놈들이 억세게 많다. 손지오름의 억새가 생각난다. 따라비오름 주변의 억새는 정말 장관이다. 조금 더 있다가 따라비오름 부근의 억새를 보러 가 봐야지. 야고는 졌을까? 성불오름에선 야고를 전혀 만나지 못했다.

 

억새들이 한라산을 보면서 손흔들고 환호하고 있다. "우리 여기 있어요"라고 소리치고 있다. 한라산은 알았다고 빙긋이 웃는다. 저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는 나도 빙긋이 웃는다.  

 

요것도 산박하일 듯.

 

둥근 이질풀인가? 세잎 쥐손이인가? 두 송이가 활짝 피었다. 나를 반기느라고.

 

잎에 바늘이 숭긋숭긋난 엉겅퀴가 보라색 꽃을 피우고 있다. 색깔 한번 이쁘다. 난 왜 저 색을 한없이 이쁘다고 생각할까? 나만 그럴까? 저 보라색이 이쁘다고 생각하는 사람 요기 요기 붙어보아요!!!

 

내려가는 길이 되고 말았다. 삼나무숲으로 내려간다. 제주에선 삼나무를 쑥대낭이라고 한다. 쑥쑥자라는 큰나무란 뜻일까? 여하튼 제주엔 삼나무가 너무너무 많다. 좋은 저 삼나무를 많이 확보해서 통나무집을 지어보는게 내 희망사항 중 하나다. 그럴려면 어서어서 땅을 구해야 하는데, 낚시와 오름에 팔려서 땅 보러다닐 시간이 없다. 큰일났다.

 

흰색 쑥부쟁이가 해맑게 피었다. 보라색도 이쁘지만 흰색을 보니 이것도 이쁘다. 큰일났다. 이쁜 색이 많아서. 보는 것마다 다 이쁘다면 그건 이쁜 색이 없다는 것과 같다. 모두가 양반이 되어 버리면 양반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난 표선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세 쌤은 제주로 갔다. 일찍 끝났으니 오늘은 내 전용 낚시터에서 오징어를 잡아봐야지. 집으로 달려가서 얼른 배를 채우고 낚시터로 향했다. 그런데 8시부터 9시반까지 한마리밖에 못잡았다. 대신 에깅은 5개나 바위에 걸려 잃었다. 그래서 무늬오징어 한마리를 칼로 토막토막내서 초고추장에 찍어 아작아작 씹어 먹어 버렸다. 못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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