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하순 토욜, 놀토라 아내가 내려왔다. 영실의 단풍이 최절정이란다. 그런만큼 사람도 엄청 붐빈단다. 새벽밥해먹고 출발한다. 영실입구까지 거의 40km가까이 되었다. 가다가 바닷가를 봤더니 서귀포앞바다의 섬이 하나 바다에 둥 떠 있다. 저게 무슨 섬이더라.

 

영실입구에서 주차장까지 또 올라간다. 다행히 차는 많지 않았다. 주차장 주변에 단풍이 제법 익었다.

 

영실에서 올라가면 윗세오름에 도착한다. 한라산 윗부분에 있는 오름 세개라해서 윗세오름이라하는데, 정작 오름은 오르지 못한다. 지도를 보고 남벽분기점까지 올랐다가 다시 영실로 내려올까 계획을 세웠다. 5.8km, 왕복이니 거의 12km쯤 된다. 잔뜩 기대한다. 단풍을 제대로 한번 볼 수 있을 거라고.

 

단풍이 제법 멋있다. 올라가는 길을 단풍이 다 덮었다. 쭉쭉 뻗은 적송과 참나무들, 이런 광경을 보면 여기가 제주도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1100m가 넘으면 나타나는 모습이다.

 

 

 

 

 

한참을 단풍에 취해서 올라갔다. 이정표를 보니 겨우 0.8km 올라왔다. 아! 이거 쉽지 않겠는데....윗세오름까지 2.9km???  이 영실코스로는 백록담에 오를 수 없다. 남벽분기점에서 백록담으로 올라가는 길이 막혀있다. 백록담에 가려면 관음사나 성판악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단풍이 끝날 때쯤부터 가파른 길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비가 오는가? 내려오는 사람들이 비옷을 입고 있다. 아직은 비가 오지 않으나 안개가 보이기 시작한다.

 

해발 1600m를 지나면서 안개가 자욱해진다. 비도 뿌리기 시작한다. 해안쪽은 날씨가 청명한데,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질 경우가 많은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가 보다. 점점 사방이 안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도가 높아지고 안개가 자욱한데, 비까지 흩뿌린다. 추위가 몰려온다. 바위틈에 아직 지지 않은 미역취가 오들오들 떨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그런지 노란색은 더욱 선명하다.

 

영실은 한라산에서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 그 기암괴석이 저 쪽에 보인다. 어렴풋이. 짜증이 밀려온다. 새벽밥해먹고 저 좋은 경치를 보려고 왔는데, 안개가 방해한다. 간간히 햇빛이 나오기도 해서 잠간동안 희망을 가져본다. 그것이 곧 허사임을 알게 된다.

 

오르막은 거의 다 올라왔다. 전나무, 구상나무의 숲이 나타난다. 묵묵히 걷기만 한다 사람들은.

 

나무가 흰몸을 드러내고 반긴다. 안개를 잔뜩 끼고서. 길은 사부작이 앞을 열고 있다.

 

본격적인 윗세오름으로의 길이 열린다. 이 길에는 용담이 있었다. 눈에 불을 켜고 좌우를 살핀다. 작년 어리목에서 윗세오름 올라갔을 때 여러송이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송이 발견한다. 세송이가 다 피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파르스름한 색과 모양이 이쁘다. 난 용담을 좋아한다. 왜냐고? 기냥.

 

그 옆에 작은 꽃도 피었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으니 내가 봐 준다.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런데도 추위가 몰려온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들러 화장하고 컵라면 사먹고 싸간 도시락 까먹고 언 손 녹이고 왁자지껄 사람들 소리 듣고 계속 춥고 그리고 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위 쪽의 단풍을 잔뜩 기대하고 올라갔기에 이뻐보이지 않던 단풍이 내려오면서 보니 이쁘다. 기대가 깨졌기에 현재가 더 아름다워 보인 것이다.

 

 

가을이 되면 왜 단풍이 드는지 아나요? 내가 제주에 와서 이 영실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지 몰랐을 거다. 왜냐고?  

단풍이 드는 이유는 늦가을에 날씨가 추워지면 엽록소가 먼저 파괴되어 여름에는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다른 색소들이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이들 초록 잎 안에는 카로티노이드와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있어 어떤 비율로 섞이느냐에 따라 빨강, 노랑, 갈색의 단풍 빛깔로 된 색동저고리를 입는다고 하네요." 이제 알겠죠? ㅋㅋㅋㅋㅋ

 

주차장이 가까워질수록 단풍이 아름다웠다. 주차장쪽의 단풍이 가장 이뻤다. 주차장 있는 곳 휴게건물 머리쪽의 단풍이 이렇게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몰려와서 주차장이 만원이 되었다. 5대가 내려가면 5대를 올려보낸다. 내가 내려가야 한대가 올라올 수 있다. 빨리 내려간다. 800m가까이 되는 곳에 전망대가 있다. 서귀포시가 잘보인다. 바다 위에 구름이 구겨진 종이처럼 떠 있다. 그 아래 바다가 있고 그 아래 서귀포시가 있다.

 

동흥동 입구라는 돌에 새긴 마을 입구가 털머위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영실 올라가 절경을 못보았으니 꽃구경이나 하자며 철조망통과하여 풀숲으로 들어간다. 용담이다. 와! 파르스름한 용담이 풀속에 다소곳이 피었다.

 

이것 숫제 하늘색 용담이다. 파란 국화꽃을 본 적이 있는가? 없다. 그러면, 파란 용담을 본 적이 있는가? 난 있다.

 

보랏색 용담을 본 적이 있는가?  용담을 본 적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있다 라고 대답해야 한다. 용담은 대부분 보라색이다.

 

풀숲은 그야말로 풀과 작은 나무로 이뤄진 숲이다. 누가 그렇게 정의내렸는데??? 내가 내렸다. 왜!!. 그 풀숲에 망개가 열매를 맺었다. 빨간색이 이렇게 이뻐 보인 적이 있는가? 없다. 빨간색 빨간색 빨강 빨강 글자에서도 그 색이 느껴진다. 안그러면 다시 한번 봐라 빨강빨강

 

제주의 10월말 11월초는 털머위꽃 세상이다. 온 천지가 털머위꽃의 노랑으로 물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부터 털머위는 넓은 잎을 단다. 여름내내 저게 도대체 무슨 풀이지 라며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다가 드뎌 가을 꽃을 피워 전 제주를 물들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노랑꽃으로 기억한다. 털머위꽃.

 

이건 미역취다. 미역취는 이렇게 모여 피기도 하고 모여 있던 놈들이 흩어지기도 한다.

 

이 시기의 숲속에는 꼭 이질풀이 이렇게 몇 송이씩 피어 있다. 특히 소가 눈 똥이 있는 곳, 조금 습기가 있는 곳, 이런 곳엔 이질풀이 핀다. 이질풀이란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궁금해진다.

 

꽃송이들이 머리를 들고 뭘 쳐다보고 있다. 뭘 보고 있나? 애 저 앞에 저 미역취들 좀 봐! 웃기지 색갈이 우리처럼 이렇게 보라색이어야지 저건 도대체 무슨 색일까? 정말 징그러운 색이다. 미역취 흉을 보고 있다. 입을 각각 벌리고.

 

엉겅퀴도 나름대로 회의를 열고 있다. 씨앗이 이미 된 놈도 함께 참가하고 있다.

 

잔대꽃은 가늘디 가늘어 사진 찍는데 애를 먹는다. 바람이 불면 금방하늘하늘거리기 때문이다. 술 하나가 길게 앞으로 나와 있다. 냄새맡는 건가? 저 잔대는 뿌리가 무미건조한 맛이다.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참으로 맛있다. 무미건조한 육질의 뿌리와 빨간 고추장 색과 맛이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껍질을 잘 벗겨야 한다. 이제는 꽃이 더 이쁘기 때문에 캐먹지 않는다.

 

지나가는 곳곳에 이 거미가 줄을 치고 먹이를 노리고 있다. 나같은 대적하지 못한 존재가 거미줄을 위협하면 이놈은 거미줄을 흔들흔들해서 나에게 위협을 가한다. 그래도 도대체 도망가지 않고 게기면 그때는 지가 도망간다. 도망가는 모습이다. 내가 거미보단 강하다. 그래도  

 

이쁜 꽃이 또 보인다. 이렇게 처음보는 이쁜 꽃이 나타나면 영실의 절경도 부럽지 않다. 도감을 찾아봤더니 자주쓴풀이란다. 도라지꽃처럼 생겼다. 실제로도 도라지과라고 했다. 이 곳 풀숲에 많이 피어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쁜 사진이다. 자주쓴풀....

 

영실올라갔다가 안개놈을 만나 절경은 보지 못하고 내려와 꽃구경만 실컷했다. 제주의 가을 꽃을 많이 본 셈이다. 풀숲에 들어가서 한동안 나오지 않은 나를 아내는 부르지도 않는다. 지 혼자 놀 거리를 찾았나 보다. 철조망을 뛰어넘고 나와서 차를 타고 집으로 온다. 오전에 영실 데려가줬다고 그걸 핑게삼아 오후에는 아내는 좋아하지 않은 낚시를 혼자 갔다. 아내는 집에서 그냥 쉰다고 했다. 낚시로 몇마리 잡아왔더니 아내는 집안 청소를 해놨다. 쉴려고 했는데, 왜 청소를 하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억울해 한다. 바로 그게 인생이여.... 속으로만 말한다. 소리를 내어 말했다간는 본전을 못찾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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